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묵하게 성실한 팀 멤버에게

작은 스타트업이지만 스타트업도 조직이기에.

묵묵하게 일하는 멤버가 있다. 이런 멤버를 볼 때면 2가지 생각이 떠오른다.

1. 자신이 맡은 바를 성실히 수행하는, 흔들림 적은 자세에 감탄과 고마움

2. 현재 업무 범위에 너무 매몰돼 있는 건 아닐까 하는 걱정이

이런 분들은 조직이 흔들리거나 약할 때 큰 힘이 된다. 이상향은 아닐지라도 현재에서 떨어지지 않도록 바닥을 지지해준다.

하지만 성과가 좋을 때는 잘 보이지 않는다. 묵묵하고 성실하게 일하기 때문이다.

빠른 변화를 만들어야 할 때면 되레 걱정된다. 잘 따라올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평소에 묵묵히 성실한 멤버는 상대적으로 덜 챙기게 된다. 마음속에 안정감을 내가 느끼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 예민한 멤버와 대화를 자주 하고, 더 접점이 많은 멤버와 대화를 길게 하게 된다.

-

나를 돌아보게 된다.

이건 마치, 여러 클라이언트 중 거래 관계가 깔끔하고 매출이 엄청나진 않아도 꾸준한 곳을 대하는 태도와 비슷하다.

'알아서 잘 되고 있겠지' 하는 막연한 믿음. 감각적으로는 믿음이 맞을 수 있다. 확률적으로도.

하지만 그 클라이언트가 갑자기 돌아선다면?

묵묵히 함께하는 멤버가 갑자기 번아웃이라고 한다면?

그것은 정말 갑작스러운 것일까.

내 생각과 내 판단으로 이분들께 고마움을 표시할 기회를 없애고 있던 것이다.

나의 걱정은 실제가 아니다. 내가 임의로 판단한 것일 뿐이다.

묵묵히 함께하는 멤버라는 나의 인식 때문에 이분에게 다음 수준의 업무, 그 이상을 내가 물어보지 않은 것이다.

-

오늘부터 고마움을 표시하자.

오늘부터 그 사람에게 물어보자.

오늘부터 감사함과 겸허함으로 멤버를 대하고 인정하자.

나에게도 그렇게 대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