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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스콜라 인터뷰 4화 : 정지원 현장연구자

앞으로 인디스콜라가 초등교사의 문화로 자리 잡으면 좋겠어요.

by 인디스쿨 Mar 27. 2025
<인디스콜라>는 ‘연구’라는 도구를 통해 초등교육 당사자가 현장의 목소리를 설득력있게 전달할 수 있도록 지원합니다. 7개월 동안 현직 초등교사 7명이 현장연구자가 되어 치열하게 연구했습니다. 개인의 작은 고민이 동교 교사의 설문과 인터뷰를 자양분 삼아 연구로 발전했습니다.

이번 인디스콜라 인터뷰에서는 연구보고서에서는 담기지 않은 현장연구자의 땀과 눈물, 성장을 질문했습니다. 초등교사가 현장연구자로 성장하게 된 과정과 연구보고서를 읽을 독자에게 전하는 말, 바통을 이어받아 미래의 현장연구자가 되실 동료 선생님에게 하고 싶은 말을 보실 수 있습니다. 
총 8건의 인디스콜라 인터뷰는 3/17(월)부터 매주 월, 화에 발행됩니다.

인터뷰 4화의 주인공은 <중간경력 초등교사의 정체성 고민에 대한 질적연구 : 현실 모습과 이상적 모습 간 괴리를 중심으로>를 연구한 정지원 연구자입니다. (*연구보고서는 본 게시글 하단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 안녕하세요. 지원 님. 인터뷰 자리에서 만나니까 더 반갑네요.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대구에서 교직 생활을 하는 정지원입니다. 2008년 9월에 발령받았으니까 연차로는 17년 차 정도 되었습니다.


[신청 동기]

- 인디스콜라에 신청했을 때가 기억나시나요?(웃음) 지원 님께서는 <교사 성장을 위해 필요한 교육 환경의 제반 요인 : 성숙 단계에 들어간 교사를 대상으로>라는 주제로 신청해 주셨어요. 

네, 맞아요. 주제 명의 ‘성숙 단계’는 저를 의미해요. 공부해 보니 일반적으로는 ‘성숙 단계’보다 ‘중간 경력’이라고 하더라고요.


- 지원 님의 상황을 담고 있는 주제 명이었네요. 그 주제에 관심을 가지게 된 이유가 있을까요? 

제가 일에서도 성장을 원하는 편이에요. 그런데 학교에서는 그 욕구를 충족하기 어렵다고 느꼈어요. 학교에서 15년 정도 일했는데 어려워지는 교직환경에 불현듯 교직을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이 떠올랐어요. 

그래서 ‘학교’라는 곳에서 성장 욕구를 충족하며 즐겁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었으면 하는 생각으로 주제를 정하게 되었어요.


- 지원 님께서는 대학원에서 박사도 수료하셨는데, 성장 욕구를 충족하기 위함이었을까요?

그렇죠. 그때는 결혼 전이었으니까 순간순간 채우지 못했던 욕구를 대학원으로 해소했어요. 그런데 중간 경력이 되니까 가정도 있고 큰 변화를 주기에 역부족하더라고요. 대신 많은 시간을 보내는 학교에서 욕구를 충족할 수 있으면 개인의 발전도 되고 교육 현장에서도 큰 시너지가 될 거라고 생각했어요.



[연구 과정]

- 인디스콜라에서 지원님과 비슷한 상황의 선생님을 여섯 분 만나 인터뷰했어요.

맞아요. 모두 교직 경력이 10~20년 정도였고요. 저와 근무 경험이 있거나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는 분으로 구성했어요. 아무래도 첫 질적연구의 인터뷰였기에 라포가 형성된 분과 이야기를 나누는 게 연구 결과물을 얻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았어요. 참여자의 기본 배경을 알고 있어서 추가 질문도 자연스럽게 이어 나갈 수 있었어요.


- 참여자에게 어떤 질문을 주로 하셨나요?

첫 인터뷰 때는 질문을 따로 만들어가지 않고 오픈형으로 했어요. 그런데 제가 생각했던 답이 안 나오는 거예요. 두리뭉실했다고 해야 하나? 주제가 너무 퍼졌어요. 교육 환경에 대해 질문했을 때 학부모 얘기하시는 분도 있고, 경제 얘기하시는 분도 있었거든요. 그래서 첫 인터뷰에서 찾은 공통적인 키워드로, 두 번째부터는 ‘학교에서 경험하는 자신의 모습’와 ‘자신이 바라는 교사의 모습’을 중심으로 인터뷰했어요.


- 아무리 친한 사이라도 평소에는 이렇게 깊은 대화를 나누기 쉽지 않잖아요. 이야기 들어보시니 어떠셨나요?

인터뷰해 보니 저와 상황은 비슷하지만, 모두 다양한 생각을 가지고 계시더라고요. 그러니까 승진을 원지 않지만 교사라는 직업이 좋고 학교에 계속 있고 싶거나, 공무원 신분으로 겸직을 통해 다양한 경험을 쌓고 싶다는 등 여러 생각을 가지고 계셨어요. 인터뷰하면서 모두가 나와 같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죠. 

그래도 참여자에게 공통적으로 나온 이야기를 묶어서 분석했어요. 현실의 모습은 ‘결함투성이 비전문가’, ‘수동적순응자’, ‘어정쩡하게 끼인 샌드위치’라는 이름으로 분류했고요. 이상적인 모습은 ‘완전무결한 전문가’, ‘능동적 봉사자’, ‘전지적 주인공’으로 유목화했어요.

결과공유회에서 동료 현장연구자와 이야기하는 정지원 연구자


- 붙이신 이름이 흥미로운데요. 하나씩 이야기해 보면 좋을 것 같아요. 현실의 모습부터 이야기해 볼까요?

먼저, 경력이 쌓여가도 늘 결함을 느끼는 부분에서 ‘결함투성이 비전문가’라고 이름을 붙였어요. 초등학교는 1학년부터 6학년까지 학생의 특성이 워낙 다르고, 학교에서 맡은 업무 수도 다양해요. 그래서 연임하지 않고, 올해와 다른 학년이나 업무를 맡게 되면 늘 신규가 된 것 같은 불안감을 느껴요. 일을 새로 배워야 하는 부담감이 있는 거예요.

‘수동적 순응자’는 열정 있는 중간경력교사가 자신의 역량을 펼치지 못하고 최소한의 업무에 소극적으로 임하는 모습을 의미해요.


- ‘수동적 순응자’로 분류한 참여자들의 구체적인 사례가 있을까요?

학교에서 하는 교육 활동 외의 일(업무, 공부 등)을 드러내고 싶어 하지 않는 사례가 있었어요. 인터뷰했던 참여자분이 책을 내셨는데, 학교에서는 책 썼다고 선뜻 이야기하지 않게 된다고 하시더라고요. 설명하기 어려운 분위기라고 해야 하나요. 자신의 능력을 알리는 걸 꺼려지게 된다고 하시더라고요. 

다른 분은 상담 능력이 뛰어나신 분이신데, 학교에서 상담과 관련된 곤란한 업무가 들어올까 봐 선뜻 자신의 능력을 드러내기 어렵다고 하셨어요. ‘동료 교사의 권한을 침범하는 게 아닐까?’라는 생각도 든다고 하셨고요. 사실 저만해도 대학원 공부에 대한 이야기를 굳이 알리고 싶지 않기도 했고요.


- 정말요? 보통 회사에서 대학원이나 외부 교육 지원을 많이 하기도 해서 외부 활동하는 것이 자연스러운데, 학교는 그렇지 않군요. 어떻게 보면 학교 선생님의 전문성은 사회적 자본이 될 수도 있는데요. 

학교에서 하는 교육 활동 외의 다른 일을 한다는 것에 대해 달갑게 보지는 않는 것 같아요. 초등 교사 중에 대학원에서 학위 따려고 하시는 분이 많거든요. 그런데 제가 느끼기에 굳이 학위까지는 필요하지 않다는 분위기인 것 같아요


- ‘어정쩡하게 끼인 샌드위치’는 어떤 의미일까요?

학생 수가 감소하면서 신규교사 임용도 급격히 줄었는데요. 그래서 분명 신규가 아닌데도 아직도 학교에서 막내 그룹으로 여겨지는 경우도 있었어요. 애매하게 끼어 있는 거죠.

학교 내 세대에서도 비슷한 감정을 느끼셨는데요. 신규 선생님과 고경력 선생님 사이에 끼여서 많은 책임을 지고 있다는 느낌을 버릴 수 없는 것 같아요. 물론 지역과 개인의 차이는 존재하겠지만요. 변하는 사회와 교직 환경 사이에서도 끼어 있는데요. 경제적 처우뿐 아니라 겸직 신청에도 제한이 많아요. 변하는 사회에서 새로운 일을 도전해 보려는 욕구도 누릴 수 없다는 점에서 소외감을 느끼는 분도 있었어요.


- 이상적인 모습은 ‘완전무결한 전문가’, ‘능동적 봉사자’, ‘전지적 주인공’으로 유목화하여 분석하셨어요.

현실과 대비되는 부분인데요. 먼저 경력과 경험이 쌓이면서 수업이나 학생지도, 업무 영역에 대해 축적된 능력을 갖춘 ‘완전무결한 전문가’가 되기를 원하셨습니다. 그렇게 쌓아 올린 노하우를 풀어내고 싶다는 점에서 ‘능동적 봉사자’가 되고 싶어 하고요. 자신의 능력을 펼치며 아이들과 신규 선생님에게 도움을 주고 싶은 욕구가 있었어요. ‘전지적 주인공’은 교사도 시대에 맞게 자기계발하며 역량을 펼칠 수 있도록, 권한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목소리가 있었어요.


- 초등교사 개인이 마음 속에만 가지고 있었던 교직 생활의 어려움을 솔직하게 담아주셨네요. 평소에는 하기 어려운 이야기라 참여자분들이 인터뷰하면서 마음이 편해졌을 것 같아요.

제가 그분들에게 힘을 얻었어요. 대학원을 다니는 선생님을 인터뷰했는데요. 교대생들이 학교 현장 경험을 들을 수 있는 수업을 좋아하는데 현장 경험이 있는 강사가 많이 없어서 아쉽다는 대학교 분위기를 전달해 주셨어요. 그러면서 저한테 대학교에서 현장 이야기를 들려주는 수업을 해주면 좋을 것 같다고 말씀해 주셨어요. 제가 학위 수료만 한 상태라 항상 갈증이 있었거든요. 그런 이야기 들으니까, 힘을 내서 마무리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결과공유회에서 자신의 연구 결과를 발표하는 정지원 연구자


- ‘현실 자아’나 ‘정체성’이라는 단어가 사실 정의하기도 어렵고, 설명하기도 어렵잖아요. 온라인 월간모임 할 때, 어떤 이야기 하시는지 궁금해서 소회의실에 들어가 듣기도 했거든요. 그런데 지원 님 연구 멘토링 할 때 어려운 이론들이 막 나오는 거예요(웃음). 어떠셨어요?

막막했어요(웃음). 인터뷰에서 도출한 공통적인 키워드에 멘토님께서 ‘자아’라는 개념을 제시해 주셨어요. 그래서 자아에 대해서 찾아봤는데 범위가 너무 넓고, 교육 관련해서는 자아와 연결된 연구가 거의 없는 거예요. 대신 마케팅 분야에서 많이 활용되더라고요. 교육과 관련된 선행 연구가 있어야 이를 기반으로 진행할 수 있는데, 잘 안 풀려서 계속 어려워했는데요. 멘토님께서 제가 관심 있었던 ‘정체성’이라는 키워드에 자아를 넣어보자고 의견 주셔서 주제가 좁혀지게 되었어요. 처음에 문제의식을 뾰족하게 했었으면 더 쉬웠을 텐데, 좁히는 과정에서 시간을 많이 쓴 것 같기도 해요.


- 어려운 개념을 공부했어야 했는데 힘들지 않으셨어요?

저는 0에서 출발했기 때문에 늘 열린 자세로 임해서 힘든 건 없었고 오히려 좋았어요. 멘토님께서 주시는 모든 걸 다 흡수하려고 했어요. 예전부터 질적 연구에 관심 있었는데, 배울 곳이 없었거든요. 인디스콜라가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멘토님께서 추천해 주시는 학회 사이트에도 가입해서 발표 자료도 보고 많이 배웠어요.


- 인디스콜라 과정에서 어떤 것을 새롭게 배우게 되셨나요?

양적 연구는 처음에 설계하는 과정이 중요한데요. 질적 연구는 인터뷰를 마친 다음부터가 중요하고 어렵더라고요. 수집한 자료의 덩어리를 쪼개고 배열하고 분류하는 과정이 메인이에요. 특히 덩어리를 분류해서 이름을 붙여야 하는데 단어 선정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았어요. 예를 들면 ‘결함투성이 비전문가’ 처럼요. 이렇게 은유적이면서 포괄적인 개념이어야 하고 독자의 호기심을 자극할 만한 네이밍이 필요하더라고요.

이 작업에서 멘토님의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제가 글을 잘 쓸 수 있도록 인터뷰 내용을 일목요연하게 분류해 주셔서 글쓰기는 정말 수월했어요. 

그리고 양적 연구할 때는 한 사람, 한 사람의 목소리를 못 들어서 아쉬웠어요. 설문에 참여한 사람들을 더 들여다보고 싶었거든요. 이번에 그 아쉬움을 충족할 수 있어서 좋았어요. 새로운 경험이었던 것 같아요.


- 드디어 지원 님의 결과보고서가 완성되었는데요. 지원 님의 보고서를 읽을 독자에게 어떤 말을 전하고 싶은가요? 

저와 같은 중간 경력자분들이라면 신규 초임 발령받았을 때 아마 엄청난 기쁨을 느끼셨을 거예요. ‘1등 신붓감’이라는 칭송도 받고, 이 세계가 영원할 것 같았거든요. 그런데 지금은 그렇지 못하니까 자괴감을 많이 느끼실 거예요. 경제적인 면에서도 다른 직군에 있는 사람들보다 처우도 안 좋으니까요. 그래도 이곳에서 느낀 문제의식을 해결할 방법이 있고 연대 의식을 가진 사람이 많다고 말하기 싶어요. 힘을 내셨으면 좋겠어요.

결과공유회에서 강진아 담당 멘토와 사진찍는 정지원 연구자



[변화 지점]

- 인디스콜라를 하면서 교사로서의 관점이나 태도에서 변한 게 있을까요?

우선은 좋아하는 걸 할 수 있어서 에너지를 많이 얻었어요. 그리고 멘토님께서 글이 가지는 힘이 있다고 하셨는데요. ‘나의 작은 목소리지만 내 글을 보는 누군가는 힘을 얻지 않을까?’라는 책임감도 느꼈어요. 스스로 자부심도 느끼고 내가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좋았어요. 저의 복잡한 마음을 정리할 수 있는 계기도 되었고요.


- 처음이랑 비교해 보셨을 때 스스로 가장 많이 변한 점이 무엇일까요?

지식을 얻은 점이 가장 큰 소득이에요. 학위 논문을 쓰려고 계획하고 있는데 질적 연구라는 새로운 연구 방법을 경험했잖아요. 선택지가 많아져서 좋아요. 기회가 된다면 중간 경력 교사를 주제로 양적 연구도 해보고 싶어요. 인디스콜라에서 연구해 본 주제를 다른 방법론으로 확장된 연구를 해보는 것도 의미 있을 것 같아요.


- 후속 연구를 하시게 된다면 꼭 연락주세요!(웃음) 지원 님께서 정의한 현장연구자란 무엇일까요?

현장연구자란 멋진 사람이다. (어떤 의미에서 멋진 사람일까요?) 고민을 사장하지 않고 드러내서 문제의식을 같이 나누고 해결하려고 노력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멋지다고 생각해요. 최소한 수동적이거나 소극적이지 않은 사람들이에요.


- 마지막으로, 이 글을 읽고 있을, 인디스콜라에 관심 있는 분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앞으로 인디스콜라가 인디스쿨 혹은 초등교사의 문화로 자리 잡으면 좋겠어요. ‘너 인디스콜라 했어?’ ‘너도? 나도 했어!’ 같은 분위기가 정착됐으면 좋겠어요. 결과의 완성도를 떠나 연구의 경험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인디스콜라를 통해서 현장에서 한 발 뒤로 물러서서 문제를 객관적으로 볼 수 있었어요. 그러면서 내가 지금 무엇을 해야 하고, 무엇을 요구할 수 있는지 정정당당하게 얘기할 수 있는 힘이 생기더라고요. 이 사업이 지속되어서 많은 선생님이 경험하셨으면 좋겠습니다. 



- 정지원 연구자의 <중간경력 초등교사의 정체성 고민에 대한 질적연구 : 현실 모습과 이상적 모습 간 괴리를 중심으로>의 결과보고서를 보고 싶다면, 아래 파일을 다운받거나 여기를 클릭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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