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때부터 가족들 곁을 떠나 지내다 보니
가족들과 있는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
그리고 다시
아빠가 자식들에게 전화해 밥 먹으러 오라 전하고
독서실 간다는 나에게 저녁 여섯 시까지 집에 들어오라 하고
아빠가 술잔을 기울이고
엄마가 잔을 채워주면서도 그만 마시라 닦달하고
우리 가족이 한 작은 식탁이 모여
말없이 1박 2일을 봤던 그 순간이 되돌아오지 않을 것임을 안다
지난날의 후회를 보이며 적는 소회라기 보단
지나간 그 순간들이 반복되고
또다시 만들면 생길 기회라는 게 얼마나 부족한 생각인지
이제 깨닫기 때문이다
지금 변하지 않을 것 같은 사실들은
지금까지 계속 변해왔다
벌써 이사만 10번 이상을 다니며 주변환경은 끊임없이 바뀌었고
그렇기 때문에 10년 이상을 방문한 단골가게란 나에게 존재하지 않으며
또한 마음에 드는 가게도 그 자리에서 오래 버티지 못했고
주변 사람들도 옆자리를 지키다가도 떠나갔고
친하게 지낼 거라 생각하지 못했던 인연은 생각보다 오래 연락을 하고 지내며
인생에서 고정점, 주춧돌은 오롯이 나 자신이며
그 위에 어떠한 것도 영원하지 않음을 안다.
남편과 아내가 같이 산다는 게 부부에게 당연한 일이 아님을 안다
생각보다 주말부부가 많고
나 또한 주말부부 경력이 있다
어쩔 수 없는 사유로
각자 타 지역에서 혼자 지낼 때
전화로 사랑과 존재를 호소하고
주말이 너무 짧음을 아쉬워했다
같이 사는 지금도 별반 달라진 것 없다
직장에서 휴게시간 포함 노동시간이 9시간이다 보니
새벽에 함께 운동하고
퇴근을 함께하며
저녁밥을 같이 지어먹는 조각난 시간들을 모아도
하루 1/4이 될까 말까이다.
현대인의 사랑의 징표는 시간이 아닐까
뒤도 돌아보지 않고 냉철하게 떠나버리면서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분배된 시간을
나 자신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남을 위해 쓴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알기에
나이가 들면서부터 셈을 하며 관계의 질을 따지기 시작한다
밥 한 번 먹자고 해도
그렇게 가까이 지낼 사이는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사람에게는
다음에 먹자, 시간이 안된다며 두리뭉실 약속날짜 잡지 않고 넘어가곤 한다
다시 돌아가서 생각해 보면
남편에게도 이 정도의 시간을 투자하는 데
또 떨어져 산다거나 애를 낳는다면?
나만을 위한 시간은?
친정, 시댁을 위한 시간은?
친구는?
생각보다 시간이 많지 않다.
관계의 양보다 관계의 질에 중요하고
현재 나 자신, 그리고 내 옆에 함께 있는 사람이 중요하며
지금 당장 주변인들과 즐겁게 지낼 시간도 부족하기에
쓸데없는 오만과 자존심으로
주변을 괴롭히거나 스트레스를 주지 않아야 한다.
짧은 인생 속에서 함께 웃으며 살 날도 짧은데
굳이 서로를 괴롭히는 힘겨루기를 할 필요가 있을까
서로 상처 주며 살필요가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