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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은 Oct 03. 2023

넣고 끓인다고 되는 건 아니지만

아마 여름부터였을 거다.

남편이 갈비탕을 끓여달라고 했던 건.


지난 설에 찜용 갈비가 선물로 들어왔고 차일피일 미루다 추석이 다가오고 있었거든. 이왕 이렇게 된 거 찜보다는 탕이 낫겠다 싶었고, 어차피 찜용 갈비나 이나 탕용 갈비나 뭐라도 상관없었다. 오히려 고기가 더 많이 붙어있으니 먹기에도 좋겠다 싶었고. 다만, 아직 더우니 날 선선해지면 끓여주마 약속했었지.


뜨거운 여름이 밀어내며 추석이 지났고, 어느덧 약속한 선선한 날이 되었다. 어쩐지 더는 약속을 미룰 수 없었다. 


"그냥, 넣고 끓이면 되는 거 아냐?"

라고 모르는 소리를 하던 사람.


물을 갈아가며 핏물을 빼고, 살짝 데치듯 초벌로 삶아내고, 붙어있는 기름기를 제거하고, 파와 마늘 등 향신채 준비까지 하는 모습을 보고 나서야 생각했던 것처럼 '넣고 끓이기만 하면 되는'게 아니라는 걸 알았다고 했다. 괜히 번거로워진 것 같다며 마누라를 귀찮게 만들었다고 미안해하기도 했지. 찬기운에 식히고 위에 굳어 앉은 기름을 한 번 더 제거해줘야 한다는 것까지는 몰랐을 텐데도. 그런데 찜이나 탕이나 다를 게 있을까. 그리고 넣고 끓이는 게 아주 틀린 말은 또 아니기도 하고.


어떤 음식이라고 이 정도의 손이 가지 않을까.

그저, 그런 수고를 알아주니 되었다.

그 덕분에 함께 맛있게 먹었으니 된 거다. 


뿌리삼까지 넣었더니 한방갈비탕을 먹는 기분이다. 

집에서 끓여서인지 국물이 참 깊으면서도 뒷맛이 깔끔하다.

역시 우린 찜보다는 탕이야. 

여름을 보내고 이불 끝을 잡아당기는 계절에 끓이게 되어 참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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