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일리처럼 우리 내면에 보호시스템이 있다고요?
안녕하세요! 김세정입니다.
영화 ‘인사이드 아웃2’이 예상대로 열기를 이어가 한 달 반 동안이나 개봉되었어요.
저는 사춘기 딸과 한 번, 조카들과 더빙판을 한 번 봤어요.
기쁨이를 포함한 친구들이 판사 풍선을 타고 날아가려는 순간 “이모, 쉬 마려워요!” 조카의 외침에 화장실에 다녀왔어요. 영화관 들어오기 직전에 화장실에 들렀는데도 낯선 공간에 있으니까 긴장됐나 봅니다.
일곱 살 조카는 영화관 스피커 소리가 크고 엄마 없이 가끔 만나는 이모랑 낯선 곳에 와 각성 상태가 되었나봐요. 그럴 때 교감신경계가 활성화되어 눈이 커지고 장이 활발해지고 소변이 자주 마렵고 긴장을 조절하기 위해 배출하려 합니다.
일곱 살 아이도 그렇듯 우리는 몸과 마음에 강력한 보호 시스템을 유지합니다.
실제로는 방광이 다 차지 않아도 ‘화장실에 가고 싶다는 느낌’이 생기고 우리 몸은 감각적 ‘느낌’을 통해 보호합니다.
안토니오 다마지오는 ‘느낌의 진화’에서 무의식적인 항상성이 '느낌'으로 나타난다고 말합니다.
‘항상성’이란 생명체가 생존을 위해 자신의 상태를 균형 있게 조절하려는 힘이에요.
"라일리처럼 여러분의 마음에도 보호시스템이 있나요?"
마음에도 보호시스템이 작동해요.
기쁨이가 하는 대사 중 ‘protection system’이 있는데요.
주인공 라일리를 보호하는 시스템을 통해 불쾌한 기억은 망각하도록 저 멀리 추방합니다. 그곳은 그녀가 하키 경기 중 “반칙! 2분간 퇴장!” 경고를 받는 장면, 할머니가 아끼는 접시를 깨드렸던 경험은 여러 감정을 자극합니다.
어른이 보기에 아무리 자잘한 일이라도 유아기에 겪은 경험일수록 자기가 소중하지 않다는 느낌, 수치심, 죄책감을 가질 수 있어요.
영화가 끝난 후 두번째 쿠키 장면에서 그녀의 어릴 적 귀여운 실수가 나옵니다. 그런 사소한 경험만으로도 아이들은 부끄러워지거든요.
보호 시스템 세트 - 두려움과 불안
인사이드아웃2에서는 다양한 감정이 캐릭터로 나왔는데요.
영화 속에서 둘이 코드가 잘 맞는 애들이 있었죠?
바로 소심이와 불안이예요. 둘은 같은 목적을 가져요.
"안전! 안전! 안전!"
주인공을 어떻게든 안전하게 지킨다는 겁니다.
이 친구들은 비슷한듯 다른데요.
소심이 캐릭터로 나온 두려움(fear)과 불안이로 나온 불안(anxiety)의 차이를 볼게요.
영화에서 기쁨이의 대사예요.
"소심이는 눈에 보이는 것을 대비하게 한다면,
불안이는 눈에 보이지 않는 것도 대비해."
영화 속에서 소심이는 라일리가 마우스가드를 끼지 않고 경기를 뛰자, 도중에 그걸 찾아 끼우게 합니다. 그녀가 부상을 당할까봐 대비하죠. 불안이는 눈에 보이지 않고 상상 속에 있는 위험에서 그녀를 보호해요.
영화 1편에서 그녀는 갑작스러운 이사로 전학가게 됩니다.
내용이 자세히 나오지 않지만 학교 안에서 친구 없이 혼자되는 것에 대한 공포가 있어 보여요.
불안이의 상상을 따라가면 그녀가 고등학교에서 혼자 급식을 먹고 벤치에 앉아 해골이 되는 극단적인 장면까지 연출되어요.
소심이로 번역된 두려움은 실제의 위협에 따른 생물학적인 자동반응입니다.
두려움은 즉각적인 신체 반응을 보입니다. 갑작스러운 위험이 있을 때 보호하기 위해 결과로 나타나는 게 두려움입니다. 혼자 밤길을 걷다 비명 소리만 들리면 심장이 콩닥콩닥하고 깜짝 놀랍니다.
불안은 실제의 위협이 없더라도 예상이나 생각만으로도 나타나는 감정입니다.
밤길에 소리가 나지 않더라도 드라마에서 나올법한 범죄자가 어두운 골목에서 나오지 않을까 상상만으로 불안이라는 감정이 생깁니다.
사회 불안, 발표 불안, 운전 불안처럼 무언가를 하기 전에 마음의 준비시키기 위해 사전에 나타나는 게 불안입니다.
"우리가 지금까지 살아남을 수 있었던 건
바로 소심이와 불안이 덕분이에요."
소심이는 우리가 다칠까 노심초사, 불안이는 사회적으로 적응하지 못해 소외될까봐 떨고 있어요.
이런 감정이 귀찮다고, 왜 자꾸 나와서 번거롭게 하는지 모르겠다고 무시한 적이 있을까요?
"나는 왜 이렇게 소심할까?
대범하면 좋겠어."
"나는 자주 불안한 게 문제야.
불안을 없애는 방법이 있을까?"
영화 인사이드아웃2 소감을 보면 많은 이들이 이렇게 말합니다.
"불안이도 나를 지키려고 애쓴거구나."
"불안이가 있어서 다행이야."
"불안이가 안쓰러워 보여."
"불안이 왜 그러는지 알겠어. 이해돼."
우리가 지금까지 나를 안전하게 지킬 수 있었던 건 바로 소심이와 불안이가 있었기 때문이에요.
늦지 않았으니 내면의 소심이와 불안이에게 감사를 전하면 어떨까요?
"네가 있어서 나는 안전해."
"네가 존재해서 지금까지 살아남았어."
"네가 내 마음에서 열심히 일한 덕분에 건강하게 지낼 수 있어."
"고마워!!"
위의 말을 전한다면, 내 안의 소심이와 불안이는 어떤 반응을 보일까요?
자신의 애씀을 알아주는 것만으로도 인정받는 느낌이 들어요.
그러면 불안이가 할 일을 잠시 내려놓아도 되고요.
다음 글에서는 불안이에 대해 자세히 알아볼게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출처] 인사이드아웃2 심리학 2. 우리 내면에 보호시스템이 있다고요?|작성자 김세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