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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숲오 eSOOPo Dec 12. 2024

능력의 소란

0914

내가 사랑한 것들이 꼭 내게 기쁨을 주지는 않는다


내가 기뻐한 것들이 꼭 내가 사랑한 것이 아니듯이


한 방향으로만 줄곧 흐르는 강처럼 거스르지 않고


지나치게 큰소리로 웃는 웃음이 허전하고 허술하다


아름다움과 살아있음은 별개의 것이 아니어서 문득  


살아있음의 힘겨움은 아름다움의 결핍이나 부재에 있으며    아름다움의 희귀성도 생동의 빈약 탓이다


'그대는 아름다워요'는 '그대는 그대답게 존재하고 있어요'의 다름 아니다      아름다운 것은 살아있다


살아있는 것은 아름다운데 똑바로 일 때 유효하다


살아있는 것들의 최종 목표는 행복보다 아름다움



지난 주 기나긴 검사의 결과가 나왔고 카푸치노는 감미로웠다 나의 육체가 물질이 되고 숫자가 된다


항목별 범위는 섬세하게 냉정하고 줄타기를 한다


탈주는 더이상 자유가 아니고 아름다움이 아니다


시나몬 향기는 거품을 씹을 때마다 입 안에서 돈다


바닥이 없는 공간을 걷는 기분이 든다   제 무게도 사라지고 발자국도 없고 흙먼지도 날리지 않는다


발바닥이 바닥에 닿지 않으니 더이상 발바닥이라고 부르기 민망해서 가다가 멈추어서서 눈물을 흘린다


이제 나의 능력은 쿨쿨 잠들어 있어요


이것을 하려고 하면 다른 능력들이 달려와 뜯어 말리니  나의 능력들은 사이좋게 지내지를 못해


결국 보통이 되고 만다 그것을 무능이라고 부른다


내가 능력한 것들이 꼭 기쁨을 내게 가져다 주지는 않지만 내가 기뻐한 것들은 능력이라 부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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