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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클로이 Jan 08. 2019

08. 낙타 똥 먹을래?

모로코, 사하라 사막

                   

©travelerhzoo



사막의 모래와 대비되는 파란 질레바,

한 톨의 모래알도 허용하지 않겠다는 듯

얼굴을 꽁꽁 싸맨 노란 스카프와,

새까만 선글라스.


이렇게 한껏 차려입으니 마치 내가 매일같이 사막을 누비는 베르베르인이라도 된 것 같다.     



  드디어 나는 오늘,

 꿈에 그리던 사하라 사막으로 간다.      






  숙소에서 베이스캠프까지는 낙타로 1시간 남짓. 베르베르인 가이드들이 이끄는 낙타 위에서 바라보는 사막의 모습은 실로 경이로웠다. 붉은색 모래로 이루어진 사구가 끝없이 펼쳐지고 바람이 불 때마다 가벼운 모래 입자가 이리저리 흩날린다.      

  “배고파?”     

  사막의 모습에 압도당한 우리에게 부츠카가 장난스럽게 말을 건다. 뜨거운 태양 아래 푹푹 빠지는 사막의 모래 위를 걷는 게 힘들 법도 한데 그의 얼굴에는 천진난만한 미소만이 가득하다.


  “배고파?”

  “응, 배고파.”


  그리고 누군가 그의 물음에 배고프다고 입을 열 때면 그는 잔뜩 신이 난 얼굴로 말을 이었다.

  “오케이, 너 방금 배고프다고 했지? 그럼 내가 초콜릿 줄게. 자, 저기 많이 보이지? 낙타 초콜릿이야. 낙타 초콜릿!”

  부츠카가 낙타 초콜릿이라며 가리킨 곳에는 족히 수백 개의 낙타 똥들이 있었다. 맙소사, 언뜻 보면 돌멩이 같아 보이는 저것들이 전부 낙타 똥이라니…. 심지어 앞서가는 낙타도 쉴 새 없이 똥을 싸고 있다.    

  

  똥 파티다.     



©travelerhzoo


  “배고파?”

  “낙타 초콜릿?”     

  부츠카는 질리지도 않는지 베이스캠프로 향하는 내내 끊임없이 질문했다. 하도 낙타 똥, 낙타 똥 거리며 말을 걸어서 종래에는 우리가 먼저 “넌 배 안 고파? 낙타 초콜릿 줄게!”하고 말을 걸 지경에 이르렀다. 역시 전 세계 어느 나라든 똥은 최고의 이야깃거리다.      

  “아프리카 미쳤어!”          

  부츠카가 우리를 향해 소리쳤다. 방금까지 낙타 똥, 낙타 똥 거리다가 이제는 아프리카는 미쳤다고 외친다. 낙타를 타고 사하라 사막을 건너는 우리의 심정을 대변이라도 한 걸까. 심지어 베르베르어도 아랍어도 아닌 한국말이다.      


  “아프리카 미쳤어!”          


  시도 때도 없이 한국말을 내뱉는 베르베르인과 사막을 건넌다는 건 굉장히 유쾌한 일이다. 그는 우리의 반응이 마음에 들었는지 계속해서 한국말을 내뱉었는데 사실 그중 대부분은 낙타 똥에 관한 이야기거나 “아프리카 미쳤어!” 하는 외침이었다. 그가 하도 외쳐대는 통에 이 말은 1박 2일 동안 우리의 최고 유행어이기도 했다.      

  비록 낙타를 타고 가느라 가랑이 사이가 좀 아프긴 했지만 아직까지도 눈을 감으면 그때의 순간들이 떠오른다.      


누군가의 블루투스 스피커를 타고 흘러나오는 익숙한 한국의 노래, 흔들리는 낙타,

눈앞에 펼쳐진 사막….

덤으로 사막 위를 수놓던 검은색 낙타 똥들까지 말이다.    

 

  그래, 부츠카. 정말 네 말대로 아프리카는 미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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