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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길이음 Nov 18. 2022

가을이 지나가고 있다

무엇이 되고 싶다기보다는 무엇을 하지 말아야지를 다짐해야 한다.

올해는 수능이 지나가고 있는데도 날씨가 따뜻하다. 기후 온난화가 드디어 수능 날씨를 누르고 있나 보다.

이 가을을 보내기 싫은 내 마음도 살랑살랑바람에 이리저리 나뒹굴고 있는 떨어진 낙엽처럼 갈 길을 잃고 

있다. 청춘을 지나 중년이라는 다리를 지나가고 있는 지금은 하루하루가 소중하고 그동안 보지 못했던 찰나

의 순간에 감사하고 소중함을 느끼게 된다. 그러면서 은근히 나 자신에게 관대해지고 있다. 


젊은 시절에는 어른이라면서 대체 왜 저러는 거야?라는 의문을 가지고 못마땅한 시선으로 바라보았던 행동

에 대해  나이 먹었다는 이유로, 내 몸도 이제 편한 걸 원해라는 마음으로 나 자신에게 관대해지기 시작했다. 

나를 인정하는 것과 나에 대해 관대 해지는 것과의 차이를 이번 주에 느끼기 시작했다. 아마도 이번 주에 한 살을 더 먹는 주이기 때문인지 나 자신이 조금 부끄러워지기 시작했다. 나는 항상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강박 아닌 강박이 있다. 주변에서는 어쩜 그리 에너지가 넘치냐고 하지만 나도 솔직히 피곤하다. 그럼에도 무언가를 하고 있어야 마음이 든든한 것은 젊은 시절부터 워킹맘으로 살아오면서 몸에 밴 루틴 때문인 듯하다.


어느 순간 이리 정신없는 내가 누구인가?라는 정체성에 의문을 가지면서 나의 루틴은 엉크러 졌고 거기에 나의 몸도 조금씩 나의 뜻대로 움직여 주지 않게 되면서 더욱 나 자신에 대해 관대함을 가지고 대하게 되었다. 전에는 계획적으로 시스템으로 움직여야만 마음이 편했지만 지금은 즉흥적으로 조금 여유 가지고 천천히 여도 거스르지 않은 정도가 되었다. 그럼에도 정작 내가 무엇인가 되어야 한다는 강박은 멈추지 않는다. 그런

강박으로 인한 시행착오를 하고 있다는 것을 최근에 깨닫게 되었다. 그저 해왔던 것이라는 이유로 무조건 하고 있는 나 자신에 대한 반성을 하기 시작했다. 그냥 하면 안 되는 세상에서 정말 반성 없이 그냥 하고 있는 나 자신이 가장 되지 말어야 할 나 자신이었다. 


워킹맘으로 꾸준히 사회생활을 하다 보니 이제 현업에서 떠나신 선배님들을 뵙거나 연세 드신 선배님들을 모시고 일을 하면서 나는 어른으로서 어떻게 해야 할까? 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기 시작했다. 가장 멋진 어른은

유연하게 지금 상황에 적응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이었다. 새로운 상황에 처하면 경직되는 나로서는 점점 멀티 기능도 떨어지고 새로운 상황이 두렵다 보니 어렸을 적 내가 어른이라면서 왜 저럴까?라고 생각했던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무언가 새로운 것을 시도하기보다는 지금 하고 있는 것에 대한 적응력을 키워 나가면서 나를 유연하게 훈련시킬 필요가 있다. 그 고민의 시간이 조금 길었다. 2년 가까이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느낀 것이다. 


이제는 무엇이 되고 싶다기보다는 무엇을 하지 말아야지를 다짐해야 하는 시점이다. 유연하게 지금 상황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지금 이 순간을 즐길 줄 아는 여유가 있어야 한다는 것을 이 가을이 가기 전에 다시 한번

마음에 새기어 본다.


#중년  #어른 #하지 말어야 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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