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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들의 수다시간

들리지 않는 언어들이 얼마나 시끄러운지

by 이숲오 eSOOPo

다시는 볼 수 없을거라 포기했던 가지에서 세 개의 작은 줄기가 뻗어나오더니 여섯 잎을 피운다


이것은 현란한 사건이다


잎 길이의 열 곱절이 넘는 저 높은 고지까지 생명을 끌어올리기를 부단히 시도했을 뿌리의 끈기


컴컴한 흙 속에서 무엇을 꿈꾸는가


우듬지까지 쏘아 올리기 위한 프로그램을 잔뿌리들은 모여서 치열하게 고민했을게다


이것은 찬란한 폭죽이다


한 방울의 물조차도 허투로 삼키지 않고

한 줄기의 바람조차도 함부로 외면하지 않고

한 모금의 햇살조차도 무심코 받아안지 않고


아낌없이 가져본 자의 완벽한 효율이다


한시도 가만 있지 못하는 식물들이 말 한마디 안하는 것은 못해서가 아니라 말할 시간이 없어서다 언어보다도 촘촘한 잎들이 그들의 입이다 그들의 잎을 귀에다 가져다 대보면 비로소 무어라 말을 해주기도 하는데 하지 않을 때에는 그들도 듣고 있거나 말을 아끼고 있는 것이다 이미 잎의 증산이 입의 마련이고 그 안에 머금고 있는 것들이 무수한 언어들이고 그들의 호흡들이고 가끔씩 소리를 지르기도 하는데 물의 충분한 공급에 대해서나 곤충의 더러운 산란을 야단치는 소리가 대부분이고 인간의 목소리보다 너무 커서 들리지 않을 수도 있다 범위 밖의 것들이 범위 안의 것들보다 작아 보일 수 있고 없는 듯 착시를 드러낼 수도 있다 그렇다고 없는 것은 아니다


쉿 쉿 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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