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출근하고 저녁에는 기숙사로 돌아가며, 나는 대만 생활에 차츰 익숙해졌다. 태풍 때문에 거리에 세워둔 오토바이나 상점 간판들이 날아다니는 날들을 제외하면, 매일 오전 교무실 앞 빈 사무실에서 인턴들이 모여 아이디어 회의를 했다. 주어진 과제는 '스포츠 투어리즘'을 활성화하는 것이었다.
'스포츠는 참 어떤 산업 분야와 붙여놔도 확장성이 뛰어나다.'
이 '스포츠 투어리즘'이라는 단어를 그때 처음 들었는데, 학교의 스포츠 매니지먼트 학과에서는 스포츠를 통해 부가적인 가치를 창출하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었다. 간단히 말하자면, 스포츠 + α의 개념이었다. 신입생 수가 점점 줄어들고 있었기 때문에, 학교는 사용하지 않는 캠퍼스 시설을 어떻게 활용할지 고민하고 있었다. 내가 참여한 국제 스포츠 마케팅 인턴십도 그런 활용 방안 중 하나로 진행된 프로그램이었다.
인턴들 각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여러 의견이 오간 끝에, 지역 중학생을 대상으로 '영어 스포츠 투어리즘 캠프'를 진행하기로 했다. 또 'English Only' 캠프 동안, 인턴들은 캠프 리더로서 아이들에게 영어를 사용하게 하고 기본적인 스포츠를 체험할 수 있는 활동을 계획했다. 이는 영어 교육에 대한 관심이 높은 대만 학부모들의 주목을 끌기 충분할 것 같았다. 이 경험과 콘셉트는 이후 내가 한국에서 해외 축구 구단들과 함께 진행한 스포츠 프로그램에 큰 영감을 주었다.
분위기 띄우는 프랑스 트리오
우리는 어떤 스포츠 종목과 관광 코스를 짤지 고민한 뒤, 각자의 강점을 살려 종목을 선택했다. 기본적으로 모두 잘 아는 축구를 시작으로, 실내 체육관에서 진행할 수 있는 농구와 테니스도 추가했다. 또한 가까운 관광지를 방문할 때는 대중교통 대신 자전거(사이클링)를 이용하기로 했다.
며칠간 일정 수정과 현장 답사를 마친 뒤, 우리는 홍보 방법을 논의했다. 프로그램 자체는 선수 출신 볼칸과 영국에서 온 찰리, 알렉스가 있어 무난히 진행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대학생들이 동아리 외에 홍보를 해본 경험은 적었다. 결국 전단지 제작, 캠퍼스 주변 현수막 설치, 그리고 소셜 네트워크에 올릴 홍보 영상을 만들기로 했다. 섬세한 디자인과 영상 제작은 미적인 것에 엄격한 프랑스 출신 알렉스가 맡았다.
지금 돌아보면 조잡했지만, 당시에는 꽤 멋지다고 생각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주문한 전단지가 도착했고, 이제 전단지를 언제 어디에 나눌지 의논했다. 우리의 타깃은 크게 두 그룹이었다. 첫 번째는 우리 캠프 대상인 중학생들이었고, 두 번째는 중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들이었다. 첫 번째 그룹은 우리가 인근 중학교에서 스포츠와 영어를 가르치고 있었기 때문에 쉽게 접근할 수 있었다. 문제는 학부모들이었는데, 아이들에게 전단지를 나눠주면 자연스럽게 전달되겠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생각했다. 그때 고민하던 우리에게 노아 교수님이 말씀하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