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뚝이샘 Oct 19. 2022

"눈 감아. 얼른 자."라는 엄포 대신

늦게까지 안자는 아이에게 이렇게 말해주세요.

잠자리에 누운 8살 둘째가 안자고 계속 말을 걸어요. 종일 뛰어놀았던지라 눈 감고 5분만 있으면 틀림없이 잠이 들 텐데, 아이는 잠자기를 거부하기라도 하는 듯 별별 쓸데없는 질문을 쏟아냅니다.


“내일 물어봐.”

“눈 감고 열만 세. 하나, 둘, 셋….”

이렇게 말하며 잠을 청해 봤지만 다섯까지 세면 다시 눈을 부릅뜨고 입을 엽니다. 자려고 누운지 30분이 넘도록 이러자 슬슬 짜증이 올라왔죠.     


“엄마가 이제 화나려고 해. 그만 말하고 눈 감아. 얼른 자!” 라고 했더니,

“왜? 왜 화가 나려고 하는 거야?” 라고 되묻더군요.

진정 모르는 눈치였어요.


“왜냐하면, 음.. 음....”

이유를 말하려는데 그만, 말문이 막혔습니다. 네가 자야 엄마도 자는데, 네가 안자니 엄마도 못 자서 화가 난다고 하려니 옹졸한 엄마가 될 것 같았습니다. 네가 얼른 자야 밀린 집안일도 하고, 장바구니에 담아둔 간식과 생필품을 살 짬이 생긴다는 것도 엄마가 화난 이유라기에는 궁색하게 느껴졌어요.      


“엄마가 화난 게 아니고 네가 이제 잤으면 좋겠다는 거야. 늦었잖아. 자야 할 시간인데, 안자니까. 어서 자라는 소리야.”


“그럼 화난 게 아니야? 근데 왜 화난다고 했어?”


“아~ 엄마가 화 난 줄 알았어. 그런데 화난 게 아니었네. 엄마가 기분을 잘 몰랐어.”


“그럼 엄마 화 안 난거지? 이제 자야겠다!”     


아들은 엄마가 화가 나지 않았음에 안심하고 곧장 잠이 들었습니다. 분명 화가 난 게 아니었어요. 빨리 자면 좋겠다는 바람이었습니다. 마음을 전하면 될 일에 하마터면 화를 낼뻔했습니다.

아이가 늦게까지 안자면 엄마로서는 힘이 듭니다. 아이가 자야 엄마도 육퇴 후 자유와 쉼을 얻을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빨리 안 잔다고 아이에게 화를 낸다면, 엄마의 위협적인 메세지로 하루를 마무리하게 됩니다.

매일의 끝맺음이 엄마의 차가운 눈빛과 날카로운 명령이 된다는 건 슬픈 일입니다. 매서운 엄포는 사랑하는 아이에게 엄마가 전하고 싶은 마음이 아닐 것입니다.

빨리 재우려고만 하면 조급해집니다. 편안하고 자연스럽게 잠들게 하려면 다그치지 말아야 해요. 숙면을 취하기 위해 잠자리는 포근하고 편안해야 합니다. 고마운 일, 행복한 일, 좋았던 일을 떠올리는 긍정적인 대화로 기분 좋게 하루를 마무리해봅시다.      


“오늘 하루 행복한 일 뭐였어?”

“오늘 하루 기분 좋은 일 3가지 말해보자.”

“엄마가 먼저 오늘 감사한 일 3가지를 말해볼게!”     


아이는 다채로운 경험을 하며 하루를 보냅니다. 하루 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 부모가 다 알 수 없고 통제할 수도 없죠. 다만 아이를 엄마, 아빠의 품에서 재우는 동안만큼은, 하루의 마지막 장면을 부모가 만들 수 있어요. 아이의 성장과 발달을 위해 제시간에, 되도록 일찍 잠드는 것이 중요하지만 기분 좋게 잠들게 하는 것 또한 중요합니다.      

작가의 이전글 "어쩔티비 저쩔티비" 아이에게 해줄 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