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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클로이 Jan 05. 2019

06. 제마엘프나 광장의 오렌지 주스

모로코, 마라케시


  제마엘프나 광장은 뭐랄까, 굉장히 신비한 느낌이 드는 곳이었다.

마라케시, 제마엘프나 광장


  목줄을 맨 채 사람들의 손에 끌려 다니는 원숭이, 코브라를 목에 매고 관광객의 시선을 끄는 사람들, 메뉴판을 내밀며 호객행위를 하는 사람들과 유럽에서는 맡아본 적 없는 독특한 향과 연기로 가득 찬 공기까지. 그다지 유쾌하지만은 않은 광경이었지만 생전 처음 보는 모습들은 신기하기 그지없었다. 아마 나는 그때 ‘난 아프리카에 있어.’하고 실감했던 것 같다.

  4월의 모로코 공기는 건조하고 또 건조했다. 리스본에서 걸린 목감기는 제마엘프나 광장의 안 좋은 공기와 만나자 더욱 기승을 부렸다. 우리는 ‘목말라!’를 연발하며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저기 오렌지주스 파는 것 같은데?”


  제마엘프나 광장에서 판다는 4디르함짜리 오렌지주스였다. 4디르함이라니. 4디르함이면 우리 돈으론 고작 600원이다. 마시고 배탈 난 사람들도 있다는 글을 봤던 기억이 났지만 그런 게 뭐가 중요할까. 난 지금 모로코에 있고, 목이 마른데. 더군다나 4디르함이잖아? 이건 마셔야한다고. 지금 당장.

  우리가 가게 앞을 서성이자 가게 주인으로 보이는 모로칸이 오렌지? 스트로베리? 하며 물어온다. 고민할 필요도 없다. 당연히 오렌지주스지. ‘오렌지’라는 우리의 외침에 그는 진열되어 있던 오렌지 하나를 집어 주스 한잔을 뚝딱 만들어 주었다.      

  "와, 맛있다."     


   시원하지도 않은 오렌지주스가 뭐가 그리도 맛있었는지. 목말랐던 나는 오렌지주스 한 컵을 단숨에 들이켰다.




  그런데 정말 이상하게도 향연기로 가득 찬 제마엘프나 광장의 뿌연 하늘과 호객행위로 정신없는 사람들 사이에서 마신 이 오렌지 주스가 한국에 돌아온 이후에도 가끔씩 생각나곤 한다.


  이 글을 쓰는 지금 이 순간에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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