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www.youtube.com/watch?v=WVQVgGPBql4&t=81s
얼마전 한국에 살고 있는 친구 Y 부부가 미국에 놀러왔다. 두 아이를 두고 저녁에 외출을 하기 힘든 우리 부부는 친구 부부를 우리집으로 초대했다. 일요일 밤이라 다음날 출근하는 게 살짝 걱정되기는 했지만 오랜만에 만나는 친구네를 향한 반가움이 더 컸다.
Y는 미국에서 대학을 졸업한 후 거의 8년 만에 미국에 방문하는 것이었다. 그것도 남편과 함께. Y는 추석연휴에 휴가를 붙여 약 10일간 미국 서부일주를 할 계획이었다. 나 같았으면 10일이라는 시간이 있다면, 살아봤던 미국이 아니라 다른 나라로 여행을 같을 것 같다고 했더니 Y가 말했다.
미국에 살면 어떨까 싶어서 사전조사 하러 온거야.
갑작스러운 Y의 고백에 적잖이 놀랐지만 고개가 끄덕여지긴 했다. Y는 가까운 미래에 자녀계획이 있었고, 미국에서 교육을 받은 Y와 그녀의 남편이 그들의 자녀 또한 미국에서 교육시키고 싶어하는 건 어쩌면 당연한 수순이었다. 과거에 나와 남편이 그랬듯이.
요즘들어 결혼한 지인들이 미국에 살러 오고싶다는 희망사항을 종종 듣곤 한다. 그리고 그 배경에는 늘 자녀의 교육이 포함돼 있다.
모르면 모를까, 미국에서 교육을 받는게 얼마나 많은 자유와 창의성을 보장하는지 몸소 경험했다면 자녀에게도 그 환경을 제공하고 싶은 게 인지상정이다. 숨 막히는 한국 교육을 피해 아이가 아이답게 성장할 수 있는 미국 교육을 아이에게 선사해주고 싶은게 부모의 마음이다.
Q. 미국에서 대학을 가는게 한국에서 대학을 가는 것보다 쉽다?
사실이 아니다. 적어도 탑20의 대학을 놓고 본다면 그렇다. 한국에서는 내신과 수능성적, 이 두 가지로 학생의 자질이 평가돼 대학을 가는게 일반적이라면 미국 대학들은 학생의 자질을 무수히도 많은 요소에 기반해 평가한다. 특히 예체능, 리더십 분야에서 특출난 무언가가 있어야지만이 명함을 내밀 수 있다. 단순히 공부만 잘한다고 해서 명문대학에 가기란 하늘의 별따기다. 학생이 전교 1등이라고 할지라도, 특별한 다른 경력이 없다면 아이비리그 대학에 가는 건 불가능하다는 소리다.
따라서 만일 자녀를 최고의 대학에 보내는 게 목적이어서 미국에 오고자 한다면 한국 입시와 마찬가지로 각오를 단단히 하는 게 좋다. 적어도 부모 중 한 명은 자식에게 딱 붙어서 이곳 저곳으로 '라이드'(ride)하는 인생이 펼쳐지게 될 것이다.
Q. 그렇다면 왜 많은 한국인들은 자녀 교육 때문에 미국행을 고려하는 걸까?
먼저 미국에서 교육을 받는다는 것은 적어도 '영어'로부터는 자유로워진다는 것을 뜻한다. 한국 곳곳에 있는 수많은 영어유치원만 봐도 한국인들이 얼마나 영어에 목숨을 거는 민족인지는 잘 알 수 있다. 자녀가 어릴 때부터 100만원이 훌쩍 넘는 영어 유치원에 보내며 부모들은 아이에게만큼은 편하게 영어를 가르치고 싶어 한다. 적어도 미국에서 자녀를 교육한다면 영어 교육은 쉽게 끝낼 수 있다는 게 부모들의 솔직한 심정이다.
하지만 미국에서의 교육은 영어뿐만 아니라 다른 측면에서도 긍정적이긴 하다. 어린 나이부터 학원 뺑뺑이를 돌리는 한국의 교육 현실과는 달리 미국 아이들은 어릴 때는 무조건 논다. 물론 놀면서도 꼭 챙기는게 있는게 그건 바로 예체능이다. 개인적인 경험에 기반하면 미국 학부모들은 최소 초등학교 저학년 때까지는 공부 보다는 운동, 음악을 가르치는데 주력한다. 최대한 많은 종류의 운동과 음악을 아이에게 접하게 함으로써 그 안에서 아이가 진짜 좋아하는 게 뭔지를 찾을 수 있게끔 돕는다.
진짜 신기한건 같은 한국인이라 할지라도 1세대와 2세대의 교육법은 눈에 띄게 달랐다. 성인이 되어 미국에 온 1세 한인은 아무래도 한국의 정서가 남아 있어서 그런지 아이의 공부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수학을 어디까지 배웠는지, 최근 학교에서 성적은 어떤지에 대해 관심이 많았다. 반면 2세 한인들의 경우에는 공부 보다는 아이에게 어떤 운동을 가르쳐서 어떤 운동팀에 들어가느냐가 큰 관심사로 보였다. 이들은 어렸을 때는 공부보다는 운동이 중요하다는 입장이었다.
현재 미국에 살며 좋은 점은 아이들을 편하게 키울 수 있다는 점이다. 어떤 학원을 보내서 성적을 올려야 하느냐에 대한 고민은 일체없다. 그저 아이들이 잘 놀고, 잘 먹고, 잘 자면 된다는 마음으로 살아가고 있다. 이러다 나중에 큰 코 다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살짝은 내재돼 있지만, 그래도 어린 시절 아이들과 다양한 곳을 여행다니며 함께 공유할 추억이 많아서 부자가 된 마음이다.
이거 하나는 확실하다. 현재 내가 한국에서 살고 있었다면, 지금처럼 아이들을 키울 수는 없었다는 거다. 분명 다른 학부모들의 이야기에 귀가 쫑긋해져서 학원 이곳 저곳을 알아보고, 탑티어 학원에 아이를 보내기 위해 과외선생님을 수소문 하거나 하지 않았을까? 상상만해도 왠지 불안감이 차오르고, 답답해진다. 나도 아이들도 행복할 수는 없는 상황.
매일 노는 우리집 아이들의 해사한 모습을 보며 이때만큼은 미국에서 지낼 수 있어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요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