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호찌민시 코로나19 생존 기록
코로나19로 치킨 배달이 중단되면 생기는 일
사실 우리는 16호 첫날까지만 해도 꽤나 긍정적이었다. Grab 어플에서 'Bike(오토바이 택시)'와 'Food(음식 배달)' 아이콘이 바로 사라졌지만 '설마 한국 식당 1개라도 문 안 열었겠어?' 하는 희망을 가지며 단골 식당에 주문을 넣었다.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이란 말인가. 16호 지시령의 요식업 금지는 정말이었다. 코로나 보복 심리로 맛있는 거라도 배부르게 먹고사는 게 유일한 즐거움이었는데 우리의 단골 집들이 모두 문을 닫았다. 집밥이 지겨워지는 주말에 입맛을 돋우는 참치와 활어회를 더 이상 먹을 수 없게 되었고, 평일 일하느라 정신없을 때 빠르게 먹고 치울 수 있는 중국집 짜장면과 짬뽕도 잠시 안녕이고, 늦은 밤 야식 당길 때 찾는 맥도날드 딜리버리도 잠정 중단이다. 한국이었더라면 정말 있을 수 없는 결정이다. 자영업자의 생계를 위협하는 결정이라니...! 더구나 시행 하루 이틀 전에 구체적인 것들이 결정되고 갑자기 시행되는 것이 베트남 호찌민시의 현 상황이다. 그만큼 현재 베트남 국내의 코로나 감염 상황이 심각하다는 것으로 생각해 볼 수 있다. 어떤 아파트 단지에서는 메이드의 출입이 금지될 정도다. 베트남 비자도 조금 더 까다로워져서 어쩔 수 없이 귀국을 해야 하는 사람들도 속속 생겼다.
어쩐지... 7월 7일에 샤*마켓 주문 폭주 난리가 났던 '나만 몰랐던' 이유가 있었던 것이었다. 7일 하루 종일 어플의 첫 화면에 '신규회원 주문 폭주로 배송이 지연되었다'는 안내 공지가 떠 있었다. 한국보다 더 '배달의 나라'인 베트남에서 요식업 포장판매를 중단하자 먹고살기 위해 집밥 요리를 해 보기 시작한 사람들이 대거 증가한 것인가? 아니면 사재기 현상? 그럼 우리도 품절되기 전에 빨리 사야 하는 거 아니야?
7월 한 달을 어떻게 보냈는지 정신이 없을 정도로 하루 세끼(+네 끼) 식재료 구매는 전쟁 같았다. 7월 10일 미국에서 지원한 모더나 백신 200 만회분이 하노이에 도착하여 베트남 보건부의 공식적인 백신 접종 사이트도 오픈하였지만, 호찌민시의 확진자 수는 계속해서 급증하고 있었다. 기존 예정되었던 2주간의 16호 거리두기가 8일 더 추가 연장되었다는 소식이 들려왔고, 7월 15일부터는 호찌민시 내 모든 공장과 기업을 대상으로 업무 중단이 시행되어 공급이 불가능한 업체가 발생하면서 식량 사재기가 더욱 급증하는 분위기였다. (*참고 - 호찌민시에서는 7월 15일부터 공장/기업에서 먹고, 자고, 일하는 경우 이외에는 업무 중단이 되었다. ①먹고, 자고, 일하는 3 Tai cho 방안을 수행 가능한 기업 ②회사 기숙사/호텔/근로자 집중 체류 소에서 공장/기업으로 출퇴근 버스·차량을 운영 가능한 기업, 이 두 조건 중 하나를 충족하는 경우에만 업무 가능하며 공장이 아닌 기업 오피스도 포함된다.)
뭘 사려고 장바구니에 담아 놓으면 품절이 되어버리고, 내가 필요한 것들만 꼭 골라 빠르게 품절이 되어 버리고 있었다. 간신히 물건을 골라 담고 결제를 하려는데 배송 가능한 시간이 +3일 후였다. 식재료를 고르는 중에만 해도 +2일부터 배송 시간을 선택할 수 있었는데, 잠시 고민하는 사이에 원하는 배송 시간이 계속해서 빠르게 마감되어 버려서 3일 후에나 배송을 받을 수 있었다.
신선식품은 입고되자마자 품절, 마트 매대는 텅텅. 긍정 모드로 버티기
7월 호찌민시 상황은 점점 더 심각해지기 시작했다. 공장 영업 중단과 도로 검문 강화 등으로 식재료와 부자재 수급 자체가 어려워졌다고 한다. 또한 호찌민시 내에서도 군에서 군으로 이동이 제한되어 있고, 도로마다 바리케이드를 세워 놓고 통행을 엄격하게 관리하고 있어서 배송 직원의 On time 배송이 어려운 상황이 계속해서 발생하기 시작했다. 오전 배송이 오후로, 오후 배송은 다음날 오전으로 지연되는 상황과 당일 배송은 꿈도 못 꾸는 상황일 정도로 난리가 났다. 샤*마켓뿐만 아니라 마**이공, 에*마트, 미**스터 등 호찌민시 내 식재료 배송·유통업체가 정말 난리가 났다. 계란이 입고되자마자 바로 품절되어 버렸고, 그 많은 종류의 한국 라면이 죄다 품절이었다. (우리가 못 먹는 매운맛 라면 빼고...) 식재료 품절 사태와 믿기지가 않는 배송 지연 상황을 보고 있자니, 하필 이 사달이 나기 전 발행한 글에서 '배송시간'에 대해 지적했던 것에 대해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현재 상황에서는 이렇게 하루 늦게라도 가져다주는 게 고마울 따름이다. 오프라인 마트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16호가 시작된 첫날, 케이마트 매대에 물건이 텅텅 비었고, 우리 동네 유일한 마트도 채소, 과일, 계란... 전부다 텅텅 비어 있었다.
'일찍 일어나는 새가 벌레를 잡아먹는다'는 말이 떠올랐다. 기나긴 락다운 기간 동안 아침잠이 많아지고 있었는데 아침 6시, 8시에 알람을 맞춰놓고 다시 부지런히 일어나기 시작했다. 로비에 바로 내려갈 수 있는 차림으로 새벽 배송을 기다리며 잠시 거실 소파에서 쪽잠을 자고, 한국 정육점의 첫 주문 시간이 '땡' 하자마자 주문을 넣었다. 동네 마트 오픈 시간에 맞추어 나가서 추가적으로 필요한 물건을 사 오고, 하루 종일 신선식품 배송 어플을 들여다보면서 재입고되는 상품이 있으면 장바구니에 담아 넣었다. 이렇게 부지런한 주부 모드로 고강도 사회격리를 버틸 수 있는 당분간의 식재료, 생필품 재고를 채워 넣었다. 무엇보다 미뤄지면 미뤄지는 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스트레스받지 말고 상황이 흘러가는 대로 마음을 편하게 먹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