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숲오 eSOOPo Jul 11. 2022

23. 언어의 냄새

그럴 수도 있지

<기본 표현>
그럴 수도 있다

<응용 표현>
그럴 수도 있죠 모!
괜찮아! 그럴 수도 있지!


I    가장 조용하고 깊고 따뜻한 포옹의 언어


말에도 팔이 있다면 이 표현은 상대를 포근하게 안아주는 느낌을 줍니다. 누구나 실수를 하고 후회하는 일들을 저지릅니다. 아무에게도 말 못 하고 끙끙대다가 어렵게 고민을 털어놓습니다. 담담할 줄 알았던 마음이 내려앉고 말을 잇지 못합니다. 고개를 떨구고 어깨를 들썩이는 나에게 손을 등에 얹고 조심스레 말을 건넵니다. 


-그랬구나. 괜찮아. 그럴 수도 있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묵묵히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되고 힘이 되는 순간이 있습니다. 굳이 상대의 위로를 말로 듣고 싶다면 이 말이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럴 수도 있다는 말! 절대 그럴 수 없다고 세상은 비난해도 단 한 사람이 그럴 수도 있다고 말해준다면 참 좋겠습니다. 이 사람은 나의 모든 것을 알고 있지 않을 수도 있지만 그 말은 나를 완벽하게 이해하고 장악한 듯 느껴집니다. 좋은 위로는 조건을 달지 않습니다. 단점을 조용히 눈감아 줍니다. 그렇다고 단점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지만 그것을 들추어서는 안 되는 때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위로는 용서하고 반성할 수 있는 시간까지 기다려주는 지혜의 행위입니다. 실수를 감당할 수 있을 때까지 부축해주는 일입니다. 아파서 더 이상 달릴 수 없는 경주마에게 무모한 채찍이 아닌 당근을 건네는 것과 같습니다.  



II    위로하는 마음과 돌아보는 마음은 닮았습니다


이 말을 들을 때의 마음이 위로라면 이 말을 하는 이는 돌아보는 마음이 됩니다. 위로할 때에 우위에 서 있다고 생각하면 온전한 위로가 되지 못합니다. 자신도 언젠가 가졌을 그 침통함이나 힘겨움의 시간들을 다시 들춰보게 됩니다. 금세 나의 기억은 상대의 마음에 가까워집니다. 그 후에야 비로소 입 밖으로 한숨처럼 나옵니다. 


-그럴 수도 있죠. 

이때에는 굳이 상대의 눈을 보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현재에 허우적거리고 있는 상대의 아픔 속에 나의 마음을 살며시 가져다 대보는 것입니다. 그 온도를 감지하고 급히 냉각시키려는 조급함보다는 그저 느껴보고 공감해 봅니다. 천천히 상대의 리듬에 발맞춰 나를 진정시켜야 합니다. 그래야 상대의 진정을 도울 수 있으니까요. 여러분은 위로할 때 어떤 마음을 가지게 되나요? 그리고 여러분만의 위로의 언어들을 가지고 계시는지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