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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Zora Jul 12. 2018

[친구] 꿈 세계로의 안내자

고혜경

내가 나를 힘겨워할 때가 있다. 가뭄으로 말라붙은 땅처럼 마음 밭에 선명한 균열이 이리저리 그어질 때가 있다. 풍요를 안겨주려고 의도했던 나의 말, 나의 손짓이 도리어 생명력을 빼앗아 가버릴 때가 있다. 마이더스의 손처럼.. 이렇게 앞으로도 뒤로도 갈 수 없었을 때, 인생에 또 하나의 숨겨진 축이 있음을 발견하게 되었다. 그 축을 더듬더듬 짚어가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수 많은 공간과 억겁의 시간이 자유자재로 변형되는 한 차원이 더해진 세계를 발견했다. 그곳에서 내 말라붙은 땅을 다시금 비옥하게 해줄 물줄기를 찾을 수 있었다.


고혜경 선생님은 꿈이라는 축을 만나게 해주고 그 세계의 결을 느끼는 법을 가르쳐준 스승이다. 지인을 통해 알게 된 고혜경 선생님의 꿈수업… 이곳에 선생님이 초대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특징이 참 흥미로웠다. 물론 꿈에 관심을 갖고 개인의 변화와 성장을 추구하는 사람들에게는 다 열려있지만, 특별히 교육자, 상담가, 종교지도자, 예술가, 그리고 시민활동가들을 초대하고 싶어하셨다. 여섯 명이 함께 했던 우리들의 꿈수업은 나를 여러모로 울고, 웃고, 치유해주고 넓혀준 시간이었다. 꿈수업 외에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사람들이었기에 가장 내밀한 얘기들을 할 수 있었고 출구가 없는 것만 같던 나의 인생에 꿈은 수 많은 화살표를 곳곳에 심어두며 그 문의 방향을 알려주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타인의 꿈 분석에 참여하는 시간은 나의 아픔에만 집착하던 시선을 타인의 아픔까지 볼 수 있도록 확장시켜주는 시간이 되었다.


선생님의 꿈수업을 통해 배운 또 한가지는 신화를 읽어가는 방법이다. 꿈과 신화 (민담, 동화 등도 포함하여)의 구조는 동일하다. 그리고 이러한 구조와 친숙해지면서 진실은 은유로 밖에, 이야기로 밖에, 상징으로 밖에 표현될 수 없다는 것을 서서히 깨닫게 되었다. 예수회 소속 신부였던 앤소니 드 멜로는 ‘인간과 진실을 이어주는 가장 가까운 지름길은 이야기’라고 하며 가장 심오한 진실은 단순한 이야기로 표현될 수 밖에 없다는 점을 지적하였다. 이러한 깨달음과 함께 성경을 보는 눈도 한 차원 새로워졌다. 성경을 ‘사실’로만 보는 문자주의 신앙이 왜 그리 빈약하게 느껴졌었는지 이해하게 되었다. 보이지 않고 온전히 표현되어질 수 없는 어마어마한 세계의 ‘진실’을 ‘사실’로만 격하시키면 가장 중요한 것을 놓치게 된다. 유한한 글자가 무한한 진실을 담아내기 위해 무던히도 애쓴 그 흔적들을, 그 상징들을 불러낼 때 성경은 더욱 살아서 이야기하기 시작한다.


의식하든 의식하지 못하든 모든 인간은 신을 갈망하는 것 같다. 가시적인 세계 너머에서 가시적인 세계를 가능하게 하는 그 무언가에 대한 갈망… 고혜경 선생님과 함께 한 꿈수업은 이처럼 신과 보다 가까이 할 수 있게 해준 하나의 선물이었다. 그래서 삶이 메말랐을 때에, 신과 멀어진 것 같을 때에, 그 마르지 않는 샘을 찾아 나서곤 한다…꿈을 통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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