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ameba Sep 16. 2020

비즈니스 캐주얼을 차려입은 30대 남자 같은(?) 호텔

몬빌 호텔, 몬트리올

1. 비즈니스 캐주얼을 세련되게 차려입은 남자  <사진출처 : 핀터레스트>



이 남자, 특별히 튀는 차림새는 아닌데 세련되고 균형 잡힌 느낌이 왠지 눈길을 가게 만듭니다.



2. 몬빌 호텔, 몬트리올 <사진출처 : dezeen>



몬빌 호텔이 그런 느낌이었습니다. 특이한 컨셉을 갖거나 독특한 마감재를 쓴 건 아닌데 특별해 보이는 공간, 그래서 한번 가보고 싶은 공간. 


3. 몬빌 호텔, 몬트리올 <사진출처 : dezeen>



수직으로 뻗은 공간감과 간결한 디테일은 남성적(masculine)이고, 밝은 나무색과 흑백의 대비, 가구의 스타일이 주는 느낌은 젊음입니다. 그러면서도 전체적으로는 디자인의 규칙을 따르면서 안정감을 주고 있습니다. 인생에서 30대는 젊음이 주는 자유로움과 제도권이 제공하는 안정감의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가는 나이입니다. 이 공간이 제게는 그렇게 다가왔습니다. 젊음과 안정감의 사이에서 잘 균형을 잡고 있는 디자인. 그래서, 정장과 캐주얼을 잘 섞어서 입은 30대 남자가 생각났나 봅니다.



4. 몬빌 호텔, 몬트리올 <사진출처 : archi daily>



입구에 들어서면 스스로 체크인할 수 있는 키오스크(kiosk)가 있습니다. 테크놀로지 사용에 익숙한 밀레니얼 세대는 키오스크를 이용하거나 스마트폰으로 하는 체크인 시스템을 선호한다고 합니다.



5. 몬빌 호텔, 몬트리올 <사진출처 : Interior Design>



그래서 이곳의 리셉션(reception) 벽과 같은 무늬의 옷을 입고 배경처럼 있어도 괜찮습니다. 리셉션은 호텔에서 모든 손님들이 반드시 들러야 하는 중요한 곳이 더 이상 아니기 때문에 로비에서 주인공 자리를 내줄 수밖에 없었습니다.


엘리베이터에서 얼쩡거리는 저 귀여운 녀석은 로봇 버틀러(robot butler)입니다. 손님이 룸서비스를 시키면 방으로 배달해 주는 임무를 맡고 있습니다.


6. 음식을 배달하고 돌아가는 로봇 버틀러 <사진출처 : ameba>



7. 몬빌 호텔, 몬트리올 <사진출처 : Interior Design>



키오스크 뒤편에는 격자무늬(plaid pattern)의 소파세트(sectional sofas)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호텔 로비가 펼쳐집니다. 로비는 큰 오픈 스페이스로 계획되었는데 각 기능들이 명확하고 효율적으로 구분되어 있는 평면에서 디자이너의 내공을 느낄 수 있습니다. 


벽이나 바닥과 같은 건축적 마감재를 패턴 없이 밋밋하게 만들고, 소파와 러그(rug)에 패턴과 악센트 색을 부분적으로 넣어 주면서 '밋밋함과 패턴 있음'의 적당한 비율을 맞췄습니다. 패턴과 악센트 색은 공간을 좀 더 안락한 느낌이 들게 만들고 있습니다.



8. 몬빌 호텔, 몬트리올 <사진출처 : dezeen>



로비 한가운데 박힌 기둥들은 처음에는 디자이너에게 골칫거리였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적어도 제 눈에는) 기둥은 공간에서 가장 사랑스러운 오브제가 되었습니다. 흰색과 검은색을 분할해서 위아래의 마감을 달리했고 그 경계선에는 검은 금속 띠를 두르고 더듬이 같은 등기구를 달았습니다. 17개 층의 무게를 받치느라 거친 근육을 드러내고 서 있던 기둥들은 그런 임무 따위는 잊어버리고 말끔하게 차려입은 세련된 신사가 되었습니다.



9. 몬빌 호텔, 몬트리올 <사진출처 : dezeen>



3층으로 쌓은 나무상자와 흑백사진의 콜라주로 만든 벽 디자인도 놓치지 말아야 합니다. 흑백사진은 몬트리올 출신의 사진작가가 몬트리올의 거리를 찍은 사진들입니다. 요즘의 호텔들은 디자인을 통해 그 지역성을 드러내고 싶어 합니다. 몬트리올에 왔으니 몬트리올을 느끼고 싶은 게 요즘 손님들의 마음입니다.

 


10. 몬빌 호텔, 몬트리올 <사진출처 : dezeen>



로비의 맨 안쪽은 레스토랑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집니다. 섬(island)처럼 만들어진 바는 중앙 무대가 되어서 사람들의 주목을 끌고 있습니다. '흰 바탕색 + 밝은 나무 + 코냑 색 가죽의자 + 흰 대리석 테이블 + 약간의 검은 금속 + (약간의 황동 느낌, bronze or brass frame)'의 조합은 사실 많은 디자이너들이 사용하는 공식 같은 것이 되어버렸습니다. 하지만, 반대로 말하면 그만큼 아름다운 조합입니다. 몬빌 호텔이 마음에 드셨다면 여러분도 집에 사용해 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아메바 씀. 

매거진의 이전글 벽이 삭막한 호텔방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