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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뚝이샘 Dec 04. 2022

뻔한 거짓말을 하는 아이에게 해줄 말

"엄마는 거짓말하는 거 제일 싫어해"라는 말 대신


"거짓말 하면 못 써! 정직해야지." (금지)


"엄마가 속을 거 같아? 뻔한 거짓말을 왜 해?" (면박)


"엄마가 거짓말 하지 말라고 했어, 안했어?" (추궁)


"너 학교에서도 이래? 선생님 앞에서도 이렇게 거짓말 해?" (증폭)


"자꾸 거짓말 하면 아무도 네 말 안 믿어줘!" (공포)


"누가 너더러 백점 맞아 오래? 엄마는 거짓말하는 사람 제일 싫어해. 양심이 있어야지!" (죄책감)


"한번만 더 거짓말 해봐. 진짜 혼날 줄 알아." (경고) 



숙제 안했는데도 했다고 하고,


틀렸음에도 점수를 백점으로 조작하는 아이를 보면


걱정이 됩니다. 


그런데 유아부터 초등저학년 시기의 아이들에게 거짓말은 보편적이에요.


1학년 받아쓰기 시험은요, 점수 조작만이 아니라 컨닝도 많아요.


친구 꺼 슬쩍 보는 소극적 컨닝부터, 받아쓰기 급수표 대 놓고 베끼는 적극적 컨닝까지 아주 흔합니다.


컨닝한다고 교사가 지적하고 야단친다면 걸릴 아이들이 한둘이 아니예요. 


그래서 많은 선생님들이 소극적 컨닝은 그냥 눈감아 줍니다. 적극적 컨닝의 경우도 


"시험 볼 때 급수표는 서랍에 넣는 거예요."라고 언질만 주고 넘어가고요.


짝궁이 "선생님 제 짝이 제꺼 봐요."라고 일러도 불러다 야단치거나 크게 반응하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사실 모른다고 아예 손놓고 있거나 틀린 답을 쓰는 것보다 베껴서라도 제대로 써보는 게 공부가 되기도 하고요. 



거짓말을 보는 관점이 아이와 어른이 좀 다릅니다.


어른에게 있어 거짓말은 도덕성의 단면이나, 아이들에게는 상상의 일환입니다.


아이들은 상상을 즐겨하다보니 이야기를 지어내는 걸 재미있어 해요. 


시험 점수를 조작한 것도 상상력을 발휘한 게 아닐까 싶습니다.


100점 맞으면 엄마가 기뻐할 모습을 상상한 것이죠. 



혼날까봐 무서워서, 혹은 그 순간을 모면하기 위해 


거짓말로 둘러대는 경우도 있어요.


"숙제 했어?"라고 물어보면 그냥 "응"하는 거죠. 


"숙제 아직 안했어."라고 하면 혼날 거 같고, 곧 할 것이니 편한대로 둘러대는 것입니다.


"숙제 했어?"라는 확인 대신 


"숙제 언제 할거야?"라는 질문을 한다면 아이 마음도 좀 편안해지고 거짓말할 여지도 줄어들거에요.



거짓말은 나쁘다, 옳지 않다라는 도덕적 관점은 자기중심적 사고를 하는 아이들에게는 


와닿지 않고 어렵습니다.


심각하게 생각하기 보다


아이의 정상적 성장 과정으로 받아들이고 이야기해주는 것이죠. 



"괜찮아. 거짓말 안하는 사람이 어디있어. 다 거짓말 하고 살지. 


그런데 거짓말로 못 속이는 사람이 있어. 바로 자신이야. 


거짓말 하고 있다는 걸 스스로 아니까.


엄마는 괜찮은데, 너를 위해서 거짓말을 줄여봐."




"네가 거짓말을 해도 엄마는 괜찮아.


그런데 거짓말을 자주하는 게 너한테 안 좋아.


들통날까봐 조마조마하고 탄로나면 창피하기도 하잖아.


그러니까 거짓말을 줄여가 봐."



긍지와 자부심이 사람을 크게 만드는 감정이라면


수치심은 딱 그 반대입니다. 사람을 가장 작게 만드는 감정이죠.


사람은 누구나 수치심을 느끼면 마음이 움츠러들어요.


수치심을 주는 말과 행동 모두 아이에게 좋을 게 없으니, 줄여주는 게 필요해요. 



따끔한 지적의 말은 가슴에 박혀 아이를 아프게 하지만


따뜻한 이해의 말은 가슴에 와닿아 아이를 변화시킵니다.


이해해주고 다독여주면 거짓말 하는 것도 점점 나아질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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