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과 욕구 알아차림 늘리기
※ 지난 글 'ADHD 진단 후 심리' 후속 글이 아닙니다.
성인ADHD 심리 후속 글은 '주의분산 파트 이해하기'로 곧 찾아올게요!
우리가 태어났을 때를 상상해 보세요.
대부분의 아기들은 몸이 부드러운 천으로 담겨지고 양육자의 피부에 닿아 안겨집니다.
아기는 태어나자마자 씻겨진 뒤 겉싸개와 속싸개로 단단히 감싸집니다. 그것은 마치 제2의 피부처럼, 태중에서 양수가 주던 압력처럼 우리를 안전하게 보호하기 위한 장치였습니다.
보호막에서 벗어난 몸이 성장하며 자유롭게 움직이기 시작하면서부터 다양한 제한이 따라옵니다.
양육자들은 아이가 다치지 않도록 끊임없이 경계의 메시지를 줍니다. “거기 가면 안 돼.”, “그거 만지지 마.”와 같은 말들은 생존을 위한 중요한 가르침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학교에 들어가면 이 메시지는 훨씬 더 강화됩니다. 실제로 어떤 초등학교 저학년 담임교사는 “쉬는 시간에 움직이는 사람은 나쁜 어린이에요. 화장실에 갈 일이 아니면 자리에 앉아 있어야 합니다.”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저는 이 이야기를 지인에게 들었을 때 충격을 받았습니다.
아이들의 안전이라는 명분 아래, 자유로운 움직임은 점점 줄어듭니다. 그렇게 되면 몸 안에 남아 있던 에너지와 생동감은 발산되지 못한 채 쌓이고, 결국 주의가 산만해집니다.
그 에너지가 주로 ‘시각’에 쏠립니다. 많은 아이들이 팔과 다리를 움직이는 대신 시선을 휴대폰에 고정시키지요.
움직이지 못할 때 지루함과 심심함을 달래는 데 휴대폰만큼 강력한 도구는 없습니다. 결국 시각과 청각을 통해 주의를 분산시키는 방식이 나타나는 것입니다.
억눌린 충동의 결과
그렇다면 자유로운 충동과 움직임이 억눌리면 어떻게 될까요?
아이러니하게도 몸은 더 움직이고 싶어지거나, 시선은 외부 자극으로 향합니다. 주의가 내면이나 몸의 감각이 아니라 바깥에 머물게 되는 것이지요. 이 과정에서 큰 움직임 대신 작은 떨림이나 틱 증상으로 드러나기도 합니다.
몸과 욕구 알아차리기
예를 들어, 한 초등학생이 학습지 문제를 푸는 동안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한다고 해봅시다. 아이는 좀이 쑤셔 몸을 비틀고, 멀리 있는 휴대폰에서 “같이 게임하자”라는 친구의 메시지가 눈에 들어옵니다.
신경은 휴대폰으로 향하지만 문제를 다 풀어야만 다른 활동을 할 수 있기에 어쩔 수 없이 앉아 있습니다. 그러나 가만히 있자니 갑갑함이 밀려옵니다.
결국 다리를 떨거나 주위 물건을 만지작거리게 됩니다. 휴지를 뜯거나 볼펜을 똑딱거리거나 낙서를 하는 식으로요.
이렇듯 몸 안에 갇힌 움직임의 충동은 나름의 출구를 찾아 어떻게든 표현되려 합니다. 이런 경험이 반복되면 몸과 마음이 따로 노는 것처럼 분리되기도 합니다. 주의산만으로 진단받았던 한 아이는 숙제하려고 앉으면, 정신은 밖에 놀이터 친구들과 있었다는 말이 와닿았어요.
자꾸 딴생각이 나고 산만해질 때 어떻게 해야 할까요?
욕구를 알아차리는 연습
제가 만났던 한 청소년도 비슷한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자기 욕구를 알아차리는 연습을 시작했습니다.
욕구 자각
“내가 지금 무엇을 원하지? 나는 무엇을 하고 싶은가?” 스스로에게 묻습니다.
하지만 늘 주양육자가 원하는 건 공부였고, 본인은 그림 그리기에 더 끌렸습니다. 힘이 없던 유아기에는 어쩔 수 없이 양육자의 지시를 따라야 했고, 그렇게 욕구를 억누르며 자라왔습니다.
원하는 활동 탐색
어떤 활동을, 어떤 방식으로, 얼마나 하고 싶은지 자신에게 물어봅니다.
집중 시간 협의
“나는 이 활동에 얼마만큼 집중하고 싶을까?” 시간을 정하고, 그만큼 집중할 수 있을지 점검합니다.
중단의 자유 허용
언제든 그만둘 수 있음을 알고, 하고 싶은 만큼만 해봅니다.
마무리 후 성찰
활동을 마친 뒤, 내 몸과 마음이 어떤 느낌인지 떠올려봅니다. 몸의 감각이나 이미지로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AHDH 증상이 있는 내담자 중 하나는 빵 만들기를 좋아하지만 자꾸 직장 일로 주의가 분산되었습니다.
빵 만들 수 있는 자투리 시간을 먼저 확보하고 어느 정도 만들고 싶은지 정하고 중간에 그만두는 것에 대한 부담을 줄였더니 제빵 자체에 몰입이 가능했어요.
이렇게 좋아하는 활동을 하는 동안에는 집중이 길어지는 데 점차 다른 활동도 적용해 연습합니다.
일상에서 몸과 동작 알아차림
주의가 분산될 때마다 스스로에게 “내가 지금 무엇을 원하나?”, “무엇을 하려고 했지?”라고 묻는 것도 효과적입니다.
또 동작을 시작하기 전, 몸에 힘이 들어가 있는지, 긴장이 어디에 있는지를 살펴볼수록 더 자주 멈추고 다른 선택을 할 수 있습니다.
상담 중에 다리를 떨고 있는 아이에게 “지금 다리를 떨고 있는데, 기분이 어때?”라고 묻어봤습니다. 아이가 “불안해요.”라고 답하면, 다리를 가만히 두었을 때와 어떤 차이가 있는지 비교해봅니다. 이렇게 작은 동작을 알아차리는 것부터 연습이 시작됩니다.
일상에서도 주의를 몸과 내면으로 되돌리는 연습은 큰 도움이 됩니다. 저 역시 수많은 자극에 쉽게 산만해지곤 하지만, 그럴 때마다 ‘알아차림’을 생활 속에서 조금씩 실천하려 합니다.
예를 들어, 양치질할 때 팔과 손의 움직임을 살펴봅니다. 저는 오른손잡이라 그런지 왼쪽 어금니를 닦는 것이 더 편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설거지하는 동안 내가 어떤 자세인지 관찰하고 왼쪽 다리와 발에 무게중심을 기울인다는 걸 발견하고 균형을 다시 잡기도 합니다.
이처럼 작은 순간마다 몸의 감각을 알아차리는 것, 그것이 일상의 주의를 내면으로 돌려주는 좋은 연습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