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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숲오 eSOOPo Dec 15. 2024

마음 속 인상

0917

마음이 자꾸 땅에 떨어져 뒹군다 데굴데굴 떼구르


벽에 못을 박아 걸어 둘까

폰에 침을 발라 달아 둘까


마음이 매번 손에서 미끄러져 바로 잡히지 않는다


마음이 마음대로 군다  마음을 다루는 매뉴얼은 없다 존재하지 않아서 없는 게 아니라 무수해서 수시로 모양을 바꾸니까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물의 눈이 촘촘해도 마음은 걸려들지 않는다


그물의 눈이 듬성해도 마음은 비켜가지 않는다


마음을 다루는 요령은    마음 아닌 곳에 있어서 마음을 잠시 밀쳐둘 여백을 마련해야 가능하다


네모난 공간 두 개와 둥그런 공간 하나


마음은 외로워서 수시로 마을을 이루고

마음은 괴로워서 이따금 미음을 끓인다


마음은 소리내어 입술을 다물고

마음은 몸짓으로 걸음을 멈춘다


마음은 말이 되면 흐트러지고

글이 되면 제자리로 돌아간다


마음을 등에 업고 글로 달래니 여기 마음이 놓인다


차분히 마음 바라볼 여유없는 처지가 문득 가엽다


마음의 언어는 고요 속에서만 들려서 매번 놓친다


침묵을 즐기지못해 마음이 정처없이 떠돌다 지친다


마음은 우물 같아서 오염에 취약하고 안 쓰면 금세 마른다  맑은 곳 주위에는 사람들이 모이고 머문다


마음만 잘 가꾸어도 정원이나 얼굴 잘 가꾼 이 부럽지 않다


마음이 마음을 지키고 구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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