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는 회생절차와 관련된 하도급대금 지급보증(보험)의 법적 문제를 살펴보겠습니다. 하도급인이 그냥 잠적하거나 바로 폐업이나 파산신청을 하는 경우도 있지만, IMF 구제금융 사태 이후로 회생절차(과거의 법정관리)를 개시 신청하는 사례가 많이 늘었습니다. 현재 약관상으로 하도급인이 회생절차를 신청했다고 하여 그래서 갱생의 가능성이 있다고 하더라도 보험금(보증금) 지급사유가 되지 않는 건 아닙니다. 기본적으로는 다른 사유의 경우와 동일하지만, 다음 세 가지 점을 언급할 필요가 있을 거 같습니다.
회생채권은 회생계획에 따라 변제되고, 대부분은 그 권리의 내용이 변경되는데 반해, 공익채권은 보통 회생 관할법원의 허가를 받아[*] 그 전액에 대해 수시로 회생채권·회생담보권에 우선하여 변제됩니다. 따라서 공익채권으로 인정되는 것이 채권자에게 훨씬 유리합니다. 그런데,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118조 제1호에 의하면 채무자에 대하여 회생절차 개시 전의 원인으로 생긴 재산상의 청구권을 회생채권으로 보고 있기 때문에 회생절차 개시결정 전에 발생한 기성 공사대금 채권이 회생채권인지 여부가 문제 됩니다.
한편 동법 제179조 제7호에 의하면 동법 제119조 제1항의 규정에 의하여 관리인이 채무의 이행을 하는 때에 상대방이 갖는 청구권을 공익채권으로 봅니다. 그리고 동법 제119조 제1항은 쌍무계약에 관하여 채무자와 그 상대방이 모두 회생절차 개시 당시에 아직 그 이행을 완료하지 아니한 때에는 관리인은 계약을 해제 또는 해지하거나 채무자의 채무를 이행하고 상대방의 채무이행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합니다. 즉 쌍방의 채무가 아직 미이행된 쌍무계약의 경우 관리인이 계약을 해지(해제) 하지 않는다면 상대방의 채권은 공익채권이 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하도급 공사가 준공되지 않고, 계약도 해지되지 않은 경우에는 하도급 기성 공사대금 채권도 공익채권으로 볼 수 있는 여지가 있습니다.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119조 제2항에 의하면 채권자는 관리인에게 계약의 해제나 해지 또는 그 이행의 여부를 확답할 것을 최고할 수 있고, 관리인이 그 최고를 받은 후 30일 이내에 확답하지 않으면 제1항에 의한 해제권 또는 해지권을 포기한 것으로 간주합니다. 하수급인의 입장에서 채무자인 하도급인의 관리인이 계약의 해지나 그 이행 여부를 결정하지 아니할 때는 그 여부에 관한 확답을 최고함으로써 법적으로 불안정한 상태를 벗어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관리인이 그 이행을 선택하거나 확답을 하지 않은 경우에는 하수급인의 하도급대금 채권은 공익채권이 되는 효과가 있습니다.
다만, 회생절차 개시결정 전에 발생한 하도급 기성고 채권도 공익채권이 되는지에 대하여 견해 대립이 있습니다. 하지만, 견해 대립과 상관없이 채권관리의 측면에서 문서로 관리인에게 상기의 최고를 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하도급계약을 존속시키고 싶더라도 관리인의 의사에 의해 - 또는 법원의 허가를 받아 - 어차피 일방적으로 해지될 수 있기 때문에 최고를 했는데 관리인이 해지한다고 하면 어쩌지 하는 걱정은 무의미합니다. 다만 제2회 관계인집회가 종료하여 관리인의 해지권이 소멸하는 것을 기다리는 것도 방법이긴 하지만, 개시결정 후 제2회 관계인집회기일까지는 상당한 기간이 경과하는 것이 보통이기 때문에 바람직한 수단으로 보이진 않습니다.
대법원 판례(대법원 2003.2.11 선고 2002다65691 판결, 대법원 2004.8.20 선고 2004다3512 판결)에 따르면 회생절차 개시 결정 전에 발생한 하도급 대금 채권 - 상기한 대로 관리인의 해지권이 소멸한 경우를 말함 - 은 대개의 경우 공익채권에 해당할 것으로 보입니다. 판례가 공익채권으로 보는 이유는 1) 일반적으로 도급계약에 있어서 수급인이 완성하여야 하는 일은 불가분이므로 그 대금채권을 회생절차 개시 전의 원인으로 발생한 것과 그 이후의 것으로 분리될 수 없음이 원칙이고, 2) 매월 1회씩 기성고에 따라 지급하기로 한 것은 중간 공정마다 기성고를 확정하고 그에 대한 대금을 지급하기로 한 것과는 다르다는 점입니다. 그런데 이와 같은 사정은 통상의 건설 하도급계약에도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하도급대금 채권은 공익채권인 경우가 보통일 것입니다.
하지만, 서울중앙지법 파산부의 실무는 회생절차 개시 결정 전에 확정된 하도급대금 채권은 회생채권으로 정리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특별한 이론적 근거는 없으며, 회생회사의 후견인 입장에서 취하는 태도라고 합니다(대법원 판례해설 통권 제52호 p.198 참조). 다른 지방법원도 서울중앙지법의 사례를 따르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실무적으로는 회생채권으로 처리되는 경우도 많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결국 하수급인이 자신의 권리를 완전히 주장하고자 한다면, 실무적으로 회생채권으로 분류된 경우에도 별도의 소송 및 강제집행을 통해 관철시킬 여지도 있다고 보입니다.[**] 여하튼 하수급인이 자신의 채권을 보전하기 위해서는 보험금(보증금) 청구에만 기대하고 있을 것이 아니라, 회생절차에서는 공익채권으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최선의 조치를 취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합니다.
상기에서 본 바와 같이 통상 회생절차 개시 결정 이후의 하도급대금에 대해서는 공익채권으로 보는데 이견이 없으나, 또한 보험금(보증금) 지급대상도 아니기 때문에 문제의 핵심은 회생절차 개시 결정 전에 발생한 하도급대금 채권입니다. 만약 이를 포함한 하도급대금 채권 전액이 공익채권으로 인정되어 수시로 변제받을 수 있게 되었다면, 보험금(보증금)청구권을 당장은 행사할 수 없는 게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들 수 있습니다. 그리고 회생채권으로 분류된 경우에는 회생계획에서 면제나 출자전환으로 인해 현실적으로 변제받지 못하는 부분만 보험금(보증금)이 지급되는 건 아닌지 궁금하기도 합니다.
이에 대하여 개인적인 견해는 현재의 약관에서는 공익채권으로 인정되었다고 하여 보험금(보증금) 지급책임을 면할 수는 없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 이유는 하도급계약상 기성고에 따른 각각의 대금 지급기일이 도과하였다면 이미 하도급대금 지급채무 불이행이라는 (보증)보험사고가 발생한 것이고, 공익채권 인정을 변제기의 유예로 볼 수도 없으므로, 보험금(보증금) 지급책임이 이미 발생하였기 때문입니다. 다만, 이에 관한 판례의 사례가 아직 확인되지 않기 때문에 사전에 보험자 또는 보증기관에 문의하여 협의해 처리하는 것이 좋아 보입니다.
회생채권이 되면 회생계획에 따라 권리가 변경되는데 보통 면제나 출자로 전환되는 부분이 있습니다. 회생회사의 주식은 그 가치가 종이값만도 못한 경우가 대부분인데, 출자전환 후 무상감자 또는 주식병합을 하는 경우가 많아 채권의 출자 전환도 실은 면제와 하등 다를 바가 없습니다.[***] 이런 점을 고려한다면 법리적으로는 보험자 또는 보증기관에 대한 관계에서 출자전환된 주식의 평가액만큼 하도급대금이 변제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더라도 현실과는 거리가 멀어 보입니다. 결국 이 부분도 보험자 또는 보증기관에 사전에 문의하여 협의해 처리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입니다. 한편 현금 변제 대상 채권액에 대하여는 이미 보증(보험)사고가 발생한 것이지만, 변제기가 유예된 것과 비슷하다고 볼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실무적으로는 이미 수령한 변제액을 제외한 나머지 금액은 미수령 하도급대금으로 취급하여 (보증)보험 책임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그 경우, 잔여 현금변제 대상 채권에 대한 변제자 대위의 문제가 발생하는데, 이는 면제·출자전환된 채권액 부분과도 관련이 있어 결국은 보험자 또는 보증기관과 사전에 문의하여 협의·처리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어떻게 하다 보니 본의 아니게 보험자 또는 보증기관과 사전에 문의하라는 식의 설명밖에 안되었지만, 현실적으로 가장 정확한 안내는 보험자 또는 보증기관에서 받을 수 있는 것도 사실이긴 합니다.
건설산업기본법 제35조 및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제14조에는 원도급 발주자가 하수급인에게 하도급대금을 직접 지급할 수 있는 경우 및 직접 지급하여야 하는 경우가 명시되어 있습니다. 하도급인에게 회생절차가 개시되어 변제능력이 불확실한 상황에서는 하수급인도 하도급대금을 원도급 발주자로부터 직접 지급받고자 할 것입니다. 문제는 어떤 범위에서 직불을 받을 수 있고, 그 경우 보험금(보증금) 지급과는 어떤 관련이 있는가입니다.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하도급대금을 매월 1회씩 지급하기로 하였는데, 하도급인이 2015.6.10 회생절차 개시 신청을 해서 2015.6.17 개시 결정이 되었으며, 하도급대금은 2015년 5월 기성분이 2015.5.30에 미지급되었습니다. 원도급대금은 2015년 5월 기성분까지 2015.6.5에 지급되었으며, 2015.7.5에 6월 기성분이 지급 예정입니다. 그런데 많은 경우 하도급 기성고를 취합하여 원도급 기성고를 확정하는 절차를 거치기 때문에 당월의 하도급 기성 내역이 원도급 기성 내역에 반영되는 것은 다음 달인 경우가 많고, 따라서 지급된 원도급 대금 중 하도급 부분은 그 전달의 하도급 기성고가 됩니다. 즉 예시에서 원도급 5월 기성에 포함된 하도급 기성 내역은 실제로는 4월에 이루어진 기성인 경우가 많습니다.
이때 보험자나 보증기관은 통상 2015.6.10일까지의 하도급 기성고에 대해 미지급된 공사대금을 보상하려 할 것입니다. 그런데 원도급 발주자가 2015.7.5일부터 직불 하려 한다면 거기에는 원도급으로는 6월 기성이지만, 하도급으로는 5월에 신청한 기성분에 대한 공사대금이 포함된 것이기 때문에 결과적으로는 5월 기성분 하도급대금을 직불 받게 됩니다. 따라서 그 경우 건설공제조합이라면 약관 제3조 제1호에 따라 하도급 5월 기성분에 대해서는 명시적으로 보증책임을 부인하게 될 것이고, 서울보증보험(주)은 약관상 명시되어 있지 않아 불확실하긴 하지만, 제5편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만약 직불금액을 포함하여 지급한 경우에는 그 부분은 최종적으로는 변제자대위의 법리에 의해 처리되어야 할 것입니다. 다만 이 예시는 하도급대금 직불과 보험(보증)책임의 관련성을 설명하기 위한 것이어서 다양한 상황의 실제 사례에서의 문제는 역시 보험자나 보증기관에 문의하여 처리하는 것이 필요할 것입니다.
다음 글에서는 선급금 정산과 하도급대금 직불과 관련된 문제를 살펴보겠습니다.
[*]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61조 제1항 제1호에 의해 법원 또는 관리위원의 허가가 필요하며, 서울중앙지방법원의 경우 연간 매출액 100억 원 이하인 채무자는 500만 원, 연간 매출액 100억 원 초과인 채무자는 1천만 원 이상의 지출에 대해 허가사항으로 한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파산부 실무연구회, 회생사건실무(상) 제4판 (2018), 140면 각주 32).
[**] 이하는 개인적인 의견이며, 이에 관해 다룬 문헌을 필자의 역량 내에서는 찾지 못했습니다. 법원이 공익채권의 승인을 허가사항으로 지정한 경우, 관리인이 자신의 판단으로 공익채권으로 승인하지 않았다면 승인 신청의 의사표시를 구하는 재판을 구할 필요 없이 별도의 이행청구소송으로 권리를 실현할 수 있고, 관리인이 승인 허가 신청을 했으나, 법원이 불승인 결정 - 또는 관리위원의 불승인 처분에 대한 이의신청에 대해 기각결정 -한 경우에는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33조 및 민사소송법 제439조에 따라 항고로 다투는 외에 별도의 이행청구소송으로도 다툴 수 있다고 생각됩니다. 왜냐하면, 회생절차 개시 신청(결정)이 있는 경우에 중지되는 절차에 공익채권에 기한 강제집행 등은 포함되어 있지 않고, 예외적인 사정이 있는 경우에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180조 제3항에 따라 중지·취소될 수 있다고 보는 점을 고려할 때, 공익채권은 기본적으로 회생절차 외에서 처리함이 원칙이라고 생각되기 때문입니다.
[***] 특히 건설회사의 경우 나중에 M&A를 통한 회생을 도모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 경우 이미 출자전환·감자·병합된 주식은 M&A를 통한 변경 회생계획안에서 무상감자되는 게 일반적입니다. 예를 들어 최초 채권액 1억 원 중 3천만 원이 출자전환되고 7천만 원이 현금변제 예정액이었다면, M&A 이후에는 3천만 원에 대한 보유주식은 무상감자로 0주가 되고 현금 변제대상 7천만 원은 변경 회생계획안에서 인수대금을 고려해 3백만 원은 현금 변제하고, 나머지 6천7백만 원은 출자전환 후 즉시 무상감자해서 최종적으로는 1억 원의 채권 중 3백만 원만 변제받는 것과 같은 사례도 적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