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uno 준우 Jan 29. 2024

버저 비터

개미굴 4화

마치 영화에서 보던 셜록홈즈와 왓슨이라도 된 듯 우리는 천천히 그들을 따라갔다. 밝은 대낮에 우리를 경계하는 사람은 딱히 없어보였다. 이때까지만해도.


'도둑이 제 발 저린다.'라는 말은 사실이었을까, 괜스레 눈치가 보여 서로 시답지 않은 날씨 이야기를 일부러 크게 나누며 그들을 따라갔고, 이윽호 도착한 곳은 우리가 예상하던 곳과는 다른 곳이었다.

 

어딘가 은밀한 곳으로 갈 것이라는 우리는 예상과는 다르게, 그들이 들어간 곳은 점심시간으로 붐비고 있는 사무실 근처의 햄버거 가게 안이었다. 점심을 먹으러 나왔던 것이었다.


‘들어가서 근처에 앉아있으면 무슨 이야기라도 듣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점심을 이미 먹은 후였지만, 우리 가게 안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20명 정도 되는 그들은 조를 나누듯 앉아 햄버거를 먹기 시작했고, 우리는 그들을 관찰하기 위해 그 테이블들 바로 옆에 자리를 잡았다. 물론 눈에 띄게 가만히 앉아있을 수 없었던 우리도 아이스크림 하나씩 먹기로 했다.


그때였다. 키오스크에서 주문하고 계산대 앞에서 아이스크림을 기다리며 그 사람들을 관찰하던 나는 거기 있는 한 여자와 눈이 마주쳤다. 요 며칠 너무 눈에 띄게 오고 가는 사람들한테 친한 척 말을 걸어서인지, 분명 그 사람은 우리를 알고 있는 눈치였다.


'들킨 건가' 순간이었지만 긴장되는 수 초간의 눈 맞춤 뒤 그녀는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며 밖으로 나갔다.


계산대에서 주문한 아이스크림을 테이블로 가지고 돌아가며 나는 그들의 상에 올려져 있는 클립보드와 그 위에 쓰여 있는 내용을 파악하고자 일부로 시선을 아래로 고정하며 그들의 테이블을 지나쳤다.


하지만 어지럽게 적혀진 글씨 때문인지, 아니면 눈치를 챌까 너무 긴장한 탓인지 제대로 확인하지 못하고 우리 자리로 돌아왔다. 조금 전 유리창 밖에 눈을 마주쳤던 그녀는 유리창 밖에서 우리를 노골적으로 주시하면서 통화를 하고 있었다.


그들에게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고 판단한 나는 빨리 무엇이든 그들의 정체를 알아낼 것이 필요했다.


이런 나의 조급함을 아는지 모르는지 가게 안은 사람들의 이야기와 음악 소리로 시끌시끌했고 당연히 그들이 나누는 대화 또한 들리지 않았다.


“안 되겠다. 방법이 없네… 다음에 다시 시도해보자.” 카톡으로 케니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이윽고 포기하며 일어나는 찰나 맞은편에 앉은 그들의 노트북 화면이 눈에 들어왔다.


“야~ 날씨도 좋은데 사진 찍어서 애들 단톡방에 올리자.”

일부로 그들에게 들리게 큰 소리를 너스레를 떤 후 내 앞에 앉은 케니의 사진을 찍었다.


아이스크림을 들고 찍은 케니의 사진을 확대해 그 사람들의 노트북 화면을 확인한 나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됐다. 이제 빨리 나가자.”

그들의 정체를 알아낸 나는 빠르게 가게를 빠져나왔다.


-베트남 하노이에서 (2024)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