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숲오 eSOOPo Jul 16. 2022

28. 언어의 냄새

 아무것도 아냐

<기본 표현>
아무것도 아니다

<응용 표현>
아니 별 거 아냐


I    모든 것을 품고 있으나 드러내지 못하는 자의 역설적인 거짓 언어


말을 하려다 말고 고개를 돌립니다. 

-아무것도 아냐!

표정은 아무것도 아닌 것은 아닌 듯한데 말이죠. 상대는 가볍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 말을 듣자 답답함이 밀려옵니다. 

-도대체 뭔데 그래?

'아무것'은 특별히 정해지지 않은 어떤 모든 것을 뜻합니다. '아니다'와 만나게 되면 특별하거나 대단한 어떤 것의 의미를 가지게 됩니다. '아무것도 아니'라는 말은 '특별하거나 대단한 어떤 것은 아니'라는 얘기입니다. 이상하게도 이 말을 듣는 순간 특별하거나 대단한 어떤 것이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그것의 정체는 나만 모르는 순수 비밀 같은 것일 수도 있지만 대체로 내가 들으면 불편해지는 일방적인 이야기가 대부분입니다. 순간 상대는 말을 할까 말까 하는 갈등을 하다가 생각을 접는 쪽으로 정한 후 주로 하는 표현입니다. 좋은 의도로 결정한 것이 오히려 이 말을 통해 불거지고 추궁을 받게 됩니다. 이제는 상대가 오히려 당혹스럽고 불편해집니다. 

-아무것도 아니라니까 그러네! 

-아무것도 아닌데 왜 말을 안 하냐고! 아무것도 아닌지는 내가 듣고 판단할게. 어서 말해!

이때 당신은 진실의 언어를 사용하시겠습니까? 사실의 언어를 사용하시겠습니까?



II    이제야 돌아보니 그것이 길이었습니다


시작점에 서 있는 신입이 그 과정을 겪어낸 선배 앞에서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말합니다.

-과연 제가 해낼 수 있을까요? 너무 힘들지 않으셨어요?

-아무것도 아니야! 걱정하지 마.

왜 아무것도 아니겠습니까. 모든 길은 나만의 걸음으로 가봐야 아는 것이고 그것이 나의 길이었다는 것을 지나고 나서야 깨닫는 것이죠. 이때 너무 많은 힘겨움을 구체적으로 설명하는 것은 도리어 시작도 하지 않은 후배에게 막연한 두려움만 안겨주게 될 것입니다. 이때 오히려 이 표현이 아까와 달리 격려가 되기도 합니다. 여기서는 진심에 가까운 긍정적 언어가 됩니다. 특별하거나 대단한 것은 나만의 경험과 리듬이었기에 그리 말할 수 있는 것입니다. 후배는 그 나름의 보폭과 부딪힘에서 그만의 특별함과 대단함을 가질 것이기에 지금의 경험은 아무 의미가 없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그러니 아무것도 아니라는 이야기는 진실이자 사실의 언어입니다.


여러분은 진실의 언어를 들었을 때와 사실의 언어를 들었을 때 어떤 마음의 상태를 느끼시나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