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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미역이 환하게 웃더라는데

토문재 문학

by 지크보크

다시, 미역이 환하게 웃더라는데


소화되지 못한 여자의 미역은 골수로 파고들어 이끼를 낳고

여자의 이끼는 미역을 닮은 푸른 기미를 낳았다

지울 수 없는 기미는 여자의 푸른 지문이다


병신, 풍장, 얼어 죽을 화상


생과 사의 갈림길에서

땅끝 포구에 누워

소화되지 못한 미역의 근원을 거슬러

푸른 기미의 연원을 거슬러


망망대해를 따라

넘실 파도를 따라

술렁이는 삼천갑자의 시간을 따라

여자는 풍덩, 바다로 간다


병신 풍장 얼어 죽을 화상


골수를 적신 물살에

눌러앉은 이끼가 차례로

뱅그르르


소화되지 못한 엄마 뱃속의 기억이

엄마의 엄마가 건너간 강물

어딘가를 헤매 돌아온 기억이

삼천갑자의 시간을 따라

뱅그르르


여자의 푸른 기미를 타고 한참을 술렁이더라는데

(인당수에 빠진 심청이는 무사히 살아 돌아왔을까)

포르르, 풀어진 미역이 다시 환하게 웃더라는데

배시시 한참을 헤프게 웃더라는데



출처 : 우리 뉴스(http://www.woori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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