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로코, 하실라비드
어느덧 시간은 빠르게 흘러 하실라비드에서의 마지막 밤이 다가왔다. 이럴 때면 빠르게 흐르는 시간이 야속하기만 하다. 귀에 이어폰을 꽂고 핸드폰에 저장해 둔 노래를 튼다. 하늘에서는 끊임없이 별똥별이 떨어지고 이어폰에서는 키이라 나이틀리의 노랫소리가 흘러나온다.
한참을 홀로 테라스에 누워 별을 보는데 사막에서 막 퇴근한 아브라함이 나를 발견했다. 당시엔 ‘이 어두운 새벽에 어떻게 사막에서 길을 찾아온 거지? 혹시 동화 속 이야기처럼 별자리를 보며 길을 찾아온 건 아닐까?’ 따위의 상상을 하느라 미처 생각지 못했으나 지금 생각하면 맨바닥에 겉옷을 깔고 누워있는 내 모습이 그에겐 꽤 당황스러웠을 수도 있겠다.
“자, 여기.”
그는 테라스에 누워 인사를 하는 나를 힐끗 보더니 빈방에서 매트리스를 꺼내왔다. 매트리스에 누워 보는 은하수라니? 이런 호사는 상상하지도 못했다.
“Thank you!”
아브라함은 별거 아니었다는 듯 손 인사를 하고 다시 1층으로 내려갔다. 푹신한 매트리스에 누워 은하수를 보니 졸음이 솔솔 밀려온다. 반복재생되는 노래를 들으며 잠들었다 깼다를 반복한다.
이제는 은하수를 보는 이 순간이 마치 원래 있었던 일상처럼 익숙하게만 느껴진다. 아, 내가 좋아하는 순간이다.
설렘이 익숙함이 되는 순간.
그리고 이곳을 떠나면 이 익숙함은 그리움이 될 테지.
설렘으로 가득했던 곳이 그리운 곳이 되는 순간은 언제나 짜릿하다. 아마 그 그리움 끝에 언젠가 다시 사하라를 찾으면 난 또다시 은하수를 보며 설렐 거다. 그리고 다시 익숙해지고 또다시 그리워하겠지.
밤마다 테라스에 누워 바라보던 이 은하수를
이곳을 떠나는 그 순간부터 그리워하게 되리라는
그런 확신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