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훈련 2
힘을 빼고 일상을 대하는 것은 맨발로 땅에 첫발을 내딛는 것처럼 조심스럽고 생생하다.
가슴 철렁거리는 사건을 대해도 힘을 빼니 무거운 사건이 코끝을 타고 넘나드는 호흡과 함께 가벼워진다.
어떻게든 되리라.
살아있다.
파도결에 휩쓸려 진을 빼는 것이 아니라 무한한 바다의 몸통과 하나 됨이다.
가벼이 받아들이고 흘려보내면 된다.
침묵하는 자신조차 잊어버리는 순간이 늘 있는 건 아니지만 힘을 살며시 빼면 적어도 침묵 속에서 침묵을 알아차리고 수많은 번민을 가벼이 대할 정도로 편안해질 수 있다.
멈춘 공을 굴리고 정지된 자전거 페달을 돌리듯 삶을 운영하는 데 침묵의 힘에 맡기며 살아도 될 것 같은 조심스러운 믿음과 용기가 슬며시 솟아난다.
아마도 많은 삶의 고수들은 이미 그렇게 살고 있으리라. 그 요령을 터득한 사람은 여유롭고 평화롭게 삶을 운영하며 살아가는 것이고 그렇지 못한 사람은 욕심과 번민, 자책하는데 여전히 힘이 들어가 힘들다 힘들다 하는 것이다.
힘 빼고 가만히 있으면 보인다. 작은 나도 보이고 주변상황도 보인다. 안 보일 땐 아직 힘이 덜 빠진 거다. 마음을 더 가라앉히고 흘려보낸다. 앞서가려는 마음을 살살 달래며 좀 더 기다려본다.
하긴 그 힘 빼기가 쉬웠다면 어찌 여행을 떠난 지 십수 년이 지난 이제야 이런 고백을 하겠는가!
또 한편 이제야 힘 빼기를 운운하는 것도 그간 어지간히 힘주고 살아온 게다.
침묵의 광산에서 발견한 보물이 어떤 모습으로 드러날지 기대된다.
이제 모험이 시작되었다.
일상에서 기대감을 낮추고 예측하며 사는 미래가 아닌 예측할 수 없는 미래는 내버려 두고 현재를 산다. 무언가 해야 하지 않으면 안 될 마음을 달래며 힘을 빼고 힘을 빼도 존재하는 본연의 힘이 드러나도록 맡겨본다.
오직 이 순간만 존재한다.
두려워 말라.
나는 여전히 살아있다.
삶은 여전히 계속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