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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읽는그립 Jan 13. 2024

촌동네 3형제와 얼렁뚱땅 엄마

촌스럽고 얼렁뚱땅 아이 키우기 프롤로그

"저는 7살, 5살, 3살 아들 셋을 둔 엄마이고요, 전원주택에 살아요."


내가 이렇게 자기소개를 하면 더 이상 말이 필요 없다. 다들 놀라움과 안타까움 그 중간의 시선으로 쳐다보는 것이 느껴진다. 그리고 이어지는 말은,


"아이고~ 엄마가 진짜 힘들겠다."




소개 그대로 나는 미취학 아들 셋을 키우고 있는 엄마이고, 전원주택에 산다. 아이들 어린이집은 국공립이지만 인원이 적어서 5,6,7세는 통합반을 해도 15명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사실 불편한 게 많다. 소아과, 마트 등 어딜 가나 이동 시간만 왕복 1시간은 걸리는 아주 비효율적인 곳이고 자차가 없으면 한 시간에 한 대 오는 버스뿐이다. 배달음식도 포기해야 하고, 편의점도 당연히 없다. 전원생활을 꿈꾸고 들어온 어린이집 아이 엄마들은 1년이 채 못되어 간절히 나가고 싶다고 한다. 어릴 때부터 도시에 살았고, 흙과 꽃 그리고 벌레를 질색하는 감성 메마른 내가 이런 곳에 살게 되다니. 


의외로 나는 여기서 아이들을 키우는 게 아주 만족스럽다. 아이들은 날이 좋으면 정원에 나간다. 우리 집 정원은 잔디밭과 화단만 80평쯤 되기에 수시로 풀을 뽑아야 한다. 내가 정원에 쭈그리고 앉아 풀을 뽑고 있으면 흙바닥에 철퍼덕 주저앉아 모래 놀이를 하던 아이들도 하나 둘 엄마 곁으로 쪼르르 온다. 그리고는 각자 호미를 하나씩 손에 들고 조그만 손으로 잡초를 뽑는다. 잡초는 보통 뿌리가 깊게 있어 아이들의 힘으로는 어림없다. 이파리만 대충 뜯고는 "엄마, 나 풀 뽑았어요!" 하면서 자랑스레 내보인다.


나는 조금 촌스럽고 얼렁뚱땅 아이를 키운다. 그렇다고 막 키운다는 것은 아니다. 우리 아이들은 내게 누구보다 소중한 존재니까. 다만 나는 요즘의 육아와 약간 궤를 달리하려 한다. 




나는 어릴 때 공부를 잘했다. 아니, 공부만 잘했다. 일주일에 삼일은 술에 취한 들어오시는 아버지, 그리고 엄마는 늘 자신들의 삶을 버거워했다. 아버지는 내가 왜 이렇게 힘들게 일해야 하냐며 가족들에게 화풀이를 했고, 엄마는 그런 아버지와 살면서 삶을 지긋지긋해했다. 


나는 항상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견뎠다. 내 바람은 오직 탈출. 서울로 대학을 가서 이곳을 떠나리라. 그게 나의 유일한 희망이었다. 아버지와 엄마가 싸우거나, 아버지 눈에 뭔가 거슬려서 혼나는 날이면 울면서 공부했다. 내 관심사가 뭔지, 흥미가 뭔지, 적성이 뭔지 그런 것 따위는 아무래도 괜찮았다. 공부는 오직 탈출의 도구였을 뿐이었으므로.


그렇게 바라던 대로 서울에 있는 대학에 입학했다. 난생처음 맞는 자유가 너무 좋았다. 그런데 그뿐. 4학년까지 학교를 다녔지만 앞으로 계속해나갈 자신이 없었다. 다른 진로를 찾아야겠다 생각했다.


그런데 커다란 문제가 생겼다. 도통 내가 뭘 좋아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어떤 직업을 가져야 할지 전혀 그림이 그려지지 않았다. 그때부터 심각한 방황이 시작됐고 방 안에만 틀어박혔다. 그렇게 2년여를 보냈다. 그 후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았지만 마음속에 자리 잡은 의문은 여전했다. 

'나는 대체 뭘 좋아하는 사람인가?'

'나는 대체 뭘 할 수 있는 사람인가?'



나는 아이의 어린 삶에서 공부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고 믿는다. 나는 무엇보다 아이들이 마음이 편안한 사람이 됐으면 좋겠다. 그래서 삶에서 고난이 오더라도 이내 평정심을 찾을 있는, 단단한 마음의 뿌리가 굳게 박혀있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그게 육아관의 중심이다.



거창하게 얘기했지만, 그래서 내 육아 방식은 얼렁뚱땅 키우기다. 갑자기 얼렁뚱땅이 뭔 소리냐고? 

차차 이 <촌동네 삼 형제와 얼렁뚱땅 엄마> 시리즈를 통해 우리의 일상 모습을 쓸 예정이다. 앞으로 우리의 모습을 읽는 독자들과 공감하고, 위로하고 서로 응원할 수 있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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