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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의 여자는

세종 시마루

by 지크보크


토요일의 여자는


토요일의 여자는 섬으로 간다 통통 튀어 섬으로 간다 토시 한 점 틀리지 않은 글자들의 논리가 지겨워 우울했던 월요일과 치미는 화요일을 지나, 울화 잠잠 수수방관 수요일을 지나 질끈 눈 감고 모른다 모른다 모른다 세 번 부인하고 맞은 아침, 빽빽하게 날 선 신경줄에 삐끗 금이 간 손목, 도무지 거슬러 신경을 거슬러 삼킨 각골(刻骨) 문자의 기억을 소환하는 밤 월화수목금 울화손목금, 밤을 삼킨 여자는 삼킨 기억을 통째로 안고 안녕 안녕 간다는 인사도 없이 도무지 가면 온다는 기약도 없이, 통통 튀어 섬으로 간다 카우촉카우촉 섬으로 간다 토요일엔 여자가 섬으로 간다


오래전 그 고무나무* 는 잘 자라고 있을까 혼자서도 잘 노는 그 고무나무는

카우촉카우촉* 물살에 촉수를 적시고 지금은 말랑해져 있을까


착한 눈을 가진 순한 소가 되고 싶었으나 매애매애 염소 매캐한 독소 불 뿜는 성난 황소 치솟는 화산 뿜뿜 코뿔소, 섬이 된 여자는 카우촉카우촉 운다 카우촉카우촉 울면서 염소 독소 뿔소 황소 다 불러낸다 네 왼손이 한 짓에 눈 감지 말라 그동안 못 박은 너를 구원하리라 불쑥 솟아올라 섬이 된 여자는 카우촉 운다 물살에 촉수를 적시고 카우촉 시간을 게운다 솟아오른 염소 독소 뿔소 황소를 게우고, 비로소 카우촉 고요해진다 닳아 없애 온 제 등을 어루만지며 둥글게 몸을 말아 감고 달팽이처럼 동굴에 누운 여자는, 땅거미 지는 시각 토요일 밤의 여자는, 씨실과 날실을 엮어 금 간 신경줄을 엮어 비로소 이야기를 낳는다 태초에로 시작되는 거미집을 짓는다


오래전 말랑해진 그 고무나무는 지금도 잘 자라고 있을까 혼자서도 말랑해진 그 고무나무는

물살에 촉수를 적시고 여전히 카우촉카우촉 울고 있을까


토요일의 여자가 섬으로 간다 카우촉카우촉 섬으로 간다 안녕 안녕 간다는 인사도 없이 도무지 온다는 기약도 없이






*고무나무

: 흔히 독소 제거. 공기정화식물로 알려져 있지만, 에콰도르에서는 고무나무를 ‘눈물을 흘리는 나무’라는 뜻으로 ‘카우촉’이라고 부른다. 고무를 얻기 고무나무가 잘리고, 고무 생산을 위해 원주민들이 학대받았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카우촉 cow, chocK (도삭기: 갑판 위의 보트를 얹는 받침나무)



< 계간 세종 시마루 1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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