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알레띠는 이탈리아에서 각 가정마다 한 개 이상씩 가지고 있다는 대표적인 모카포트 브랜드다. 모카포트는 곁눈질만 했을 뿐, 에스프레소의 쓴맛을 감당할 수 있을지 몰라서 내가 접하기는 어렵겠다 생각했다. 어쩌다 구입하게 됐나? 아주 단순했다. 그냥 친구 따라 강남 간다고 지인이 샀다길래 그게 뭔가 싶어서 검색을 하다가 저질러버렸다.
모카포트의 구조는 생각보다 단순하다. 맨 아래 보일러가 있고, 원두를 담는 바스켓, 그리고 커피가 나오는 주전자가 있다. 보일러에는 물을 담는데, 적정선이 안에 표시돼있어서 그만큼만 넣으면 된다. 바스켓에는 모카포트용 분쇄 원두를 넣으면 되는데, 분쇄된 것을 사도 되고, 원두를 직접 갈아도 된다. 바스켓에 꽉 차게 원두를 넣는데 너무 누르지 않는 것이 포인트! 그리고 압력이 새지 않도록 주전자를 잘 돌려서 조립해서 불에 올리면 그만이다. 불에 올리면 물이 끓으면서 주전자에 있는 압력밸브를 통과해 추출된 커피가 나온다. 진한 에스프레소가 나오다가 “찌익!”소리를 내며 고운 거품의 크레마가 나오는데 그때 불을 끄고 잔에 따르면 된다. 설탕과 모카포트에서 처음에 나온 원액을 조금 섞고 마구 저어서 달고나 형태로 만들어 에스프레소에 넣어 먹는다.
달고나가 만들기 귀찮은 나는 각설탕을 하나 넣어마신다. 첫맛은 진하게 탄맛이다. 그 뒤로 묵직한 커피의 쓴맛이 올라온다. 끝으로 설탕의 단맛이 살짝 느껴지면서 입안 전체에 커피 향이 진동을 한다. 물을 더 넣어 아메리카노로 마시기도 하고, 얼음을 잔뜩 넣어 아이스 아메리카노로 만들기도 한다. 갓 만든 빵과 함께라면 두말할 것이 없다.
비알레띠에서 나온 전통적인 모카포트는 알루미늄으로 돼있다. 물에 약한 게 단점이다. 사용 후에는 세제를 사용하지 않고 씻어서 잘 말려야 한다. 이탈리아 사람들은 집마다 모카포트가 있는데, 오래 사용할수록 커피의 맛이 포트 속으로 스며들어 깊은 향을 우려낼 수 있다고 한다. 아침에 모카포트에서 나오는 “찌익!”하는 소리가 식구들의 잠을 깨우는 알람과 같다고. 알루미늄으로 된 모카포트는 자성이 없어서 인덕션을 사용할 수없다. 그것을 보완한 인덕션 모카포트도 있고, 스테인리스로 된 제품도 새로 나왔다.
난 커피 성애자는 아니다. 매일 카페인을 공급해야 하루를 시작할 수 있다거나 식후 커피 한잔의 여유가 삶을 지탱하는 낙이라고 좋아하는 사람도 아니다. 오히려 중독이 될 여지가 있는 것들은 멀리하려는 자유주의자다. 그런데 우리 집에 커피와 관련된 도구들이 하나, 둘 늘어난다. 하리오, 칼리타, 코멕스의 핸드드립용 세트부터 그라인더, 주전자 이제 모카포트까지.
드립 커피에 대한 좋은 추억과 단순한 호기심에서 시작한 도구의 수집이 맥심 한봉이 커피 맛의 전부인 줄 알았던 나를 조금씩 커피의 세계로 이끌어갔다. 원두의 향을 맡고, 산미를 느끼고, 에스프레소의 진한 맛을 느낄 수 있게 됐다.
그동안 해보지도 않았는데 지레 겁을 먹고 관심조차 주지 않았던 것이 있다. 엉킨 실타래처럼 복잡할 것이라 짐작하고는 아예 풀기를 시도조차 하지 않았던 것들, 내 영역의 밖이라 여기고는 살짝 눈짓만 하고 바로 고개 돌려버렸던 일들이다. 그랬던 내가 요즘 시간적인 여유 때문인지 일상의 무료함 때문인지 새로운 것에 관심을 가지게 된다. 한번 보던 것을 두 번 보고, 몇 번 더 건드려본다. 뜨개질, 제빵, 커피가 그렇고, 여행이, 글쓰기가 그렇다. 내 손이 닿지 않았을 때는 나와 상관이 없는 일이었다. 소 닭 보듯이 아무 생각 없던 것들이 이제 생활의 일부분으로 들어왔다는 것이 새삼 신비롭다. 한걸음 다가가고, 시도해보고, 접하다 보면 어느새 옆자리에서 동행하게 된다. 그러고 보면 새로움을 접한다는 것은 신나는 일이다!
오늘도 평범한 아부다비 아줌마는 집에서 방금 만든 스콘과 이탈리아 모카포트로 만든 에스프레소를 즐기고 있다. 컴퓨터를 켜고 일상의 소소한 일들을 글로 적는다. 또 한걸음 다가갈 뭔가를 찾아보려 SNS를 뒤적거린다. 도전? 그까짓꺼 별것 아니다!