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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숲오 eSOOPo Dec 11. 2024

시도의 습성

0913

시도는 호흡하는 것


한 번의 거창한 시도는 믿지 않는다


지속적인 사소한 시도만 신뢰한다


간헐적인 절충형 시도도 탐탁지 않다


매일이 아니라면 그 시도는 가볍고 하찮다


시도를 생물로 다루느냐 무생물로 다루느냐의 문제


나무가 움직이지 않는다고 가구로 여기는 자가 나무돌보기에 소홀해 말려 죽인다


살아있는 것들은 매일의 돌봄이 요구된다


회복되고 소진된다

태어나고 소멸한다


시도는 그 반복을 허투루 보지 않고 응대한다


어제의 시도가 오늘의 시도를 보장하지 않는다


날마다 처음의 시도가 이루어진다


돕지만 대신할 수 없다


그래서 한 번의 누락 후 시도를 쉬 잇지 못하는 것은 시도들 간의 결속이 연약하고 흐리고 무관한 탓이다


다짐은 결연해도 시도는 느긋하다



시도는 먹이를 주는 것


시도는 관성이 없어서 가져다 억지로 붙여야 한다


시도 안에는 중독성이 없고 오히려 건망증이 있다


기록하거나 이유를 허리춤에 달아주지 않으면 수시로 휘발된다


특히 스스로로부터 발생한 시도라면 더 철저한 단속이 필요하다


시도는 1 더하기 1은 2로 되는 구조를 반복하지 않는다


어느 임계점을 넘으면 폭발하는 성질이 있다


그 맛을 본 이는 시도의 단점들을 기꺼이 수용한다


그리고 그 끝을 정하지 않고 시도의 피로감도 잊는다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없다는 속담은 시도가 주는 결과의 대가가 아닌 지속적인 시도가 갖는 과정의 가치를 말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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