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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숲오 eSOOPo Jul 12. 2022

24. 언어의 냄새

그런 거 같아요

<기본 표현>
그런 것 같다

<응용 표현>
맞는 것 같아요
괜찮은 것 같습니다


I     어림짐작의 어설픔이 아닌 타인에게로 안전하게 가닿기 위한 에움길 언어


'그날 뵙는 것은 어려울 것 같아요.'

'내일 프로젝트 발표는 연기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위의 말들을 듣고 나서 어떤 이는 결단력이 없고 우유부단하다고 말할 수도 있겠군요. 또 어떤 이는 어림짐작으로 말하는 것은 확신이 없어 보인다고 못마땅해할 수도 있고요. 모두 충분히 이해되는 반응입니다. 말의 습관은 성향이나 성격과도 무관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모두가 일상에서 즐겨 사용하지만 상당수의 사람들은 이 표현을 탐탁지 않게 여기는 건 사실입니다. 아무래도 '~인 것 같아요'라는 표현이 거슬리는 탓일 겁니다. 분명하고 이성적인 것은 글을 쓸 때 주로 취하는 태도입니다. 말을 할 때에는 아무래도 현재의 감정과 기분 그리고 상대에 대한 의식을 모두 적용하게 됩니다. 그러니 정확하고 확실하게 말한다는 것은 이해관계가 깊거나 상대에 대한 처지나 거리감에 따라 주저하는 표현들을 쓸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궁여지책으로 내 생각은 그러니까 모호하니까 아니 솔직한데 그대로 말하는 건 예의도 아니고 당신도 당황할지도 모르고 당신도 충분히 납득할만하니까 비슷하게만 표현할게요. 어쩌면 그것이에요. 그 옆에다 내 마음을 비추어 말하더라도 그것으로 이해해도 괜찮습니다.' 파란색에 대한 감수성이 섬세하다면 이 세상에 존재하는 111가지의 파랑을 꼭 집어 상대가 알아먹기 좋게 설명하기가 힘든 것과 같아요. 마음에서 나오는 말에 한해서는 직접적이고 분명한 것이 오히려 틀린 것이기에 이렇게 말하는 건지도 모릅니다. '그날 뵙는 것은 사실 설명할 수 없는 이유들에 의해서인데 단호하게 거절하면 그것은 당신에 대한 거부로 비칠 수도 있어서 불가항력에 의한 상황이니 감정적으로 받아들이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도 있는데 괜찮으신 거죠?'라고 말하고 싶은 마음을 짧게 '그날 뵙는 것은 어려울 것 같아요'라고 말하고 있는 것입니다. 상대의 마음을 살피는 상황에서의 이 표현을 쓰는 경우에는 함부로 판단해 말하는 것은 옳지 않은 것 같습니다.     



II     모질지 못한 거지 확신이 없는 건 아니에요


나쁜 의도로 확신에 찬 말투보다 선한 의도의 어눌한 표현이 더 비난받을 이유는 없습니다. 어쩌면 모질게 딱 잘라서 내 의견을 말하기 힘든 성격일 수도 있습니다. 그가 어미를 어떻게 종결시키냐 보다 그가 말하고자 하는 어간의 내용이 얼마나 진솔하고 충실한지를 살피는 것이 더욱 중요합니다. 그러나 다음의 표현들은 무언가 어색합니다.

-지금 날씨가 좋은 것 같아요

-짜장면이 먹고 싶은 것 같아요

어느 누구도 배려의 대상이 되지 못하는 표현이기 때문입니다. 지금 날씨가 좋다고 단정 짓는 것이 누구의 마음을 불편하게 하지 않습니다. 짜장면이 먹고 싶다고 단호하게 말하는 것이 오히려 주문받는 이에게 신속한 행동을 취하게 하니 이럴 때엔 속엣말로만 사용합니다. '난 지금 짜장면이 먹고 싶은 것 같은데...'


여러분의 마음은 그런 것이 아닌데 남에게 눈치를 받으며 사용하는 표현들이 있나요? 그렇다고 위축되지 마세요. 그저 자주 쓰는 말들을 차분하게 정리해보세요. 자주 사용하는 말들이 어쩌면 진짜 나일지도 모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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