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Iris Seok Sep 25. 2024

부부가 수요일을 기다리는 이유


평일 중 가장 좋은 날을 꼽으라면? 


수요일과 금요일. 


금요일은 한주를 마무리하고 불금을 보내는 날이니 만큼 대부분의 사람들이 좋아하는 날이다. 나또한 그렇고. 그렇다면 한주의 중간에 끼어있는 수요일은 왜 좋을까? 


바로 '나는 솔로' 때문. 남편과 나의 최애 프로그램인 '나는 솔로' 덕분에 매주 수요일이 즐거워졌다. 육퇴 후 둘이서 오붓하게 '나는 솔로'를 시청하는 일은 우리 부부가 가장 애정하는 소확행 순간이다. 


육퇴를 한다 해도 집에서 자는 아이들을 두고 외출이 불가능하니 자연스럽게 출산 후 남편과의 데이트는 집에서 이뤄졌다. 집에서 우리 둘이 할 수 있는 건 술을 함께 마시며 수다를 떨거나 영화, 티비 등을 함께 보는 것. 보통 주말에는 영화를 보고, 평일에는 잠들기 전에 예능을 보며 남편과 낄낄거린다.


그런데 요즘에는 남편과 함께 시청할 영상이 딱히 없다. 둘다 유튜브 영상 보는 것에 익숙해져 웬만큼 재밌지 않고서야 예능을 보는 일에 한 시간씩이나 할애하기는 힘들다. 요즘 사람들이 유튜브와 각종 쇼츠 영상에 익숙해져 긴 시간 집중하는 영상을 보기 힘들어 한다고 하던데, 나와 남편도 예외는 아니다. 


그런데 '나는 솔로'에서만큼은 쇼츠 영상들을 능가할 만한 재미를 느끼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단순한 연애 프로그램으로 정의하기에는 좀 무리가 있다. 오히려 인간 군상을 살펴볼만큼 다큐멘터리에 가깝지 않은가, 하는 생각을 이따금씩 한다. 특히 특이하고 화제가 되는 인물이 출연할 때면 더욱 더 그렇다. 


단체 생활에서 보여지는 사람들의 이기적인 모습에 내 자신을 돌아보기도 하고, 세상에는 생각보다 돌아이가 많으니 피해가야겠다는 다짐도 해본다. 


우리 부부는 연애 시절부터 '나는 솔로'의 전신 프로그램이기도 한 '짝'의 열혈 시청자였다. 당시 수요일 데이트 코스의 마무리는 함께 '짝'을 시청하기 였다. 맥주 한 잔 마시며 함께 보는 '짝'은 어찌나 재미있었는지. 출연자들에 대한 남편과 나의 개인적인 코멘트를 끝없이 주고받으며 우리는 일종의 놀이를 했던 것 같다. 


프로그램이 인기가 많아지면서 유명세를 얻으려는 목적으로 등장하는 출연자도 많아지고 있는 게 오늘날 현실이다. 부디 제작진들이 매의 눈으로 그런 사람들을 거르고, 진짜 '사랑'을 찾으러 참가하려는 사람들만 엄선해 출연시키길 바란다. 



드디어 오늘은 수요일. 


퇴근 후가 기다려진다. 얼른 아이들을 재우고, 남편과 오붓한 시간을 즐겨야겠다. 

작가의 이전글 폭염인데 에어컨이 고장났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