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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길이음 Aug 12. 2022

다시 오른 덕숭산 정상

나에게 맞는 방법을 찾아가는 것, 그것이야 말로 새로운 시도이다

나는 산이 좋다.

푸르른 녹음이 가득한 여름 산은 더욱 좋다. 고즈넉한 산속에서 나무들의 향기를 느끼면서 조용히 나를 맡기면 왜인지 모르지만 엄마 품에 안긴 것 같은 따뜻함과 아늑함이 느껴진다. 남들은 내려올 산을 왜 그리 오르느냐?라고 묻지만 내려오는 것보다는 올라갈 때가 좋아서 오르는 것 같다. 나도 어렸을 때는 산에 오르는 것이 이해가 안 되었고 오르는 것도 쉽지 않았다. 


일과 육아로 지쳐있었던 나는 아이들이 어느 정도 자라고 나의 건강도 생각할 겸 동네 언니랑 뒷산을 다녀 보기도 했었다. 그때는 없는 시간을 쪼개어 헬스 비용 아껴보자며 새벽 6시도 안 되는 시간에 산 입구에서 만나 산에 오르기를 무슨 경보 선수처럼 미친 듯이 올라갔다. 높지 않은 산이라 산 위에 있는 정자까지는 30분이면 완등 하는 실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렇게 여름철 산행을 3개월도 못하고 낮이 짧아지면서 우리의 산행은 막을 내렸다. 그렇게 잠깐의 산행을 맛보고 나니 산이 좋아지기 시작했다. 나는 나 자신에게 말을 많이 거는 사람이다. 나와의 대화가 필요한 사람인데 산행의 시간은 오로지 나에게 집중할 수 있어 좋았다.


우연히 회사에서 일 때문에 덕산온천과 수덕사를 찾게 되었던 때가 있었다. 온천과 유명한 사찰이 있어 나름 워크숍 참석자들에게는 좋은 장소인듯하여 그곳을 행사 장소로 정하고 몇 번 다니게 되었다. 조용하면서도 아늑한 분위기가 마음에 들었다. 그러다가 휴일 불쑥 가 보고 싶어 나 혼자 수덕사 뒤 덕숭산을 한번 올라 보았다. 높지도 않고 편안하게 오를 수 있고 주위 경치가 좋아서 마음에 쏙 들어온 산이었다. 그 뒤로도 몇 번 찾았던 산이었다.


그러나 다리를 삐끗하고 산에 오르는 것이 부담되어 일절 산 근처에는 가지도 않은 것이 2년도 넘게 되다 보니 체중도 늘고 나와 대화할 시간이 사라져 버렸다. 그렇게 나 자신을 놓아두자 바쁜 것 같고 엄청 잘 살아가고 있는 듯 보이지만 허전한 마음 구멍이 점점 커져가고 있었다. 갈곳 잃고 멍해진 나 자신을 어떻게 다루어야 하나 고민만 하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했다. 이래서는 안 될 듯싶었고 무언가를 다시 시작하고 싶었다. 그때 동생에게서 전화 한 통이 왔다. " 언니 우리가 운동을 해야 하는데 산에 가는 것은 어때?"두말할 것도 없이 승낙했다. 그 주 토요일 8시에 만나서 천천히 올라갔다. 예전과 다른 나의 몸을 인정하기는 싫었지만 무릎과 발목이 생각보다 좋지 않았다. 나 스스로 나에게 맞는 자세를 찾아가면서 천천히 올라가다 보니 어느새 정상에 다다랐다. 오래간만에 산 정상에서 바라본 들판과 산사는 푸르름으로 물들어 시원해 보였다.  내려오면서는 더욱 큰 문제에 부딪혔다. 무릎이 너무 아파서 스틱에 전적으로 의지해야 하는 상황이었던 것이다. 무릎에 무리가 되지 않는 자세를 찾아가면서 천천히 산을 내려왔다. 까치발을 딛듯이 하면서 내려오는 것이 조금 편한 자세였다. 그 자세로 내려오다 보니 어느새 수덕사에 도착했다. 조금은 힘들고 두려운 산행이었지만 나에게는 의미 있는 시간을 선물해준 순간들이었다. 



변화하는 내 몸에 대해 인정하고 나에게  편안한 상태를 유지해주는 방법들을 찾아 시도해보면서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해 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등산을 하기 전에는 변화하는 내 몸이 내가 좋아하는 것을 못하게 막고 있다고 생각했고 다시 도전하는 것은 무모한 것이 아닐까 생각되었었다. 이번 등산을 하면서  알게 된 것은 불편함을 없애기 위해 나는 다양한 시도를 해 보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냥 인정하고 단념했다. 그러다 보니 나이 들어가면서 시도해보기보다 단념하는 일들이 많아졌고 이런 상황이 나를 힘들게 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현재의 나를 인정하고 나에게 맞는 방법을 찾아가는 것, 그것이야 말로 새로운 시도인 것이다.  다시 오른 덕숭산 정상에서 일상의 행복을 찾아가는 방법에 대해 알게 되었다.



#인정 #도전 #등산 #덕숭산 #수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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