그렇다. 나는 그토록 엄마가 말했던 무정한 딸이었던 것이다. 다른건 모르겠지만 그 점은 너희 아빠와 똑 닮았다고 말하는 엄마에게서 나는 큰 애정을 느낄 수가 없었다. 엄마라면 타고난 모성애가 있듯이 딸들에게도 타고난 아빠보다는 엄마를 더 사랑하고 이해하고 좋아하는 DNA가 있는 것처럼 사람들은 말하곤 했다.
하지만 나는 그 반대의 아이였다. 엄마보다는 아빠의 사정을 더 이해했다. 아빠가 늦게 오면 당연히 일하다 보면 늦을 수 있다라고 생각했고 화가나면 말을 아에 말아버리는 아빠를 보며 폭언이나 가정폭력을 일삼는 다른 아빠보단 낫다고 생각했다. 엄마가 아빠가 늦게 오면 전전긍긍하며 애를 태울 때 나는 옆에서 그런 엄마를 위로하기 보다는 태연하게 책을 읽으면서 어련히 알아서 들어오시겠지라며 내 일을 해버리는 그런 매정한 딸년이었다.
그렇게 살아오다 엄마의 심정을 이해하게 된 건 몇 달 전 엄마에 대해 시를 쓰고 나서였다. 글을 쓴다는 건 참 신기하다. 글을 쓰기 전에는 자기만의 세계에 갇혀있게 된다. 하지만 어떤 소재에 대해 쓰기 시작하면 그 소재에 대한 시선이라던가 인식이 확장되어 감을 느낀다. 엄마에 대한 시를 쓸 때도 그랬다. 나밖에 모르던 내가 그 당시의 젊었을 적 엄마의 생각이나 기분들을 조금씩 이해되어 감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