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숲오 eSOOPo Jul 14. 2022

26. 언어의 냄새

생각 좀 하고 살자

<기본 표현>
생각을 하고 살다

<응용 표현>
생각이란 걸 하면서 살아!
이것 보세요! 생각 좀 하고 사세요.


I    삶의 방향과 가치를 순간 놓친 이에게 울리는 경적 언어 


일 년 전 생일 음식은 기억하는데 어제 먹은 점심메뉴가 통 기억이 안 납니다. 우리의 기억을 담당하는 뇌는 효율적이어서 충분한 자극이 없는 정보는 잊어버리는 것으로 스트레스를 관리합니다. 여기에 가담하는 자극은 1차적으로는 상황이지만 최종적으로는 생각이 관여합니다. 생각은 한자로 生覺이라고 쓸 것 같지만 순우리말입니다. 생각은 국어사전(민중 에센스 제6판 전면 개정판 2011)에 다음과 같이 풀이되어 있습니다. 


생각  

[명사]

1. 어떤 일에 대한 의견이나 느낌. 또는 사물을 헤아리고 판단하는 작용

2. 바라는 마음

3. 사리를 따져 분별하고 판단함

4. 어떤 사람이나 일 따위에 대한 기억

5. 마음을 써 주거나 헤아려 줌

6. 어떤 일을 하려고 마음을 먹음


생각은 머리에서 일어나는 일이기도 하고 가슴의 일이기도 한가 봅니다. 뇌의 화학적인 작용부터 과거에서 미래로 이어지는 마음의 작용까지 생각의 범주 내에 있습니다. 또한 생각은 이기적이기도 하지만 이타적인 행위도 포함합니다. 이는 생각하기는 마음먹기와 연결됨을 반증합니다. '생각 좀 하라!'는 질책은 멈춘 뇌의 작용을 어서 가동하라는 부추김만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생각의 과잉에서 오는 오류와 오해, 부작용과 피해 등이 문제입니다. 그러니 이 표현은 생각의 패턴과 방식, 방향에 대한 지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결과물이 상대에게 불쾌함과 실망을 안겨주었을 때 듣게 되는 표현이기 때문입니다. 생각을 탄력 있게 범위를 확장해서 하라는 충고입니다. 될 수 있으면 자신만이 아닌 이타적인 방향이라면 결과를 대하는 상대의 태도도 달라지고 안전할 것이며 더할 나위가 없을 겁니다.



II     생각은 내가 하는 거지만 고스란히 나만이 향유하는 것은 아니에요


내 머리로 내가 생각하는데 무슨 상관이냐고 말하는 것은 잘못된 말입니다. 나의 그릇된 생각이 자신에게만 영향을 주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 표현의 뒷부분이 ~하고 살아!라고 이어집니다. 생각을 잠깐의 이벤트로 하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하라고 말하고 있으며 생각-삶이 들러붙어 있음을 인지하라고 명령합니다. 또한 '좀'을 통해 이것은 이성과 함께 감정의 영역이며 더욱 강화되어 폭발될 수 있다는 강력한 경고로 전달됩니다. 한 사람의 생각은 그와 관련된 혹은 무관한 우리 모두에게 영향권을 행사함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생각을 하라는 것은 그 영향의 파괴력을 절감하고 행동에 앞서 신중하고 폭넓게 판단하라는 말인 거죠. 여러분은 자신의 생각이 편협해서 주위에 오해를 불러일으킨 적은 없으신가요? 누군가의 등짝을 내려치며 '생각 좀 하고 살자!'라고 말하고 싶은 마음이 든 적은 없으신가요?       

이전 05화 25. 언어의 냄새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