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로코, 페스
메디나는 모로코의 각 도시에 있는 구시가지로 좁고 복잡한 길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그 특징이다. 그중에서도 9,600여 개의 골목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페스의 메디나는 ‘미로의 도시’라는 명성만큼이나 시끄럽고 복잡했다. 그래도 블루게이트로 향하는 큰길을 따라가다 보면 길을 찾는 게 그리 어렵지는 않아 길치인 나로서는 천만다행이었다. 운이 좋았던 건지 걱정했던 것만큼 호객행위나 캣콜링도 심하지 않아(캣콜링이 없었다는 건 아니다) 페스에 대한 첫인상은 그리 나쁘지 않았다.
“Hey!”
페스가 주는 활기찬 분위기에 덩달아 들뜬 마음으로 메디나를 걸어가는데 누군가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소리 나는 곳을 향해 고개를 돌리니 두 명의 모로코 청년이 반갑다는 듯 손을 흔들고 있다. 아, 기억났다. 블루투스 스피커로 노래를 틀고 메디나에서 흥겹게 춤을 추는 모습에 지나가면서 팔을 위아래로 흔들며 호응해줬었는데…. 저리 반갑게 나를 부르는 걸 보니 그런 내 모습이 꽤 인상 깊었나 보다.
“너도 같이 춤추는 게 어때?”
하얀 캡모자를 눌러 쓴 친구의 제안에 함께 메디나를 구경하던 언니를 슬쩍 바라봤다. 마음대로 하라며 고개를 끄덕인다. 좋아, 그럼 고민할 필요가 없지.
춤을 추자고 제안해 온 친구에게 “Why not?” 하며 어깨를 들썩이자 나보고 노래를 선택하라며 블루투스 스피커를 연결해준다. 당시엔 아직 방탄소년단이 세계적인 인기를 끌기 전이었기에 (지금이라면 절대 고르지 않았겠지만) 내가 선택한 노래는 뻔했다. 싸이의 강남스타일.
블루투스 스피커에서 울려 퍼지는 강남스타일의 멜로디에 맞춰 메디나 한복판에서 우리는 함께 말춤을 췄다. 그냥 즐겁게 몸을 흔들며 춤을 추는 데 문득 옆을 보니 몇몇 여행자들이 그런 우리의 모습을 찍고 있었다. 우리의 즐거움에 전염이라도 된 듯 활짝 웃는 얼굴로.
그렇게 우리는 페스의 메디나 한복판에서, 흥겹게 춤을 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