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레는 첫 해, 힘들었던 2년 차, 그리고 올해
프리랜서로 일하게 된 지 이제 2년 차다. 기간제교사 하면서 부업으로도 일한 것을 포함하면 벌써 3년 차가 되어 간다. 일 하나하나 들어올 때마다 설레던 첫 해를 넘어 끊임없는 수정요청에 힘들어하던 두 번째 해를 넘어 이제 세 번째 해를 맞이하고 있다. 하던 일이 특별히 변한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변한 것이 있다면 이제 일이 익숙해졌다고 말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교사로 일할 때도 수업 들어갈 때마다 설레던 시절이 있었다. 준비하면서 내가 수업 시간에 이런 농담을 하면 애들이 재밌어하겠지? 를 상상하면서 혼자 즐거웠던 적이 있었다(아이들은 아재개그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그러다 그 익숙함이 지루함으로 다가올 때쯤 학교를 그만두었다. 더 오래 했으면 뭔가 더 새로운 것이 있었을지도 모르지만 그만둘 때의 마음은 그랬었다.
지금 하는 일도 이제 많이 익숙해져서 들어오는 주문들이 다 비슷비슷하게 느껴진다. 내가 만들 수 없는 프로그램, 능력이 부족하거나 법적으로 문제가 있는 프로그램들을 제외하면 결국 만들 수 있는 프로그램들은 비슷비슷하기 때문에 만들면서도 기시감을 매일 느끼는 것이다. 가끔 처음 보는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런 경우는 주문 10개 들어왔을 때 1개 정도에서나 일어날 일들이지 자주 일어나는 일은 아니다.
덕분에 일은 편해졌지만 문제는 예전처럼 일이 재미있지는 않다는 것이다. 뭔가 새로운 일들이 필요한 시점이지 않을까 싶은데 아직은 새롭게 도전해 볼 만한 일이 떠오르지는 않는 시점이라 고민만 열심히 하고 있다. 봄이 오기 전에는 새롭게 도전해 볼 만한 일이 떠올랐으면 좋겠다.
매일매일 집, 그것도 내 방 안에만 갇혀 있는 생활에 진력이 나서 올해 겨울엔 캠핑을 좀 다녔다. 와이프가 마음이 넓어 혼자 캠핑 다니는 것을 용납해 줘서 다행이다. 평일 캠핑이 가능하기 때문에 거의 혼자서 캠핑장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럴 땐 프리랜서의 장점을 느낀다. 노트북과 인터넷만 있으면 일이야 어디서든 할 수 있으니까, 한 번도 가보지 못한 새로운 장소에서 새로움을 느끼는 것이 그래도 내 삶에 많은 활력을 준다.
작년에 목표했던 일 중에서 그래도 하나는 성공했다. 화목난로를 사서 겨울 캠핑을 다니는 것. 텐트 안에서 난로 안에서 타오르는 불빛을 보며 마음을 정화하는 것이 많은 위로가 된다. 일과 생활이 잘 분리되지 않는 것이 프리랜서의 단점이라 이렇게라도 간혹 나에게 휴식을 주는 것이 필요하다. 일에 익숙해진 만큼 일과 휴식을 적절히 배치하는 것도 중요함을 느낀다. 내가 하는 일의 성격상 새로운 기술을 배우지 못하면 금방 도태되겠지만 그래도 가급적이면 오래오래 할 수 있으면 좋겠다.
교사로 일했던 기간이 길었기 때문에, 아직도 새해의 시작이 1월보다는 3월이 맞는 것 같은 기분이다. 올해의 목표는 일과 취미, 업과 생활을 적절히 배분하는 방법을 배우는 것이다. 최대한의 수익을 추구했던 작년에 어느 정도 내 능력과 한계를 파악했으니, 이제는 더 오래 이 일을 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 봐야겠다.
기간제교사에서 프리랜서 개발자로 전직은 이제 조심스럽게 성공을 이야기할 수 있을 시점이 아닐까 싶다. 많이 벌어서가 아니라 이 생활에 익숙해졌기 때문이다. 원래 이 글을 쓰기 시작했던 이유가 과연 반평생을 학교에서만 일했던 사람이 다른 직업에 도전하는 것이 가능한지에 대한 궁금증 때문이었고, 이젠 어느 정도 답을 찾은 것 같다. 혹시라도 이 글을 읽으실 분들 중에, 늦은 나이에 직업을 바꾸는 것이 가능한지 궁금하신 분이 있다면 정말로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도전해 보시라는 답을 드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