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타의 보물 같은 장소들에 대한 이야기
0. 보물 하나 - 바다가 보이는 쇼핑몰 비치워크
열대국가에서의 쇼핑몰은 우리나라의 백화점의 개념과는 조금 다른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는 쇼핑도 하고 여가도 즐기는 곳이라면, 발리는 펄펄 끊는 사막에서 중간중간 자리하고 있는 오아시스 같은 느낌입니다. 햇빛이 정말 따가울 정도로 강하고, 한 발자국만 걸어도 땀이 나고 숨이 막히는 더위에는 정말 너무 고마운 곳입니다.
쿠타 비치에서 길 하나만 건너면 보이는 비치워크 몰에서는 발리 특유의 상품들도 팔고 맛난 음식도 먹을 수 있지만 쿠타 비치가 보이는 경치 또한 매력입니다. 서핑이 끝난 뒤 시원한 아이스크림을 쥐고 젖은 머리를 말리며 경치를 보고 있자면 모든 고민이 날아가는 것 같습니다. 비치워크 몰의 또 하나의 매력은 출구를 따라 이어진 마켓입니다. 이렇게 큰 몰의 출구가 마켓으로 이어지는 것이 놀랍기도 하고 재미있기도 합니다. 조금만 구경하고 있으면 금방 주인이 와서 흥정을 시작합니다. 이때 정신줄을 제대로 잡지 않으면 바가지를 당할지도 모릅니다. 마켓에서 판매하는 옷들은 대부분 수영복 위에 걸칠 여름옷들이지만 전통 사롱을 구매할 수도 있습니다.
1. 보물 둘 - 발리의 나시고랭 맛집
비치워크 몰을 지나 마켓들을 구경하다 보니 배가 너무 고파졌습니다. 마켓을 따라가다 보면 현지 음식을 판매하는 식당들이 많이 있습니다. 가격도 싸고 현지인 들도 많이 식사를 하고 있는 현지 식당이 보이길래 시험 삼아 한 번 들어가 보았습니다. 그때까지만 해도 이 집에 3번이나 더 오게 될 줄을 상상하지도 못했습니다. 더럽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시설이 좋지도 않았던 식당은 다행히 사진이 있는 영어로 된 메뉴가 있어 주문을 하기도 쉬웠습니다.
제가 주문했던 것은 ‘나시고랭 아얌’ ‘닭고기 볶음밥’이라는 뜻으로 닭고기를 좋아하시는 분들은 ‘아얌’ Ayam이라는 단어를 알아가신다면 더 좋으실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 사람 입맛에 딱 맞았던 ‘나시고랭 아얌’ 은 한화로 1500원 정도로 아주 저렴한 가격입니다. 양을 보시면 절대로 이해가 가지 않는 가격이었습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현지인들은 더 싸게도 먹는다고 합니다. 요리 5 가지를 시켜도 만원이 넘지 않는 착한 가격에 맛있는 식당은 저에게 다음에 또 가야 할 맛집으로 남았습니다.
2. 보물 셋 - 발리니즈 카페
숙소로 돌아가던 중 커피 한 잔 마실 곳을 찾다가, 발리의 건축양식을 그대로 보존하고 있는 카페를 발견하였습니다. 거의 대부분이 야외 좌석으로 아름답게 꾸며진 곳이었습니다. 해외여행을 하면서 제가 궁금했던 것들 중 하나는 외국은 왜 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밖에 앉아서 덥게 커피를 마시는 걸까 였는데 지금은 그 궁금증이 해결되었습니다. 그늘은 온도차가 크고 바람이 불어 굉장히 사실은 앉아 있으면 기분이 꽤 좋습니다.
카페 안은 발리 건축의 특징을 그대로 가지고 있었습니다. 발리 전통 건축물은 자연과의 조화를 이루고자 하는 마음에서 비롯되어 대부분의 재료를 자연에서 가져다 쓴다고 합니다. 대나무, 코코넛 또는 티크의 나무를 주 재료로 하고, 코코넛이나 야자(종려) 나무의 마른 잎을 천장을 구성하는 재료로 쓴다고 합니다. 발리니즈 건축양식에 식물을 제외하고 많이 쓰이는 재료가 있다면 바로 돌입니다. 깎아서 조각 등으로 장식하는 데에도 쓰이지만 그대로의 모습을 가져다 담이나 계단, 정원 등을 만들기도 합니다. 제가 갔었던 카페에도 나무와 돌을 대부분의 재료로 하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한국의 전통 건축양식에도 자연과 조화되고자 하는 양식을 많이 볼 수 있는데 같은 생각이지만 재료의 차이가 보여주는 이국적인 모습이 참 재미있어 오래 앉아 실컷 구경을 했습니다.
2층으로 올라가니 아주머니 한 분께서 신께 기도를 드리고 있었는데 부탁을 드리니 저에게 함께 할 수 있도록 해주셨습니다. 커피를 마시러 왔을 뿐인데 발리 전통을 체험할 수 있어서 약간은 비싸다고 느꼈던 커피 값의 가치가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발리의 커피는 생산국답게 매우 진하고 깊었습니다. 저는 아이스크림을 넣은 커피를 시켰는데, 굳이 아이스크림이 아니더라도 매우 커피가 달았습니다. 더운 나라들은 주로 커피가 매우 진하고 매우 정말 매우 단 경우가 많은데 빨리 지치고 체력 소비가 많은 더운 나라에서 기력을 차리기 위한 하나의 방법이 아닌가 합니다.
3. 마지막 보물 - 쿠타에서의 만찬
내일 쿠타에서 우붓으로 떠나게 되었습니다. 어떤 방법으로 가게 될지는 몰랐지만 마지막 만찬을 먹기로 합니다. 발리에서 사테를 먹어야겠다고 결심하며 열심히 구글에서 찾은 식당으로 15분 거리의 식당으로 정했습니다. 한국이었다면 15분쯤이야 라고 했겠지만 더운 나라는 밤에도 더웠습니다. 그렇지만 사테를 먹는다고 생각하며 열심히 걸어가고 있는데 건너편 길에서 너무 맛있는 바비큐 냄새가 나고 있었습니다.
그냥 저곳으로 갈까 생각하며 쳐다보고 있던 중 주인아저씨와 눈이 마주쳤습니다. 아마 그게 싸인이라고 생각했는지 주인아저씨는 차도의 중간을 막아서며 길을 터주었습니다. 바비큐 냄새와 친절한 주인아저씨 콤보를 거절할 수 없어 사테를 포기하고 바비큐를 먹기로 했습니다. 그런 선택을 보상이라도 해주 듯 바비큐는 입에서 살살 녹았습니다. 이렇게 저렴한 가격에 입에서 살살 녹는 바비큐를 먹을 수 있는 것에 감사하며 계속 주문을 했습니다. 아주 유명한 식당은 아니었지만 바로 앞에서 구워주는 맛있는 바비큐 냄새에 뭔가에 홀린 듯 고기 한 번 쳐다보고 구워주는 아저씨 한 번 쳐다보며 기다리니 또 금방 맛있는 고기가 접시에 담겼습니다. 발리에서는 접시를 초록색이나 나뭇잎 모양을 많이 쓰는 것 같은데, 아마 바나나 잎을 접시로 이용했기 때문이 아닌가 합니다. 마지막 만찬은 말 그대로 정말 만찬이 되었습니다. 다시 여기에서 바비큐를 먹지 못한 것을 후회할 정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