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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숲오 eSOOPo Jul 15. 2022

27. 언어의 냄새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기본 표현>
진심으로 축하하다

<응용 표현>
정말 축하해 근데 뭐였지?


I    아직 뜯어보지 못한 선물 상자에 대한 반응같은 유사감정 언어


친구의 슬픈 근황을 들으며 술자리에서 마음을 다해 위로하던 내가 친구의 성공 소식에 마음이 옹졸해집니다. 겉으로는 축하한다고 거듭 말하고 있지만 내면으로 던지는 독백은 여러 생각으로 복잡하기만 합니다. 

-저 녀석이 열심히 살아온 동안 나는 도대체 뭘 하면서 산 거지? 부럽다. 정말. 앞으로 탄탄대로겠구나. 우뛰!

당연히 모두가 이런 마음을 가지는 것은 아닙니다. 대체로 내가 욕망하는 것과 비교해 상대가 이뤄낸 것 사이의 간극이 좁을수록 나의 축하는 진심으로부터 멀어지게 됩니다. 물론 겉으로 웃는 표정을 놓치지 않은 채로 말이죠. 그러므로 내가 쟁취하고픈 것과 동떨어진 것이거나 이미 내가 가져본 것이라든가 그것에 미치지 못한 것이라면 축하 전달에 거리낌이 없을 겁니다. 그런데 슬픔에는 왜 그토록 관대한 걸까요? 슬픔 자체가 주는 겸허로의 미온적 부추김도 있겠지만 그것보다도 상대 위로와 함께 자기 위안 혹은 안도가 반영되기 때문일 거예요. 


누군가는 말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무슨 놀부 심보냐고. 결혼식장의 하객들은 모두 거짓 축하냐고 말이죠. 맞습니다. 대부분 진심으로 축하하는 마음일 겁니다. 결혼식 축하는 일반적인 성공 축하와 다른 특수함이 있습니다. 축하 품앗이와 일반적인 축하는 다른 결을 가지고 있는데요, 하객들과 당사자 간의 욕망이 상충하지 않습니다. 또한 주고받음의 여지가 있어서 기꺼이 마음을 씁니다. 그 외의 경우에 축하를 받으려면 복잡한 이해관계와 계산법이 동원됩니다. 그러나 어떠한 셈법도 없는 축하라면 그와는 끝까지 관계를 유지해야 합니다.

        


II    정말 진짜는 진짜라는 수식을 붙이지 않아요


진심에는 진심이라는 말이 굳이 필요가 없습니다. 진심은 그 자체만으로도 진심을 드러내기에 덧붙여 말하는 것은 오히려 아닐지도 모른다는 의구심을 낳습니다. 그래서 '진심으로' 축하한다는 말은 의례적이거나 공적인 관계에서 주로 사용합니다. 상대의 성공에 대한 기쁨을 지속적으로 공감한다기보다는 순간적으로 호의적 태도를 드러내는 것에 불과합니다. 우리는 마음이 모호할 때 미사여구가 행동보다 앞섭니다. 진심으로 축하를 하려면 축하의 내용을 좀 더 가까이 들여다보고 구체적으로 인지한 후 그 부분을 잘 알고 있음을 전해주는 것이 좋습니다. 우리가 가까운 이에게서 듣고 싶은 것은 상투적인 축하인사보다는 내가 축하받을 가치 있는 일을 해냈음을 상대가 이해하고 상대만의 언어로 특별하게 확인받고 싶은 게 아닐는지요? 여러분은 최근에 정확하게 축하받은 경험이 있으신가요? 그렇다면 여러분은 축하의 내용보다 더 큰 선물 같은 사람이 곁에 있음에 축하받을 자격이 있습니다.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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