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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길이음 Nov 18. 2022

첫 직업은 공무원이었습니다

내 인생의 기준점을 배웠습니다.

아이들이 커서 어느새 직장을 잡아야 하는 나이가 되었다. 대학교 다닐 때만 해도 꿈도 많고 하고 싶은 것도 많아 이것저것 고민을 했었지만 막상 졸업하고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 막막해한다. 직장생활을 해본 나는 되도록이면 젊은 시절 자기 전문 분야를 가질 수 있는 곳에서 경력을 쌓아가는 것이 좋지 않을까 조언을 해 보았지만 아직 사회경험이 없는  MZ 세대는 방황하기 시작했다. 주변에 물어보니 대학교를 졸업하기 전 진로가 명확하여 바로 취업의 길로 들어서는 것은 행운이었고 대부분은 졸업 후에도 취업 준비생의 기간이 길어진다고 한다. 


그러면 내가 대학을 졸업하던 90년대 중반은 어떠했는지 뒤 돌아보면 남자 대학 졸업생들의 취업문턱은 그리 높지 않았지만 여자들이 취업 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남자들은 대기업이나 공기업에 들어갈 수 있도록 추천도 많이 들어왔지만 여자들은 대기업과 공기업 가는 경우는 과에서 1~2명 될 정도였다. 어문계열에서는 관광업체나 어학원, 무역상사 등에 제한적으로 취업하게 되었다. 그렇게 어렵게 취업했다 하더라도 결혼을 하거나 아이를 낳으면 직장을 그만두는 것이 별반 이상하지 않은 시절이었다. 그렇지만 한 번도 나는 내가 여자라서 무엇을 못하게 되리라고는 생각을 해 보지 않았던 터라 직장 생활은 꾸준히 할 줄 알았다. 

대학교 3학년이 되니 갑자기 두려움이 밀려왔다. 이러다가 변변한 직장도 없이 대학 졸업하게 생겨서 주변의 추천으로 공무원학원에 덜컥 입학하고 3학년 말부터 2개월 정도 다니게 되었다. 그 당시에 여성 공무원은 고등학교 졸업 이후 들어오신 분들로 학창 시절에 공부 잘하셨지만 여러 가지 사정으로 대학 진학 등을 못하신 분들이 많으셨다. 지역 내에서 우수한 인재분들이셨다. 대학교 졸업 이후 들어오는 케이스는 많지 않았다. 공무원이 무슨 일을 하는지 제대로 알지는 못했지만 중요한 일을 하는 곳이라는 정도의 정보만 가지고 공무원에 도전한 것이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지금 생각하면 말도 안 되는 경쟁률이라지만 그래도 28:1의 경쟁을 뚫고 우수한 성적으로 덜컥 지방 공무원에 합격했다. 그것도 4학년 초에 말이다. 제일 기뻐하신 분들은 부모님이었다. 그때나 지금이나 여자가 공무원이 된다는 것은 안정된 인생을 살 수 있는 기반을 가진 것으로 여겼다. 그렇게 나의 공무원 생활은 4학년 말부터 시작해서 30대 초까지 우여곡절 속에 마무리하게 되었다. 


아무 생각 없이 도전했던 공무원 생활을 하면서 공정, 원칙, 공동체, 봉사 등 내 인생의 기준점을 배울 수 있었다. 개인적 사정으로 공무원 생활을 30대 초에 그만두게 되었지만 이후 사회생활을 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내가 공무원을 그만두었을 때 동료들과 주위분들은 걱정을 많이 해 주셨고 그만두지 않을 방법도 고민해 주셨지만 그 당시에는 그게 최선의 방법이었고 지금도 후회 하지 않는다. 그때의 동료들과 지금도 잘 만나고 있고 내가 다시 일을 시작할 때도 자신 없어하는 나에게 용기를 넣어주고 힘들 때마다 동료로서 든든하게 의지처가 되어 주었다. 나에게는 좋은 추억과 좋은 동료가 있는 공무원 생활이었지만 요즘은 그 인기도 시들해져서 가장 재미없고 버티기 힘든 조직으로 여겨지는 듯하다. 얼마 전 뉴스를 보니 공무원 경쟁률이 점점 떨어지고 입사한 신규 직원들의 퇴사와 정신적 고통이 심하다는 내용을 접하면서 마음이 심란해졌다. 


왜 그럴까? 혼자 생각해 보았다. 우선 공공이라는 글자의 무게감에서 오는 책임감이다. 어린 나이에 입사해서 법과 원칙에 입각해 공정하게 책임 있는 일을 시민을 대신하여 처리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기에 나도 그 무게감에 힘들어했었다. 그 무게감에 비해 급여는 정말 말도 안 되게 적게 느껴졌다. 그나마 내가 있을 때는 연금이라는 것으로 참고 견딜만했지만 지금은 그런 매력도 사라졌다. 또한 예전에는 공무원 하면 지역에 봉사하는 직업으로 존경과 신뢰를 많이 해주셨지만 요즘은  전문성을 발휘해야 하고 다양한 갈등을 해결해야 하는 역할이 더 커진 듯하다. 지금 주어진 역할에 비해 보상(월급)은 그리 매혹적이지 않은 것이기에 공무원이라는 직업의 인기가 시들해지는 듯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 열정을 가지고 있는 열심히 자기 일을 찾아서 하는 공무원이 있어 우리 사회는 돌아간다고 믿는 한 사람이기에 그 힘듬을 이겨내고 있는 모든 공무원분들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그리고 공무원을 준비하는 분들에게는 공무원 생활이 화려하거나 좋아 보이지는 않지만 나의 작은 관심과 노력으로 지역 주민의 삶에 보탬이 될 수 있는 훌륭한 일이라는 것을 알려주고 싶다. 그런 일이기에 충분히 의미가 있고 준비하느라 조금 늦어도 괜찮다고 이야기해주고 싶다. 


#공무원   #첫직장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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