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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길이음 Aug 08. 2022

스틱과 지팡이가 다른 점

전지적 딸 시점 -다리가 불편할 때 필수품

얼마 전 엄마를 모시고 서울 여행을 하면서 있었던 에피소드다


엄마는 코로나로 인해 본인이 사시는 읍내 이외의 먼 거리에 다니시는 것을 꺼려하시다가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되자 그동안 못해본 서울 구경을 하시고 싶다고 하셨다. 처음에는 바쁜 일정으로 1박만 하려 하다 이왕 오래간만에 서울 오시니 여기저기 들려보자며 2박을 계획하였다.


일정을 짜면서도 고민되었던 것이 다리가 아파서 잘 걷지 못할 것 같아 걱정이라는 엄마의 전화 목소리가 애잔하게 들렸다. 병원에서는 관절 수술까지는 안 해도 되지만 잘 아껴가며 쓰셔야 한다고 했단다. 조금만 걸으면 무릎도 아프고 툭 튀어나온 발등으로 인해 아파서 제대로 걷지 못하신다고 걱정 걱정하신다. 몇 번이나 전화해서 나는 잘 걷지도 못하는데 일부러 시간 내서 2 박하지 말고 1박만 하라고 신신당부하셨다. 


주차하기 힘든 서울에 차를 가져갈 생각을 한 것도 엄마의 걱정을 덜어드리고자 했던 마음에서였다. 차를 가져간다 하니 걱정하시면서도 내심 좋아라 하셨다. 드디어 서울 고속버스 터미널에서 만난 엄마는  손에는 긴 스틱을 들고 등산을 가실 것 같은 차림으로 나타나셨다. 


"엄마, 이건 왜 가져오신 거여요?"

"오래 걸으면 다리 아파서 스틱 잡고 걸으려고 가져왔지..."

"아니 서울 시내를 다니는데 스틱을 어찌 쓸까?" 라며 나는 말을 흐렸다.


정말 저 스틱을 쓰실 생각으로 가져오신 건가? 내심 의아한 마음으로 우선 스틱을 받아 차에 올려놓고 우리의 첫날 여행을 시작했다. 여행은 크게 힘들이지 않고 진행되었다. 조금 걷다가 무리하면 커피숍 등에 들어가서 앉았다가 움직이고 차를 가져오니 주차비는 조금 나갔지만 바로바로 차를 타고 움직여서 좋았다.


무사히 2박 3일 여행을 마치고 내려가는 서울 고속버스터미널 신세계 백화점에 들러 지팡이 코너를 지나치게 되었다. 엄마가 들고 오신 스틱보다는 예쁜 지팡이가 더 멋있는 것 같아 엄마에게 이것저것 구경해보자고 손을 잡아끌었다. 요즘은 지팡이도 가지고 다니는 게 편하게 접을 수 있는 것과 디자인도 예쁜 꽃무늬에서 나무를 깎아 만든 것 등 다양하게 나오고 있었다. 점원의 설명에 따르면


스틱은 끝이 뾰족해서 땅에서나 쓸 수 있고 지팡이는 끝이 넓고 접착력이 우수한 것으로 만들어져서 의지가 될 수 있는 것이 다른 점이다. 조심하셔야 하는 것은 도심에서 스틱을 쓰시다가 미끄러져서 다치시는 경우가 많으니 꼭 스틱은 등산하실 때 쓰시고 지팡이는 평상시 시내에서 쓰셔야 한다고 사용법을 알려주셨다


스틱과 지팡이의 용도가 다르다는 것을 설명 듣고 엄마는 냉큼 "아직은 지팡이 쓸 정도는 아니다"라시며 나의 손을 뿌리치시고 씩씩하게 앞질러 걸어가셨다. 아직은 지팡이에 의지하고 싶지 않으신 것이다. 그래도 스틱은 건강하게 운동하기 위한 보조기 구라는 생각이 들지만 지팡이는 건강하지 못한 내가 의지해야 하는 보조기 구라는 점에서 받아들이는 마음이 다른 것이다. 아직까지는 지팡이보다는 스틱이 편하신가 보다. 



나이가 들어 몸이 불편해지면서 마음도 안 좋아지는데, 몸이 불편한 것보다 불편해지는 나의 몸을 인정하는 것이 더 힘든 것 같다. 몸이 불편해지면 무엇인가에 의존하게 되는데 그것이 약이던지, 보조기구던지, 주변 사람이던지, 의지하는 대상이 생기게 된다는 것이다. 의지하는 대상을 마음으로 받아들이기에는 시간이 걸리게 되고 그 시간 동안은 나 자신에게도 계속되는 갈등의 시간인 것 같다. '나를 인정해야 하는 시간'이 빠르면 빠를수록 다양한 대안을 찾아 활용해보고 나에게 맞는 것이 무엇인지 준비할 수 있는 시간들이 주어지는 것 같다. 스틱이면 어떻고 지팡이면 어떠랴 둘 다 나를 보호해주는 기구라는 것을 인정하는 순간, 나의 일상이 조금 더 편안해지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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