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박한 위시리스트
원래 위시리스트는 새해를 맞이하면서 짜는 것이지만, 올해가 가기 전에 꼭 도전해 보고 싶은 일들이 있다.
첫 번째는 김장이다. 뜬금없을 순 있지만, 원래 김치를 엄청 좋아한다. 특히 엄마의 김치를. 밥반찬으로도 좋고 술안주로도 좋다. 참치캔 하나 따서 엄마가 담아준 김치를 꺼내 참치 한 입, 김치 한 입, 그리고 위스키 한 잔 마시면 그보다 더 나은 행복은 없을 것 같다. 지금은 100일 금주 중이라 벌써 70일 넘게 못하고 있긴 하지만. 엄마에게 김치 담그는 법좀 배우려고 했는데, 아무래도 엄마 입장에는 내가 자꾸 김치 담그는 법을 물어보면 김치를 담아 달라는 말로 들리시는 모양이다. 김치 담그는 법은 알지 못하고 두 손에 김치만 잔뜩 들고 오는 일의 반복이다. 일단 올해에는 죽이 되든 김치가 되든 질러볼 계획이다. 큰 스테인리스 대야를 하나 주문해 놨다. 각종 영상들도 두루 섭렵했는데 사람들마다 레시피가 많이 달라서 조금 혼란스럽다. 일단 제일 쉬워 보이는 걸로 도전해 봐야지. 그리고 꼭 엄마의 김치 맛을 계승할 것이다.
두 번째는 식빵이다. 100일 금주 들어가면서 기왕 금주한 김에 다이어트도 하려고 오븐을 하나 중고로 샀다. 단백질을 매일 닭가슴살만 먹을 순 없으니 생선 같은 걸 먹어보고 싶은데 아무래도 생선을 집에서 프라이팬으로 구우면 냄새가 많이 날 것 같아 다용도실에 오븐을 하나 놓고 구워 먹고 있다. 생선 구이만 할 것이라면 간단히 생선구이 그릴이나 양면 팬 같은 걸 구했어도 되는데, 하필이면 내가 구할 때 원가 48만 원짜리 비싸고 좋은 오븐을 누군가가 단돈 5만 원에 팔길래 그걸 구입해 버렸다. 너무 좋은 오븐을 구해버려서 슬슬 마음속에서 오븐에 대한 로망이 불타 오르는 것이다. 기왕 오븐 산 김에 빵도 한번 구워 봐? 간단한 프렌치토스트를 오븐에 넣고 구워 봤더니 또 생각했던 것보다 그럴싸하다. 유튜브로 식빵 만드는 법을 몇 개 찾아봤더니 생각보다 도전해 볼만도 할 것 같다. 재료를 한 번 구입하면 양이 상당할 것 같아서 고민이긴 하지만, 고민만 하다가 아무것도 못하는 것보다는 낫겠지. 일단 김장을 먼저 도전해보고 나서 식빵에 도전해 봐야겠다. 무엇보다 다이어트 중에 식빵을 먹기는 좀 그러니까 다이어트 끝내고 도전하는 게 나을 성싶다.
마지막은 화목난로 구입이다. 캠핑을 다닌 지는 꽤 되었지만, 아직까지 화목난로가 없다. 고민만 벌써 몇 년째 하는 중이다. 겨울 캠핑 좋아하는 사람치고 불 피우는 것을 싫어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화목난로에 대한 로망을 지금은 유튜브 시청과 등유난로로 참고 있다. 그냥 눈 딱 감고 지르면 되는 것 아닌가 싶겠지만, 돈보다는 과연 이게 내 캠핑에 맞는가라는 질문에 속 시원한 답을 내리지 못하는 것이 더 크다. 일단 캠핑할 때 몰고 다니는 차가 세단이라 짐이 그렇게 많이 들어갈 수 없고, 차에다 실었을 때 연기 냄새가 차에 많이 배게 될 것 같아 걱정이다. 거기에다 긴급 소화 장치가 있는 등유난로와는 다르게 한번 불이 붙으면 쉽게 불을 끌 수 없는 것이 화목난로라 화재 위험에도 더 취약하다는 단점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화목난로는 꼭 사고 싶다. 어린 시절 시골집 아궁이에서 불장난하며 놀던 추억이 있어서인진 몰라도 내 마음속엔 난로에 대한 큰 로망이 있다. 큰 벽난로가 있는 집에 사는 것이 내 꿈이기도 하고. 벽난로 있는 집에서 살기까지는 아직 가야 할 길이 많은 것 같으니 우선 텐트에라도 화목난로를 설치해 보고 싶다.
참고로 위의 세 가지는 아내가 극구 말리는 것들이기도 하다. 일하는 곳에서 김장하는 것도 지겨운데 집에서도 해야 하며, 식빵은 사놓고도 다 못 먹어서 냉동실에 보관하는 판에 무슨 식빵이냐고 한다. 화목난로는 무엇보다 위험해서 싫단다. 그래도 아내가 반대할수록 더 해보고 싶은 게 남편들 마음 아닐까. 올해 가기 전에 위의 세 가지는 꼭 해보고야 말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