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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숲오 eSOOPo Mar 30. 2023

어쩌다, 시낭송 081

글쓰기는 시간의 속살을 만지는 일

I    글쓰기는 공간보다 시간과 연결되어 있다


미래의 연도 같아 낯설었던 2023년도 어느새 25%가 지나갔다.

2022년이 채 익숙해지기도 전에 과거가 돼버렸다.

1년이란 시간은 새로운 한 해와 친해지기에 부족한 시간이다.

간혹 만나는 문서 아래칸의 날짜기입에서 실수를 안 하기 위해 날마다 메모할 때 날짜 앞에 연도 쓰기를 게을리하지 않는다.

자꾸 불러야 잊히지 않는 것은 사람의 이름만은 아닐 게다.

내가 살아가는 시간의 좌표를 잃어버리지 않기 위해서 시간의 지도를 자주 살핀다.

공간은 내가 움직여야 다른 공간이 내 앞에 펼쳐지지만

시간은 내가 가만히 있어도 다른 시간이 내 앞에 놓인다.

각각의 공간은 시각과 청각의 차이를 드러내고

각각의 시간은 후각과 촉각의 차이를 드러낸다.

공간은 보여지고 시간은 만져진다.

공간은 들려지고 시간은 맡아진다. 

우두커니 서 있으면 부에노스 아이레스는 내 앞에 오지 않지만

다소곳이 서 있어도 메리 크리스마스는 어김없이 올 것이다.

내가 존재할 수 없는 공간은 무수하지만 나를 비켜갈 시간은 내가 살아 있는 한 단 1초도 없다.

그래서 계획을 세우려는 불가능에 자주 유혹당한다.

글을 쓰는 것도 시간을 다루고 싶은 욕망이다.

시간에 향기를 불어넣는 것이라 믿으며 글을 쓰고

시간의 결을 나의 감각에 닮게 하려고 끊임없이 글을 쓴다.

글을 쓸쓰록 낯선 시간들과 만나는 순간들이 덜 서먹해진다.

깊은 내면으로 들어가 더, 더, 더 깊은 글을 쓰게 되면 시간의 속살을 만져보는 기적을 경험하기도 한다.




II    이야기를 품은 꽃


한 왕자가 형을 죽이고 왕이 됩니다.

금세 죄책감을 느끼고 성을 뒤로한 채 순례길을 떠납니다.

어느 꽃나무 가지에 걸려 넘어집니다. 

그 나뭇가지를 운명처럼 거머쥐고는 매일 밤 참회의 기도를 합니다.

기도의 힘이 하늘에 닿았는지 그의 손자가 그 유명한 프랑스의 앙리 2세가 됩니다.

그를 넘어지게 한 가지는 금작화인데, 성모 마리아와 예수의 숨은 곳을 헤롯왕에게 알려준 꽃이기도 합니다. 

많은 신자들이 이 나뭇가지를 들고 순례를 할 만큼 기독교와도 인연이 깊은 식물입니다.

금작화의 꽃말은 순수, 우아, 청초, 청렴결백 등과 같이 깨끗한 열정입니다.

금작화는 오늘의 탄생화입니다. 




III    그때 내 마음은 너무나 많은 공장을 세웠으니


https://youtu.be/rDoZc9D6v1c

질투는 나의 힘_기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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