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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n Sep 08. 2023

사람은 자신이 미워하는 사람을 닮아간다

영화 '애드 아스트라'의 관계와 아픔


*이 리뷰에는 영화에 대한 스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사람은 자신이 미워하는 사람을 닮아간다.' 이 문구는 내가 몇 년 전에 읽은 책의 내용 중 일부다. 자신이 무의식적으로 겉으로 드러내는 모습이, 자신이 그토록 싫어하는 사람의 모습이라면 얼마나 소름 돋고 무서울까. 자신에게 잔소리하는 사람이 싫을 뿐인데, 나도 모르게 타인에게 잔소리를 내뱉고, 미디어를 보며 왈가왈부하는 사람의 모습이 싫을 뿐인데, 나도 모르게 밖에서 지인들과 대화를 하며 그러한 태도를 취하고 있는 것이다.

 만일, 그 대상이 나와는 동떨어진 삶을 살아가는 연예인이라면, 나와 만날 일이 없는 해외의 누군가라면 이러한 고민에 대해서 깊게 빠져들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 고민의 가장 무서운 점은 그 대상이 바로 내 옆에 있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하루에도 수십 번, 일 년에 수천번 이상 마주치는 나의 가족, 나의 부모님, 나의 아버지. 그 존재는 계속해서 세상에 대한 부조리를 질타했고,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에서 온갖 부정한 기운을 내뿜었다. 그런 그의 곁에서 자라온 '나'라는 존재는 과연 그의 그림자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이미지 출처 - 네이버


 영화 '애드 아스트라' 속 주인 '로이'는 어린 시절부터 아버지의 그림자에서 살아온 인물이다. 그의 아버지는 유능한 우주 비행사이자 과학자였고, 그의 뒤를 잇는 수많은 과학자들이 그를 칭송했고 존경했다. 로이에게 아버지라는 존재는 모든 이들이 선망하는 신적인 대상이었고, 그 아버지라는 존재 역시 자신을 그렇게 어필해 왔다.

 어린 시절의 로이는 아무것도 몰랐다. 그저 아버지를 향해 박수치는 사람들의 모습을 봐왔을 뿐이고, 아버지를 향해 경례하고, 인사하는 이들을 마주했을 뿐이다. 그것이 전부지만, 로이에게 그러한 모습들은 새롭고, 신선하며, 때로는 무섭고, 설레는 순간이었을 것이다. 그것이 로이가 기억하는 아버지의 전부다.


이미지 출처 - 네이버


 그렇게 20여 년의 시간이 지나고, 로이가 세상을 향해 나아갈 차례가 되자, 그동안 아버지가 저질러왔던 모든 해악스러운 만행들이 로이에게 휩쓸려 들어오고야 말았다. 자신의 지위를 이용한 온갖 실험들의 결과,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동료들을 죽음으로 몰고 간 선택의 결과. 이 모든 것이, 결코 아니라고 믿고 싶었지만, 자신의 아버지에게서 시작된 일들이었다.


 로이는 그렇게 세상을 망가뜨리는 아버지를 만나야만 했다. 그가 왜 이러한 짓을 벌이는지, 그가 무슨 생각을 갖고 있는지, 세상이 궁금해하는 진실이 존재하는지, 로이는 자신의 눈으로 직접 마주해야만 했다. 하지만, 그 실체를 마주하기 위한 과정 속에서 로이가 경험한 것은 자신이 그토록 믿고 따랐던, 그렇지만 그 이면에는 그토록 증오하고 미워하던 아버지의 모든 모습들이었다. 자신을 뒷따르던 동료들을 살해하고, 오로지 자신의 주장만을 내세우며 윽박지르고 강압적으로 행동하는, 마치 아버지와 같은 자신의 모습뿐이었다. 그제야 로이는 깨닫는다. 자신은 아버지를 닮았다는 걸.


이미지 출처 - 네이버


 몇 개월의 시간이 흘러 로이는 마침내 세상의 뒤편에 다가갔다. 하지만, 그 세상의 뒤편에서 존재하는 것은 한없이 처량하고 초췌하기 그지없는 백발의 노인뿐이었다. 모든 우주 비행사들이 신처럼 떠받들던 위대한 우주 비행사는 없었고, 인류의 새 역사를 써 내려갈 위대한 발견조차 없었다. 그곳에 존재하는 건 오로지 자신의 세계에서 벗어나지 못한 힘없는 노인뿐이었다. 그 노인은 끝까지 자신의 아들을 바라보며 따뜻한 눈길과 손길을 내밀지 않았다. 그 노인은 끝까지 자신의 길을 가려고만 했다.

 수십 년을 자신의 길만 걸어온 이를 어떻게 붙잡을 것인가. 과연 그를 우리들의 길로 끌고 올 수 있는 것일까. 그게 가능한 것일까.


 앞서 언급했던 책에서는 이렇게 말한다. "그에 대한 모든걸 용서하고 내려놓으세요." 내가 그토록 미워하고 싫어하는 아버지에 대한 모든 감정을 내려 놓아라. 책은 그렇게 말하고 있다. 내가 그에 대한 부정적인 면을 부각시켜 바라보고 있고, 그것이 뇌에 자리잡히면서 나의 태도로 드러난다는 것이다. 그러니 그에게 품고있는 나의 시선을 거둬들여 그 부정을 끊어내야만 한다.


 'Per aspera ad astra' '역경을 헤치고 별을 향하여' 로이는 자신이 마주한 진실의 고통을 이겨내고 자신의 '별'을 향해 앞으로 나아가는 선택을 내리게 된다. 자신의 능력으로 해결할 수 없는 관계의 아픔을, 자신이 그토록 믿어온 존재의 부정을, 자신이 발견한 별의 뒤편으로 남겨둔 채 가장 고통스러우면서 가장 필요한 선택을 내리게 된다.





이미지 출처 - 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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