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인디스쿨 Oct 13. 2023

인디뷰_10월호_이야기를 짓고 이야기로 손 내미는 사람

인디스쿨 미디어콘텐츠팀 팀원 & 황금별 떼떼쌤ttette


뷰: 안녕하세요. 인디뷰에서 떼떼쌤ttette(이하 떼떼쌤)을 모시게 되다니 영광입니다.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떼떼쌤: 안녕하세요! 영광입니다. 인디스쿨에서 떼떼쌤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올해는 6학년과 함께하고 있는 4년차 교사입니다. 교사로서 부족한 게 참 많은 사람이라 갈길이 멀다고 항상 생각하는, 그래서 ‘항상 열심히 노력하는’ 선생님이 되려고 오늘도 고군분투하고 있습니다.


뷰: 이렇게 만나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떼떼쌤’이라는 닉네임에 담긴 뜻이 무척 궁금했어요. 처음에는 ‘줄임말인가?’라고 생각을 했다가 ‘혹시 불어…?’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어학사전을 검색했는데 나오는 게 없더라고요^^;;  ‘떼떼쌤’은 어떤 뜻인가요?

떼떼쌤: 떼떼쌤이라는 닉네임은 당시 맡고 있던 2학년 아이들에게서 영감을 받아서 만들게 되었어요. 당시 ‘퍼스널 브랜딩’에 꽂혀 있었는데, 나를 잘 나타낼 수 있는 나만의 브랜드를 만들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가 흥미를 느끼면서 잘하는 건 뭘까?’ ‘꾸준한 취미로 가져갈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 같은 고민을 하다가 인스타툰이 떠올랐어요. 저에게는 인스타툰이라는 장르가 비교적  진입장벽이 낮게 느껴졌거든요. 인스타툰을 시작하려면 임팩트 있는 닉네임이 필요했어요. 당시 맡은 2학년 아이들의 일상 속 모습이 잘 드러나게 짓고 싶었고요.  어느 날 수업을 하는데 “이잉 선생님 이거 도와주세요!” 하던 아이를 보고 ‘떼쟁이’라는 단어가 번뜩 떠올랐어요. 가끔 선생님을 힘들게 하지만, 마냥 밉지만은 않은 귀여움이 섞인 모습이기도 하고요.  그래서 떼쟁이의  ‘떼’를 따와서 떼떼쌤이라는 닉네임을 짓게 되었습니다. 


뷰: 2학년 아이들에게서 착안한 닉네임인데 6학년을 맡고 계신 지금도 떼떼쌤이라는 닉네임을 사용하고 계세요. 

떼떼쌤: 인디스쿨에서 활동하며 이제는 익숙해졌는지 애정이 많이 가는 닉네임이에요. 정말 저를 대신해서 소개할 수 있는 하나의 대표 아이디가 된 것 같다는 생각도 들고요.  학급 아이들도 제가 떼떼쌤이라는 걸 알고 저보다 닉네임을 더 소중하게 생각해 주더라구요. 가끔 아이들이 놀자고 조르거나, 어렵다고 투정 부릴 때는 “선생님 이제 떼떼쌤 말고 찡찡쌤으로 별명 바꿔야겠어.”라고 농담을 주고받기도 해요.


뷰: 인디스쿨에서 진행된 ‘선생님은 요즘 어떻게 지내세요?’ 응원 댓글 달기 캠페인에 웹툰을 그려주셨어요. 7월 18일 이후 심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많이 지쳐 계시는 선생님들에게 띄우는 메시지를 웹툰에 담아 주셨죠. 감사하다는 인사를 드리고 싶어요. 저도 웹툰이 업로드된 날 선생님 웹툰을 봤는데 뭉클하기도 하고 울컥하기도 했어요. 많은 선생님들께서 공감하시고, 위로를 얻으신 것 같아요.  어떤 계기로 캠페인을 열게 되셨는지 궁금합니다.

떼떼쌤: 캠페인은 미디어 콘텐츠 팀장님이 기획을 하셨어요. 저에게 참여해 보는 게 어떻겠냐며 제안을 주셨는데, 팀장님 제안이 가장 큰 계기가 되었습니다. 선생님들 모두 그러셨겠지만 개인적으로 올여름이 정말 힘들었어요. 매주 토요일 집회가 끝나면 선생님들께서 인디에 ‘위로받았다.’ ‘힘이 되었다.’ 같은 얘기를 나눠주시고 따뜻한 이야기들도 오고 갔지만, 저는 그 과정에서 감정이 정말 많이 소모되었거든요. 시간이 지나도 여전히 우울함이 컸고, 우울에서 빠져나오는 것도 쉽지 않았어요. 비슷한 경험들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는 시간이었잖아요. 서로의 공감대가 만들어내는 연대가 힘과 위로가 되는 측면도 있겠지만, 저는 매 집회에 다녀올 때마다 받는 충격과 상실이 더 컸던 것 같아요. ‘이렇게나 많은 선생님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힘들어하고 계셨다니!’라는 걸 확인할수록 변화가 아득하게 느껴졌어요. 인디에 올라오는 글, 정보를 놓치지 않으려 따라가면서 내면이 끊임없이 매몰되는 시간을 보냈어요. 언젠가 다시 내면에 힘이 차오르면 지금 이 시간들을 찬찬히 꺼내어 보면서 글로든 그림으로든 풀어봐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당장은 도저히 엄두가 나지 않더라고요. 미루면서 묵혀만 두고 있었는데 마침 팀장님이 제안을 주셔서 마음을 다잡고 그릴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뷰: 작업을 결정하기까지 고민이 많으셨겠어요. 이 시간들을 보내면서 선생님 안에 차곡차곡 쌓인 생각, 감정, 메시지를 정리하고 웹툰에 담을 메시지를 선별하는 것도 많은 고민을 동반하는 일이었을 것 같고요. 이번 작업을 하면서 무엇에 중점을 두셨는지 궁금해요. 

떼떼쌤: 작업에 들어가기 전 이건 꼭 지켜야겠다 했던 것들이 있어요. 가장 중요했던 건 자극적인 요소를 최대한 담지 말자는 것이었어요. 예를 들어 처음 콘티를 작성할 때 ‘자살예방’이라는 단어를 넣으려고 했거든요. 그런데 그리다 보니 저 조차도 마음이 지쳐서 단어만 봐도 가슴이 철렁 하더라구요. 조금만 센 단어도 자극적으로 느껴지는 거죠. 그래서 누군가에게 힘든 상황을 떠올리게 할 만한 표현은 사용하지 않았어요. 다음으로는 저의 우울한 감정이 웹툰에 묻어나서 읽는 사람까지 같이 우울해지지 않도록 하자는 것이었어요. 이 웹툰만큼은 읽는 것만으로도 따듯하고, 몽글몽글한 기분이 들면 좋겠다고 생각했거든요. 웹툰을 읽으신 선생님들에게 또 한 번의 우울과 슬픔이 아닌 작은 온기를 드리고 싶었어요. 이렇게 고려할 게 많다 보니 열 컷 밖에 되지 않는 웹툰인데도 시간이 정말 오래 걸렸어요.


뷰: 단어 하나, 문장 하나에 굉장히 조심스럽게 접근하셨군요. 웹툰 뒤편에 숨겨진 선생님의 고뇌의 시간이 독자인 동료 선생님들에게 잘 전달된 것 같아요. 많은 선생님들이 댓글로 반응해 주셨어요. 댓글을 통해 서로를 향한 위로와 격려의 메시지들이 배로 나눠져서 더욱 따듯해지는 시간이었던 것 같아요. 간혹 ‘요즘 딱 제 모습 같아요.’라는 공감 댓글이 보였는데요. 그만큼 이 웹툰이 현재 선생님들의 생각을 잘 담고 있다는 말이겠죠. 구체적인 현실 묘사, 이를 테면 상황이나 대사 같은 것은 어디서 영감을 얻으셨어요? 

떼떼쌤: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단어 하나, 문장 하나에 고민을 거듭할 수밖에 없었는데요. 주로 제 얘기를 솔직하게 담았어요. 정말이지 제 스스로가 이상하게 느껴지는 날들이었거든요. 가만히 일하다가도 갑자기 생각이 멈춰요. 걸어가다가도 그랬고요. 그러면서 ‘어, 나 뭐 하려고 했지?’하는 당황스러운 순간들도 있었고, 불시에 우울함이 불쑥불쑥 찾아오니 정말로 ‘우울증인가?’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어요. 저만 그런 거라고 생각했는데 하루는 동학년 선생님 한 분이 비슷한 말씀을 하시는 걸 들었어요. ‘저 요즘 무슨 일 있는 것도 아닌데 종종 우울해요.’라는 말씀을  하시더라고요. 그러면서 알았죠. ‘아, 어쩌면 지금의 우리들은 비슷한 시간을 보내고 있을지도 몰라.’ 그래서 조심스레 제가 경험했던 감정들을 웹툰으로 담았습니다. 선생님들께서도 공감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뷰: 선생님들께서 달아주신 댓글 중 특별히 기억에 남는 댓글이 있으셨나요?

떼떼쌤: 선생님들께서 남겨주시는 댓글은 항상 하나하나 확인하는데요. 너무 많은 댓글 속에 꼭 하나를 고르기보다는, 선생님들의 커다란 에너지를 확인할 수 있었던 게 큰 힘이 되었어요. ‘아, 나만 우울하고 힘든 시간을 보내는 게 아니었구나.’ ‘모두가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지만,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려고 애쓰고 있구나.’를 확인하는 시간이었던 것 같거든요. 그럴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지만 가끔 라운지에 올라오는 게시글의 무거움, 진중함, 날카로움을 보면서 감정적으로 소진되기도 했었는데, 적어도 웹툰에 남겨주신 댓글들을 읽는 순간엔 긴장을 풀 수 있었던 것도 같아요. 뭐랄까요? 쉽지 않은 상황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선생님들은 여전히 따듯한 사람들, 희망을 잃지 않고 함께 으쌰으쌰 힘을 모아가는 멋진 집단, 작은 사회라는 걸 확인했다는 게 가장 큰 위로였던 것 같아요.


뷰: 선생님 말씀처럼 여름 내내 인디스쿨 라운지와 게시판이 정말 뜨거웠죠. 시급하고 중요한 게시글들이 가득하기도 했지만, 다양한 의견이 합일되지 않아 생기는 과열로 인해 피로감을 호소하거나 잠시 인디를 떠나 있겠다는 선생님들이 계시기도 했는데요. 모두의 마음을 안아줄 수 있는 작품을 만들어 주셔서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앞으로도 선생님의 작품을 보고 싶어 하시는 선생님들이 계실 것 같아요. 종종 인스타툰을 업로드하시는 계정을 슬쩍 소개해주세요.

떼떼쌤: 소개하기가 조금 부끄럽네요. 올해는 인스타툰을 한 개도 업로드하지 못했거든요. 마음에 힘이 생기면 그리겠다며 아이들과 있었던 에피소드들을 메모장에 몇 페이지 잔뜩 저장해 두었는데, 아직 올해 이야기는 하나도 그리지 못했어요. 언제 다시 업로드할 수 있을지는 아직 확실히 말씀드릴 수 없지만 조금 시간이 지나고 내면에 힘이 차오르면 다시 인스타툰을 그릴 수 있겠죠? 혹시 궁금하신 선생님들이 계시다면 @ttette_teacher 계정으로 살짝 놀러 와 주세요!


뷰: 선생님께서 새로운 인스타툰을 업로드하실 때까지 기존 인스타툰을 한 개씩 읽으면서 기다리고 있을게요. 서서히, 선생님의 속도대로 내면이 충전되시길 응원하고 있겠습니다. 그나저나 굉장히 바쁘신 것 같아요. 현재 인디스쿨 황금별에 등극하셨고, 계속해서 수업자료를 업로드하고 계세요. 선생님의 인디스쿨 페이지에 놀러가 봤는데요. 깜짝 놀랐어요. ‘우와, 이분 완전 인디 셀럽인데?’하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제가 처음 선생님 페이지에 들어갔을 때 팔로워가 무려 3,820명이었는데 요 며칠 새 팔로워는 다음날 3,873명으로 증가했고, 포인트는 570,852점에서 298,914점으로 늘었어요. 그만큼 선생님 자료를 기다리고, 활용해서 수업하시는 선생님들이 많다는 이야기겠지요. 실제로 포털사이트에 ‘떼떼쌤’을 검색하면 ‘인디스쿨 떼떼쌤 자료를 활용하여’ 수업했다는 선생님들의 블로그 게시글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어요. 인디 셀럽이라는 말, 어떻게 생각하세요?

떼떼쌤: 제가 원래 칭찬만 들으면 얼굴이 빨개지고 엄청 뚝딱이는 사람인지라 민망하고 부끄럽네요. 겸손을 떨려는 게 아니라, 정말로 칭찬을 들을 때마다 ‘너 뭐 돼?’가 되지 않게 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뷰: 오늘 인터뷰가 진행되는 동안 선생님께서 뚝딱이가 되는 일은 없어야 할 테니 인디 셀럽이라는 말은 넣어둬야겠어요. 선생님의 소개글에서 눈에 띈 부분이 있어요. ‘호로록 빨려드는 스토리텔링 수업 PPT를 만들고 있습니다.’라는 문구인데요. 이 문구를 보고 선생님의 자료를 다운받지 않을 수 없었어요. 너무 궁금했거든요. 저에게 선생님의 자료는 하나의 게임처럼 느껴졌어요. 디자인, 기술적 요소는 물론이고, 게임, 미션, 노래 등 아이들이 몰입해서 참여할 수 있는 요소가 적재적소에 들어 있는 게 마치 흥미로운 게임 같더라고요. 이렇게 스토리텔링 수업을 기획하게 된 계기가 있으세요?

떼떼쌤: 교직 생활 3년차에 4학년을 맡게 되었어요. 아이들을 처음 만난 날 자기소개 설문지를 작성하는 시간을 가졌어요. 좋아하는 동물, 우리 가족 소개하기 등 여러 질문에 아이들이 스스로 답을 적어보는 시간이었는데요. 좋아하는 과목과 싫어하는 과목을 물었더니 싫어하는 과목으로 국어를 가장 많이 적었더라고요. 의아했어요. 저는 학창 시절 내내 국어를 정말 좋아했거든요. 동시에 오기가 생기더라고요. ‘아니, 어떻게 국어를 재미없다고 할 수가 있지? 올해 나랑 공부하면서 그 생각이 싹 바뀌게 해 주마!’라는 생각으로 자료를 만들기 시작했어요. 아이들의 호응을 얻으려고 동화처럼 스토리를 만들기 시작했고요.


뷰: 국어를 향한 진심과 수업으로 아이들과 소통하고자 하는 진심이 만나 스토리텔링 수업 자료가 탄생했네요. 4학년 아이들에게 선생님의 진심이 통했는지 궁금해요.

떼떼쌤: 네, 다행히 아이들의 반응이 정말 좋았어요. “국어가 재밌을 수 있다니!”라는 말을 하더라고요. 선생님들께서도 인디 댓글로 아이들이 과목 자체를 좋아하게 되었다는 말씀을 정말 많이 해 주셔서 너무 뿌듯하고 행복했습니다.


뷰: 우리 반 아이들이 좋아해 주면 힘을 내서 계속해서 자료를 만들 수밖에 없을 것 같아요. 하지만 자료 제작에 정말 많은 시간이 걸릴 것 같은데요. 지식만 넣는 게 아나라 스토리라인을 짜고, 다양한 요소를 넣어야 하니까요. 보통 하나의 자료를 만드는 데 얼마큼의 시간이 걸리세요? 주로 언제 자료를 제작하시는지도 궁금해요.

떼떼쌤: 자료 제작에 걸리는 시간은 그때그때 다른 것 같아요. 미리 계획을 세운다고 모든 일이 계획대로 차근차근 흘러가지는 않더라구요. 만들면서 순간의 아이디어를 낚아채서 진행하는 스타일이기도 하고요. 더구나 스토리가 있어야 하니까, 아이디어나 영감이 번뜩 떠오르지 않으면 시작을 할 수가 없어요. 스토리라인, 캐릭터, 배경 등을 짜는 데 가장 많은 시간을 투자하는 것 같아요. 어떤 수업은 3초 만에 단어 하나로 스토리라인이 떠오르기도 하고, 어떤 수업은 한 달을 고민해도 도무지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을 때도 있어요. 스토리라인만 잘 정리되면 PPT로 제작하는 데는 평균 두, 세 시간 정도 걸리는 것 같아요.


뷰: 어떻게 보면 작가와 비슷하다고 할 수 있겠네요. 작년에는 주로 4학년 국어 자료를 만드셨고, 올해는 6학년 사회 자료를 만들고 계세요. “6학년들도 이 정도 스토리텔링은 유치하지 않게 즐겨 줄까요? 수준을 잘 모르니 창작의 고통도 두 배!!!!!!!!!!!!!”라고 귀여운 하소연을 하셨던데, 학년에 따라 창작에 따르는 고통의 수준이 다른가요?

떼떼쌤: 아무래도 아이들의 눈높이가 다르니 스토리라인을 짤 때 포커스를 다르게 둬야 하는 것 같아요. 예를 들면 4학년의 경우에는 스토리가 있다는 것 자체에 열성적으로 반응을 했어요. 유치한 스토리도 잘 먹히고, 좀 말이 안 돼도 좋아하고요. 하지만 6학년은 그렇지 않더라구요. ‘어머나~ 행복하게 살았답니다~’ 같은 판타지 동화 느낌보단 조금 차갑게, 현실적인 이야기를 엮어야 하는 것 같아요. 디테일 면에서도 고증을 잘해야 하고요. 저도 몰랐던 옥에 티도 잡아내는 저희 반 아이들 때문에 진땀 뺀 적도 있었답니다.


뷰: 어쩌면 판타지보다도 현실적인 이야기를 창작해 내는 게 더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네요. 우리 6학년 친구들은 선생님의 창작의 고통이 고스란히 담긴 사회 수업을 즐기며 잘 따라오고 있나요?

떼떼쌤: 매우 잘 따라와 주고 있어요. 저는 수업 시작 전에 일부러 아이들에게 생색을 내요. “이거 선생님이 한 달 전부터 겨우겨우 짜낸 스토리인데 한번 볼래?”라든지 “이번에는 아이디어가 너무너무 안 떠올라서 새벽 네 시까지 고민하면서 겨우 만든 거야.”라는 식으로요. 6학년이면 사춘기도 오고, 점점 수업을 따라오고 싶어 하지 않는 아이들이 생기기 마련인데 제가 수업 자료 만드는 고충을 아이들에게 털어놓음으로써 아이들 투정이 쏙 들어가는 효과가 생겨요. 어떨 때는 아이들이 나서서 “선생님이 열심히 준비하셨는데 너 왜 그래?”라고 말해 주기도 하고요. 다사다난한 우리 반이지만 다행히 지금까지도 수업을 잘 따라오는 친구들이 주류가 되어서 반 분위기를 잘 만들어 주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뷰: 시간과 노력을 가득 쏟아부은 자료를 얼굴도 모르는 익명의 사람들에게 무료로 공유한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닐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물론 인디 안에서는 감사하고 아름답게도 빈번하게 일어나는 일이지만요. 선생님께서는 자료를 공유하실 때 각 자료마다 상세한 세부 설명을 덧붙이고, 다운로더 선생님들의 피드백에도 열려 있으시죠. 자료를 선생님들에게 공유하는 원동력이 궁금해요.

떼떼쌤: 으레 생각하시는 것처럼 내 한 몸 희생하겠다는 봉사 정신! 만으로 자료를 공유하는 건 아니에요. 4학년 국어 수업 자료를 처음 만들 때 꼬박 이틀이 걸렸거든요. 그런데 수업을 마치고 나니 이렇게 아이들이 환호해 주는 수업 자료가 딱 한 번, 40분의 수업이 끝나면 쓸모를 다 한다는 게 아깝게 느껴졌어요. 해당 차시 진도가 끝나면 수업 자료는 더 이상 필요가 없어지니까요. 그래서 인디에 공유하기 시작했어요. 자료 만드는 거야 저에게는 진심으로 즐거운 일이고, 원체 완벽주의 성향이 강하다 보니 노력과 시간을 쏟아부어 만들 수밖에 없거든요. 좋아서 하는 일인데 선생님들께서 활용해 주시고 좋아해 주시니 오히려 감사하죠. 자료의 쓸모가 저희 반 수업으로 그친다면 조금 허무할 것 같기도 해요.


뷰: 선생님 자료에 달리는 댓글들을 보면 떼떼쌤 자료로 수업하시는 랜선 동학년 선생님들이 꽤 많으신 것 같아요. 인디 랜선 동학년 선생님들과의 유대가 굉장히 좋으신 것 같은데, 이러한 랜선 유대가 선생님의 교직생활의 한 단면을 윤택하게 하는 부분이 있을까요?

떼떼쌤: 정말로! 힘을 많이 받고 있어요. 제가 즉각 즉각 댓글을 확인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시간 차가 있어도 모든 댓글을 하나하나 확인하려고 하거든요. 인디에 자료를 올릴 때마다 매번 댓글을 달아주시는 선생님들도 계시고, 소위 말하는 주접 댓글을 달아주시는 선생님들이 계시는데 읽을 때마다 너무 재미있고 힘이 많이 됩니다.


뷰: 기억에 남는 댓글이 있으세요?

떼떼쌤: 작년에 4학년을 맡다가 올해 6학년을 맡게 되었는데요. 저처럼 작년에 4학년을 담당하고 같이 6학년으로 올라오신 랜선 동학년 선생님들이 계시더라고요. 그분들이 ‘함께 올라왔다’고 올해도 동학년이 되어서 반갑다는 표현을 해주시는데 제가 다 든든해지더라고요. 얼마 전에는 이런 댓글이 있기도 했어요. 조금 힘들었던 시기에 몇몇 선생님께서 ‘선생님, 힘드시면 언제든 쉬어가도 되는 거 아시죠?’라고 남겨주셨더라고요. 내색하고 말하지 않아도 헤아려 주는 분들이 계시는 것 같아요.


뷰: 문득 궁금한 게 생겼어요. 선생님의 오프라인 동학년 선생님들은 선생님이 떼떼쌤이란 걸 알고 계시나요?

떼떼쌤: 네, 어쩌다 닉네임을 들키는 바람에 저희 학교 선생님들은 알고 계세요. 처음엔 신기하게 보셨던 것 같아요. 요즘은 동학년 선생님들과 수업 관련해서 얘기를 하게 되면 자료 만드느라 수고 많다고 격려도 해주시고, 제 자료를 활용하면서 반 아이들과 있었던 에피소드들을 들려주기도 하세요. 칭찬에 어쩔 줄 모르는 성격이라 민망하지만, 선생님들께서 주시는 피드백에 도움도 많이 받고 있어서 감사해요. 한편으로는 제가 떼떼쌤이라는 게 알려지면서 더 조심스러워지고 책임감이 생기는 부분도 있는 것 같아요. 엄밀히 말해서 수업자료를 제작하고 업로드하는 건 외부 활동이라고도 볼 수 있으니, 학교에서 맡은 업무에 소홀해지거나 동학년에 피해가 갈까 항상 죄송스럽고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 다음 학교에서는 철저하게 비밀에 부쳐볼까 봐요^^


뷰: 담임 업무에 교내 업무에, 자료 제작까지 바쁘실 것 같은데 그 와중에 지난 4월 교단일기 클럽에 참여하셨어요. 교단일기 클럽에는 어떤 계기로 참여하게 되셨어요?

떼떼쌤: 교단일기 클럽 모집 공고를 보고 고민을 많이 했어요. 2년 차에 2학년을 담당하던 해가 정말 힘들었어요. 저를 힘들게 하는 아이가 있었고, 11월에는 정말 큰 사건을 마주해야 했거든요. 두 달 동안 왕복 출퇴근길 3시간을 울면서 다녔어요. 휴대폰 진동 소리에 공황이 올 정도였고, ‘출근하기 싫다.’ ‘다리 부러져서 입원하고 싶다.’ 같은 생각도 많이 했어요. 그나마 11월이었던 게 다행이었던 것 같아요. 두 달을 어찌어찌 버티고 학기가 끝나면서 모든 힘듦을 그냥 묻어버렸어요. 감사하게도 그다음 해에 너무너무 예쁜 4학년 아이들을 만났고, 올해가 되었는데요. 좋은 아이들을 만나면서 힐링하고, 지난날을 치유할 수 있었던 탓인지 묻어 두었던 힘듦을 돌아볼 용기가 생긴 것 같았어요. 예전에는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숨이 잘 안 쉬어지는 것 같고, 얘기하는 것도 버거웠는데 이제는 그때를 꺼내어 봐도 아프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기억이 무뎌지기 전에 글로 풀어보는 게 의미 있을 것 같아서 교단일기 클럽에 지원했어요. 그때 기록한 교단일기를 지금도 가끔 읽어요. 기록한 것을 책으로 묶어서 주시잖아요. 완성하고 나니 뿌듯하더라고요.


뷰: 선생님이 기록하신 교단일기의 오늘의 한 문장을 쭉 읽어 보았는데요. 한 문장 한 문장에 교사의 기쁨과 슬픔이 담겨 있는 것 같았어요. 예를 들어 ‘그때의 교단에 이제 내가 서 있네’라든지 ‘아이들이 다 돌아가고 텅 빈 교실에 앉아 있는데 따뜻한 햇살이 들고 바람이 살짝 부는 그런 풍경’에는 교사로서 느끼는 작은 행복이 담겨 있는 것 같았어요. ‘이렇게 시작한 잔소리는 아이들에게도 독이 되고 나에게도 독이 된다’라는 문장에는 아이들과 관계 맺는 방식에 대한 깊은 반추가 담긴 것 같았고요. ‘어떤 기준을 가지고 교사라는 직업을 대해야 하는가’랄지 ‘이런 방향으로 변화하는 사회 속에서 언제까지 꿈과 열정을 갉으며 버틸지 나도 잘 모르겠다.’라는 문장에는 교사로서의 깊은 고뇌가 담겨 있는 것 같았어요. 현장에서 선생님이 느끼시는 교사의 기쁨과 슬픔에 대해 듣고 싶어요.

떼떼쌤: 선생님들마다 다른 답을 갖고 계실 것 같은데요. 제가 생각하는 교사의 기쁨과 슬픔은 모두 신뢰와 관련 있는 것 같아요. 내가 하는 일에 대해 누군가가 믿어주고 지지해 주면, 그게 가장 큰 힘이자 기쁨인 것 같아요. 학부모님께서 ‘한 해 동안 감사했습니다.’라는 말씀 한 마디 해주신다거나, 우리 반 아이들이 ‘우리 선생님은 항상 최선을 다하셔.’ ‘우리 선생님은 우리를 위해 주시는 좋은 분이야.’라고 생각하고 따라준다면 아무리 힘들었던 기억도 상당 부분 씻겨 나가는 것 같아요. 슬픔은 그 반대일 때, 교육 환경 속에서 신뢰받지 못할 때 생기는 것 같고요. 


뷰: 교사, 학부모, 학생 간의 신뢰는 교육 환경에 있어서 중요할 수밖에 없죠. 물론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서로의 신뢰뿐 아니라 구조적, 문화적, 나아가 거국적 차원에서 풀어져야 할 해묵은 문제들도 산적하지만요. 선생님이 바라는 교육 환경, 학교 환경은 어떤 모습인지 궁금해요.

떼떼쌤: 오늘 받은 질문 중 가장 어려운 문제 같아요. 바뀌어야 할 게 너무너무 많죠. 좁게 보면 학교 제도부터 멀리 보면 거국적인 변화가 불가피한 것 같아요. 어디서부터 어떻게 이야기해야 할지 어렵네요. 너무 막연한 대답이지만 아주 좁게, 제가 속한 반경만 생각하고 말씀드린다면 학부모, 학생, 교사 모두가 조금 덜 날카롭게 서로를 대할 수 있는 환경이면 좋겠어요. 둥글둥글하게요. 그러려면 서로를 향한 믿음, 신뢰가 바탕이 되어야 하는 것 같아요. 우리 선생님들을, 학교를 좀 더 믿어주시면 좋겠고, 선생님들이 너무 힘들지 않게 교직생활을 이어갈 수 있는 환경이 되면 정말 좋겠습니다. 


뷰: 마지막 질문이에요. 선생님께서는 교직에 계시는 동안 어떤 사람으로 존재하고, 기억되고 싶으세요?

떼떼쌤: 저와 함께한 아이들이 훗날 떠올릴 수 있는 선생님이 되고 싶어요. 제 롤모델이셨던 선생님 세 분이 계세요. 세 분 다 고등학교 때 선생님이신데 매 순간 최선으로 가르쳐 주셨고 지도해 주시던 분들이었어요. 물론 그때는 몰랐지만요. 뒤늦게 선생님들 생각이 많이 나더라고요. 아이들이 그렇게 저를 기억해 줬으면 좋겠어요. 지금 당장은 몰라도 돼요. 다만 중학교에 가고, 고등학교에 가고, 어른이 되어서 한 번쯤은 ‘그때 정말 우릴 생각하셨겠구나. 최선을 다하셨구나.’ 하고 한 번쯤 생각해 준다면 좋겠네요. 어쩌다 해결하지 못하는 고민을 맞닥뜨렸을 때 ‘선생님한테 연락해서 이야기해 볼까’라고 떠올려 주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 같고요.


뷰: 앞으로 선생님의 교직생활에 서로 간의 신뢰로 똘똘 뭉친 기쁨이 가득하기를, 아이들에게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 선생님으로 기억되기를 응원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인디스쿨 선생님들에게 한 마디 부탁드려요.

떼떼쌤: 자료에 남겨주시는 호응들, 전폭적인 지지와 응원에 정말 정말 큰 힘을 얻고 있어요. 알람이 섞여서 뜨다 보니 제때 확인하지 못하는 알람도 있고, 모든 댓글에 반응하지는 못하지만 항상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번 웹툰에 그린 것처럼, 언젠가 어느 학교에서 동학년으로 만나게 된다면 정말 반갑게 인사하고 싶어요. 언젠가 만날 수 있기를 바라며, 선생님들 모두 각 자리에서 파이팅입니다! 


작가의 이전글 선생님을 기억합니다(2)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