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클로이 Sep 08. 2019

16. 마지막 은하수

모로코, 하실라비드

   어느덧 시간은 빠르게 흘러 하실라비드에서의 마지막 밤이 다가왔다. 이럴 때면 빠르게 흐르는 시간이 야속하기만 하다. 귀에 이어폰을 꽂고 핸드폰에 저장해 둔 노래를 튼다. 하늘에서는 끊임없이 별똥별이 떨어지고 이어폰에서는 키이라 나이틀리의 노랫소리가 흘러나온다.


  한참을 홀로 테라스에 누워 별을 보는데 사막에서 막 퇴근한 아브라함이 나를 발견했다. 당시엔 ‘이 어두운 새벽에 어떻게 사막에서 길을 찾아온 거지? 혹시 동화 속 이야기처럼 별자리를 보며 길을 찾아온 건 아닐까?’ 따위의 상상을 하느라 미처 생각지 못했으나 지금 생각하면 맨바닥에 겉옷을 깔고 누워있는 내 모습이 그에겐 꽤 당황스러웠을 수도 있겠다.          

  “자, 여기.”     

  그는 테라스에 누워 인사를 하는 나를 힐끗 보더니 빈방에서 매트리스를 꺼내왔다. 매트리스에 누워 보는 은하수라니? 이런 호사는 상상하지도 못했다.      

  “Thank you!”     

  아브라함은 별거 아니었다는 듯 손 인사를 하고 다시 1층으로 내려갔다. 푹신한 매트리스에 누워 은하수를 보니 졸음이 솔솔 밀려온다. 반복재생되는 노래를 들으며 잠들었다 깼다를 반복한다.


  이제는 은하수를 보는 이 순간이 마치 원래 있었던 일상처럼 익숙하게만 느껴진다. 아, 내가 좋아하는 순간이다.     


  설렘이 익숙함이 되는 순간.

  그리고 이곳을 떠나면 이 익숙함은 그리움이 될 테지.      


  설렘으로 가득했던 곳이 그리운 곳이 되는 순간은 언제나 짜릿하다. 아마 그 그리움 끝에 언젠가 다시 사하라를 찾으면 난 또다시 은하수를 보며 설렐 거다. 그리고 다시 익숙해지고 또다시 그리워하겠지.                                                              

                                

밤마다 테라스에 누워 바라보던 이 은하수를

이곳을 떠나는 그 순간부터 그리워하게 되리라는

그런 확신이 들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15. 오늘도 하루가 흘러갑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