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로코, 마라케시
마라케시에서 사하라 사막이 있는 메르주가로 가기 위해선 하루에 한 대 있는 버스를 타고 13시간을 달려야 한다. 잠이 잘 오지 않는 낮에 버스를 타고 13시간을 앉아서 가야한다는 것도 꽤나 고역이지만, 더 큰 문제는 산맥을 넘어가야 하기 때문에 가는 길이 굉장히 꼬불꼬불하다는 점이었다. 한마디로 멀미하기 딱 좋은 조건이다. 실제로 로컬이 버스에서 토를 해 13시간 동안 토 냄새를 맡으며 와야 했다는 여행자도 있었다.
다행히도 출발 전 먹었던 멀미약 덕분인지 나는 아무런 문제없이 13시간 동안 눈앞에 펼쳐지는 풍경을 감상할 수 있었다.
어린 시절, 그리스 로마 신화라는 만화책에 푹 빠져있던 적이 있었다. 아마 나와 비슷한 또래라면 이 만화를 안 본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생전 처음 듣는 올림포스의 신들의 이야기가 얼마나 재밌던지. 새로운 편이 나올 때마다 나는 엄마를 졸라 꼭 책을 손에 넣곤 했다. 그때의 나는 그 신화 속에 나오는 장소에 내가 가게 될 것이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아틀라스 산맥.
티탄 전쟁에서 패한 뒤 하늘을 짊어지는 형별을 받게 된 티탄 족 아틀라스. 그가 훗날 페르세우스에 의해 메두사의 머리를 보고 돌로 변해 만들어졌다는, 그 아틀라스 산맥.
그리스 로마 신화에 나오던 아틀라스 산맥 사이를 13시간을 달려,
나는 사하라 사막으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