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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클로이 Sep 09. 2019

Epilogue. 행복이란

모로코

  행복이란 뭘까?     


  나는 아직도 이 질문에 섣불리 답을 내리지 못하겠다. 행복만큼 우리들의 삶과 가까우면서도 어렵고 추상적인 가치가 또 있을까? 행복에 대한 기준도 정의도 개인마다 다르기에 행복이 어떻다고 단정 짓는 건 어려운 일이다.

  다만 이번 여행이 끝나고 적어도 행복과 관련된 질문에 하나는 단정 지어 말할 수 있게 되었는데 바로 모로코에서 나는 정말 행복했다는 거다.

  물론 짜증나는 순간도 많았다. 페스의 메디나를 걸어갈때면 들려오던 ‘니하오’ 소리와 간혹 한국인 여자친구를 구하고 있다며 괜히 말을 걸어오는 모로칸들을 떠올리면 진절머리가 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에게 모로코는 행복한 기억으로 남았다. 누군가 나에게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이 언제였어요?”하고 물어보면 망설임 없이 “모로코에서의 시간이요.”하고 답할 수 있을 정도로. 나의 모로코 사진을 본 친구들이 입을 모아 “너 정말 행복해 보인다.”고 말할 정도로 말이다. 단언컨대 내 사진을 보고 그렇게 많은 사람이 행복해 보인다고 말한 건 그때가 처음이었다.     


  여행이 끝나고 스스로에게 물었다. 나는 왜, 모로코에서 행복했었는지. 아마 여러 이유가 있었을 테다. 사막에서 은하수 보기라는 버킷리스트를 이뤄서,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이 좋아서, 함께 라면을 끓여 먹고 사막으로 마실 나가던 소소한 순간들이 즐거워서….

  다시 한번 질문했다. 그렇다면 나는 왜 끼니마다 날아다니는 파리 떼에도, 단수로 온종일 샤워를 할 수 없게 되었을 때도 그저 행복했을까? 왜 이 모든 짜증 날법한 상황들에도 불구하고 모로코에선 행복했을까?     


  밥을 먹을 때 날아드는 파리 떼가 얼마나 성가신지는 누구나 공감을 할 것이다. 더군다나 나는 벌레라면 질색을 하는 사람이다. 그리고 내가 겪은 모로코는(나와 같은 소전 여행자 기준에서) 매 끼니를 파리와 함께하는 것이 당연한 그런 곳이었다.

  이상한 점은 한국이었다면 날아다니는 파리를 발견하자마자 인상을 잔뜩 찌푸린 채 팔을 휘저었을 내가 모로코에서는 단 한 번도, 몰려드는 파리 떼에 인상을 찌푸린 적도 짜증을 낸 적도 없다는 점이다.

  생각해 보면 모로코에 있는 동안은 항상 그랬다. 충분히 짜증이 날 법한 일에도 짜증 내지 않았고, 짜증 나는 일이 생기더라도 금방 다시 행복해졌다.     


  그래

  결국, 모든 것은 ‘나의 마음’이었다.     



  난 아직도 여전히 ‘행복이란 뭘까?’라는 물음에 답을 내릴 수는 없다. 모로코에서 내가 그다지도 행복했던 이유에 대해 명확히 설명할 수도 없다. 다만 한 가지 확실한 건 행복은 결국 ‘나의 마음’에서 오는 거라는 것. 그리고 ‘여행자의 마음’은 참 많은 것을 행복하게 만들어준다는 것. 뻔한 대답일지도 모르는 이것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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