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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크레이지보이 Apr 27. 2024

내게 ‘빠지는’ 것이란?

나란 사람에 대한 돌아봄


언제부터일까?

공황장애와 우울증을 핑계 삼으며 매일같이 술독에 빠져 산 탓일까?

그토록 먹고 먹던 술들이 모여 나는...

지금의 퉁퉁하고 복어대가리 같은 현재의 얼굴이 되어버렸다.

공황장애 진단을 받고 절대안정을 외치던 대학시절


돌아갈 수도 없는 과거의 나를 들먹이며 “난 결코 이 모습이 아니었어 “, ”난 나름 괜찮게 생긴 녀석이었다고! “ 라며 현실을 부정한다. 웃기지도 않다. 그러면서 나는 여전히 ”빠질 것이야 “라고 되뇌며 근거 모를 희망가를 부르고 있다. 그러면서 마음속에 또 한 번 다짐한다. “난 반드시 빠질 것이야.”

복어대가리가 되기 전, 술 좋아하기 전, 우울증과 공황장애 겪기 전

단체생활과 규율은 이상하리만치 내게는 답답하게 다가왔다. 특히 군시절 첫 100일 휴가 때 일인데, 난 보통의 신병들이 첫 휴가를 받아 집에 도착하면 무사히 도착했다고 반드시 부대에 해야 하는 휴가보고를 하지 않았다. 휴가를 마치고 자대에 복귀하자마자 소대장은 내게 왜 보고를 하지 않았냐며 솔직히 말하라 물었고 난 ‘솔직히’라는 말에 꽂혀 너무나도 솔직하게 “귀찮아서 안 했습니다… 쩝”라고 귀찮다는 듯 받아쳤다. 노란 견장 신참 병아리가 전 부대 완전 군장 기합을 받게 한 우리 부대 최초의 사건이 아닐까 싶다. 그 이후는 안 봐도 비디오…나의 군생활은 꼬일대로 꼬이기 시작했다. 난 정말 그 조직에서… 규율에서… 군바리들에게서 탈영하듯 “빠지고 싶었다.”

군시절 부산항에서 동료들과 함께 찍은 사진(가운데)



그런데 난 또 자존심은 겁나리 만큼 세다. 누군가 나를 무시한다고 느껴지면 어떻게든(소심, 대심) 복수하고야 마는 집념의(?) 성향이 있다. 그럴 때는 숨겨져 있던 업무의 역량과 원래 없던 실력, 오버된 트릭까지 모두모두 모으고 모아 아무도 모를 나만의 복수를 감행한다. 어려운 일도 아니다. 평소엔 양심적이려노력하고 배려심 많은 나이지만 누군가에게 무시를 당하면 나도 모르게 복수를 가슴에 품은 투사가 된다. 쫓아내거나,내게 충성하게 만들거나…임무가 완수되면 난 아무 일 없었다는 둥 언제 그런 일이 있었냐는 둥 “쏙 빠져버린다.”


경기도청 청정계곡 정비사업 총괄PM 근무 당시


난 다양한 경험의 소유자다. 아마 내 전공 계통의 분야에서 굳이 따지자면 그 어렵다는 ‘그랜드슬램’을 달성했다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남들은 못 들어가서 안달인 국내에서 가장 큰 NPO들을 전전했고, 어린 나이에 전국 최연소라 할만한 자활기관의 실장, 서울시 핵심사업 단장, 심지어 운도 좋아 광역지자체 핵심사업 5급 사무관 상당의 일도 경험했다. 최근엔 대선캠프에 뛰어들어 전국을 누비며 파란 깃발을 휘날리기도 했다. 꾸준히 한 곳에서 일하고 있는 내 학교, 직장 동기들은 지금 돈도 나름 잘 벌고 안정적으로 높은 직위에 올라 잘 살고 있는 것 같더라. 그런데 난 그들과는 정 반대의 길을 살아왔다. 현장이 좋았고 남들이 안 하는 일을 하고 싶었고 새로운 일에 도전하는 것, 나를 필요로 하는 곳에서 임무를 수행하는 게 나에게 행복한 감정에 “빠져들게 했다.”

아름다운가게 활동가 시절


이렇듯 난 착한 것 같지만 복수심도 많고, 잘 어울릴 것 같지만 사람들과 잘어울리지도 못하며, 앞으로의 미래보다는 과거에 사로잡혀 여전히 옛 것, 옛 삶을 그리워하는 우울감에 허덕이는 답답이다. 그런데 참 이상하지? 이런 모자란 나를 좋게 봐주는 사람들이 늘 주변에 있다. 어려운 일이 생길 때마다 내게 손 내밀어 주시고 연결해 주시는 분들이 주변에 늘 있다. 왜일까?

내게 어떤 매력이 있어(?) 그들은 이토록 바보 같은 나에게 “빠져든” 것일까?


앞으로 글을 쓰고 나를 탐구하며 그 비결, 나란 존재에 대해 캐내련다. 그럼 더 이상 부정적인 나에게 빠져, 술독에 빠져, 자괴감에 빠져있는 내가 아닌 이정인이라는 자아와 사랑에 빠져 좀 더 희망찬 삶을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앞으로가 기대된다.


나는 산에 있을때 가장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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