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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 웨이스트 챌린지와 정수기 생활

베트남에서 페트병 물 먹지 말고 정수기 생활하세요

생활 쓰레기가 너무 많아졌다


 유치원 시절, 한국 수자원공사 견학을 가서 물이 어떻게 정화되고 도시에 공급되는지 그 과정을 눈으로 직접 경험해 보았었다. 시골 할머니 댁에 가면 산에서 내려온 청정하고 맑은 약숫물을 그대로 마셨었고, 성인이 되어서는 서울시의 '아리수' 캠페인과 지하철역사에 설치된 아리수 음용대를 보며 "우리나라의 물은 정말 깨끗하고, 믿고 마실 수 있다"라는 인식이 더욱 강해졌다.

 반대로 베트남에서는 마시는 물에 대한 불신이 강했다. 베트남의 물은 석회질 성분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베트남 생활의 초반은 플라스틱 생수를 사서 마셨다. 2년 전 글에서 언급했던 것과 같이 '과연 정수기가 석회성분을 전부 걸러줄 수 있는 것이 맞을까?' 하는 불안감 때문이었다.

 나는 집에서 요리를 많이 하기 때문에 일주일에 한 번씩 12병이 들어있는 아쿠아피나 1.5L 생수 한 박스 씩 주문을 했고, 여기에 5~6L짜리 대용량 생수도 추가로 구매했다. 밥 한 번 지을 때마다 1.5L 생수 한 병은 기본이었다. 뿐만 아니라, 탄산음료와 주스도 즐겨 마시기 때문에 코카콜라 영업소에서 묶음 단위로 콜라와 주스를 구매하기도 했다.

집 근처 코카콜라 영업소에서 주문한 물과 음료. 제로 웨이스트와는 거리가 정말 멀었다

 그러다 보니, 집에서 배출하는 플라스틱 쓰레기가 너무 많아졌다. 1.5L 물병만 배출한다 해도 한 달이면 최소 48개의 플라스틱 병을 이 땅에 버리고 있었다. 심지어 베트남은 아직까지는 분리수거 생활과 거리가 멀다. 몇몇 (주로 일본계) 아파트 단지에서만 쓰레기 배출 시 분리수거를 권장할 뿐이고, 분리수거를 하지 않고 쓰레기를 배출한다고 해서 해당 주민에게 벌금을 청구한다거나 주의를 주는 일도 없다. 선진 시민의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분리수거를 해서 배출하고, 아니면 그냥 아닌 것이다.

 

남의 나라라고 생각 없이 쓰레기를 배출하고 있는 것 같아. 지구는 하나인데...

 코로나19로 인해 집에서 머무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배달 및 포장 서비스가 급증했다. 실제로 환경부 통계에 따르면 2020년 상반기 플라스틱 폐기물 발생량은 하루 평균 848톤으로 전년 대비 15.6%, 비닐 폐기물은 하루 평균 951t으로 11.1% 증가했다고 한다.

[촐처: TAPP Water] How many people consume bottled water globally

 베트남은 코로나 이 전부터 외식문화가 발달한 나라이다. 여기서 외식문화라 하면, 한국인이 생각하는 그런 식당에서의 외식이 아니라 길거리의 저렴한 현지 음식을 일회용 용기에 포장해서 먹는 것이 동남아의 외식문화라고 하는 것 같다. 일반적인 보통의 베트남 집에는 부엌이 있다 한들 집에서 요리를 해서 먹을 수 있을만한 부엌이 결코 아니다.

 때문에 베트남의 길거리를 걷다 보면 일회용 쓰레기가 마구잡이로 버려져 있고, 오토바이 타고 가다가 휙 던진 것 마냥 대로변에 비닐봉지며 일회용품들이 잔뜩 버려져 있는 것도 정말 쉽게 볼 수 있다.

 이런 세상을 보고 살다 보니 나 또한 쓰레기 배출에 무감각해지는 생활에 동화가 된 것일까? 한국에서는 분리수거 배출이 더욱 엄격해지고만 있는데, 나는 남의 나라라고 생각 없이 쓰레기를 만들고 버리는 것이 아닐까?

 지난번 아파트 단지 옆의 어마어마한 쓰레기 매립지를 목격했던 그 날을 계기로 나의 생활에 몹시 반성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사와 함께 정수기 설치를 진행해며, 플라스틱 생수를 더 이상 소비하지 않는 삶을 살기로 마음먹었다.


환경보호를 위한다면, 베트남에서도 정수기 생활하세요.

 연수기와 마찬가지로 정수기도 퓨**로 선택했다. 호치민에는 쿠*와 청**** 정수기도 모두 입점 되어 있지만, 베트남 물 사정 및 생활의 이것저것을 가장 잘 알고 있는 퓨**이 가장 믿음직했다.

 퓨** 정수기는 주방 3단 연수기 설치가 필수로 진행된다. 연수기의 3단계 필터를 통해 필터링된 물은 다시 정수기의 1, 2, 3번 필터를 통해 마실 수 있는 물로 정수되어 나온다.

정수기 설치 구조. 퓨**은 정수기 사용을 위해서 연수기 설치가 필수다.
정수기 설치 샷

 물 맛 역시 합격이다. 한국에서 사용하던 쿠* 정수기의 물 맛과 매우 똑같다. 역시 물은 플라스틱 생수 물보다 정수기 물이 맛있는 것 같다.


 그런데 최근에 베트남 신선식품 배송 업체가 주선한 소비자 미팅에서, 집에 이렇게 정수기를 설치해 놓고도 '베트남 물이 불안해서' 식수로는 사용을 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물론 나도 정수기를 설치하기 전까지는 베트남의 석회성분 물에 대한 불신으로 정수기 역시 신뢰하지 않았다. 지금도 베트남의 수도 자체는 신뢰하지 않는다. 다만, 그 불안을 해결 해 주는 연수기와 정수기를 믿고 사용할 뿐이다. 

 베트남의 석회질 물을 걱정한다면 유럽의 사례도 찾아봤을 것이다. 유럽도 베트남과 똑같이 석회성분의 물이지만, 그들은 환경보호를 위해 플라스틱 물보다 검증된 필터로 정수된 탭워터 마시기를 권장하고 있다. 그 까다로운 미슐랭 평가단 역시 깨끗하게 정수된 탭워터를 주문 해 평가 요소로 측정한다. 테라포밍 기술까지 개척하고 있는 인간이 식수 속의 석회질 성분 하나 쉽게 거르지 못할까!

 자료를 찾아보다가 유럽의 'TAPP Water'라는 정수필터 업체를 알게 되었는데, 심지어 이 필터는 수도꼭지에 설치하는 구조로 정말 작고 간편하게 생겼다.

[출처: TAPP Water 유튜브] TAPP Water 제품 설치 가이드

  이 작은 필터 하나가 물속의 불순물, 석회, 중금속, 미세플라스틱, 박테리아, 염소, 농약, 미생물, 등을 걸러준다고 하니, TAPP Water 경영진들이 우리 집에 설치한 연수기 및 정수기를 본다면 극도로 오버스럽고 유난스럽다고 생각할 것 같다.

[출처: tappwater.co/en]

 


플라스틱 생수를 먹지 않아 좋아진 점

 플라스틱 생수를 사 먹는 생활에서 다시 정수기 생활로 돌아오니 눈에 띄게 좋아진 부분이 몇 가지 생겼다.

 첫 번째, 피부가 다시 좋아졌다. 플라스틱 생수를 마시게 되면 미세플라스틱을 함께 섭취하게 된다는 뉴스는 많이 접했을 것이다. 그동안 우리는 알면서 어쩔 수 없이 미세플라스틱을 섭취해 왔었다. 그것이 원인 중의 하나였을까... 우리 둘 다 피부 트러블이 너무 심해졌다. 하지만 플라스틱 생수를 끊고 정수기 생활을 하면서 우리의 피부가 눈에 띄게 다시 좋아졌다. 다시 한국에서처럼 뾰루지 하나 없이 정말 좋아졌다.

 두 번째, 냉장고 효율 UP! 우리는 한국인 집답게 냉장고를 2개 쓰고 있다. 하나는 음료수 냉장고, 하나는 식재료 냉장고 이렇게 구분하여 사용하고 있다. 그런데 그동안 음료수 냉장고와 식재료 냉장고 가득 1.5L 생수로 채워놓고, 물을 마실 때마다 냉장고를 계속 여닫고 하다 보니 냉장고의 효율이 좋지 않았던 것 같다. 제일 낮고 세게 해 놓아야 시원했다. 하지만 정수기 생활로 돌아오니, 물을 마시기 위해 냉장고를 여닫을 필요가 없어졌고, 따라서 적당한 온도로 설정해 놓아도 다른 음료수들이 시원했다. 또한 식재료 냉장고도 식재료 보관 용도로만 사용할 수 있게 되니, 재료의 보관 기간도 길어지고 냉장고에 맛있는 음식들로 가득 채워 놓을 수 있게 되었다.

  번째,  떨어질 걱정 없이 마음껏 마시고 사용! 시어머니께서는 '물은 사 먹는 것이 아니다'라는 가치관 아래, 정말 일찍부터 정수기 생활을 하셨다. 집집마다 정수기가 흔하지 않던 시절부터 얼음 나오는 정수기를 사용했던 집이다. 그렇다 보니 남편은 정수기 생활이 당연한 사람이고 나 또한 그런 생활방식을 따라서 하다 보니 베트남에 건너와서 물을 사 먹는 생활이 너무나 불편했다. 무엇보다 마음껏 요리를 할 수가 없었다. 밥 한 번 짓는 데 1.5L 생수 한 병을 사용하고, 여기에 재료 손질 시 무조건 생수로 헹구다 보니 간단한 요리 하나 하려 해도 생수 한 두병은 기본이었다. 이렇다 보니 물이 떨어지기 전에 물을 다시 사놓아야 하는 일이 스트레스가 되었고, 너무나 힘들었다. 과정이 많은 요리를 할 때에는 6L짜리 물이 최고라서 또 그 물을 집 앞 마트에 가서 양 손에 2병씩, 총 24L의 물을 사서 들고 오고 하다 보니 내 손목도 망가지고 있었다. (장바구니 카트 구매 전, 양 손에 6L 물 두 병씩 들고 가는 나를 보고 마트 캐셔들 눈이 휘둥그레 해 지곤 했다...)

내 손목을 앗아간 LaVie 6L 생수...

 이제는 다시 정수기가 생겨서 요리할 때 물을 마음껏 쓸 수 있다는 것이 너무나 행복하다. 뿐만 아니라 시시 때때 언제든지 찬 물, 뜨거운 물 마실 수 있고, 물이 떨어지기 전에 물을 사야 한다는 스트레스에서 벗어날 수 있어서 너무 좋다.


베트남에서 먹는 물 어떻게 하시나요?

 베트남 생활을 막 시작했을 때, 물에 대한 걱정이 정말 많았었다. 그래서 초반에는 한국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물 어떻게 쓰세요?'라고 물어보고는 했다. 만약 그때의 나처럼 물에 대한 걱정과 고민이 있는 분이 나에게 이 질문을 하게 된다면, 지금의 나는 "플라스틱 생수물 마시지 말고 연수기랑 정수기 설치해서 쓰세요."라고 답할 것이다.

 물은 인간의 생명을 유지하는 데 필수적인 요소이며, WHO에서 권장하는 하루 물 섭취량은 1.5~2L이다. 전문가들이 계속해서 "건강을 위해 물을 많이 마셔라" 할 때마다 아이러니하게 우리는 지구의 한정적인 자원인 물을 더욱 많이 소비하게 될 수밖에 없다. 물 소비가 늘어나고 있는 마당에 지구를 오염시키는 일까지 해서는 안될 것 같다. 우리의 지구와 더 오래 함께 살아가기 위해서, 인간의 기술력을 믿고 정수기 생활로 돌아가 보는 것이 어떨까. 특히 분리수거가 일상화되지 않고, 어딜 가나 비닐봉지를 헤프게 사용해서 환경오염이 정말 걱정되는 베트남이라는 나라에서 플라스틱 생수 소비를 중단하는 작은 실천으로 환경보호에 앞장서 보는 것이 어떨까.



※컨텐츠에 언급된 브랜드로부터 광고료 등을 일절 받지 않고 작성한 글입니다. 가독성을 위해 브랜드명을 전부 언급했었지만, 독자분들의 오해가 있을 수 있다고 판단하여 일부 브랜드명을 삭제, 수정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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